나경원 “韓, 법치 정립 노력을 부탁이라고 해”
윤상현(왼쪽부터),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7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4.7.17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7일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나 후보가 법무부장관이던 한 후보에게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부탁한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야당은 즉각 “공소권 거래이자 국정농단”이라며 “둘 다 수사를 받으러 가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입’이 당의 최대 리스크”라고 반발했고, 원희룡 후보는 “무차별 총기난사”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에게 “외화내빈(外華內貧·겉은 화려한데 속은 비어 있음)”이라며 “법무부 장관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됐다. 책임 느끼냐, 안 느끼냐”고 몰아세웠다.
한 후보는 반격하는 과정에서 나 후보가 과거 공소 취소를 부탁한 사실을 공개하며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데 반발해 안건 접수를 막고, 국회 회의장을 점거했다가 2020년 1월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고양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은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으로 공소 취소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공소 취소는커녕 헌정 질서를 바로 잡아달르는 말을 공소 취소 부탁이라고 이야기 한다”며 “보수 가치에 대한 책임감도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도 없는 당 대표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정치적 이익 위해 대통령 탄핵마저 방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이 강하게 소리를 지르고 항의했다.
원희룡 후보도 연설에서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나 후보가 공소 취소 청탁을 했다고 말했다”며 “자기 옳다고 주장하려고 우리 소중한 동지를 야당의 수사에 던져버린 결과가 됐다”며 한 후보의 ‘입 리스크’를 주장했다.
야당은 한 후보와 나 후보를 싸잡아 “수사해야 한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민주당 박주민은 “불법청탁을 한 나 후보, 불법청탁임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 취하지 않는 한 후보 둘다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권주자들은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을 두고도 난타전을 이어갔다.
원 후보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처럼 징역 2년 실형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특검으로 진행되면 정상적인 당무 집행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도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특검법’ 동의율이 (채 상병 특검법과) 비슷하던데 받을 거냐”고 압박했다.
이에 한 후보는 “(댓글팀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양문석 주장에 동조하는 것” “내부 총질 아닌가, (특검법) 내용이 뭔지는 아냐”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