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괜찮아?”
“안괜찮아보여”
벽에 기대 앉아
간신히 코피를 가린채 자폐아처럼 앉아있는
내 앞에 멈춰져 머물고 있는 두 그림자
두 그림자가 점점 더 나에게 가까워지고
“우선 교복부터”
입고 있는 마이를 나에게 건내는 아이
‘정 다운’ 라고 써져있는 이름과 함께 나에게 걸쳐지는 옷
그리고 그 옆에는 낯이 익은 얼굴
규현이와 정말 잘 어울려서 날 너무나도 슬프게 했던
한나. 오한나.
한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나에게 건내고
나는 그저 멍하니 그 손수건을 받으려다가
받으려다가
손수건을 건내 받으려다가
멈추어버렸다.
“왜? 왜그래? 머리도 다쳤어?”
“그 손수건.........”
“어? 이게 왜?”
멈추어버렸다.
그 손수건
분명히
내가 규현이와 함께 산, 그 손수건이였으니까
수줍은 표정을 짓던 규현이가
‘아, 그게! 음...
아는 여자얘한테 선물을 주는데...
그게....... 좀.. 내가 서툴러..’
라고 말하면서
빨개진 얼굴로 말을 하던 규현이 얼굴이의 눈에 아른거렸다.
어젯밤 그 슬픈 두눈에 나를 담고 ‘좋아해’ 라고 고백한 규현이
그리고
나와 함께 산 손수건을 한나에게 건낸 규현이
“피 계속 흐르는데...”
“..............저기, 피는 안지워져”
멈칫.
손수건을 들고 나를 향해 향하던 그 가름한 손은 잠시 흔들린다.
그리고 점점 다시 자신의 집을 찾아가듯
한나의 주머니로 돌아가고
난감한 표정을 짓던 다운은
어디서 찾아왔는지 두툼한 두루마리 휴지를 나에게 건내고
“누구한테 이렇게 맞은거야? 일어설 수는 있겠어?”
‘걱정된 표정’의 가면을 쓰고 나의 팔을 받쳐주는 한나
그리고 그 옆에서 또 다른 나의 팔을 받치고 있는 다운.
어쩌면 정말 어쩌면이지만
이 아이들이 나를 때리라고 시킨거라면
어째서 날 다시 도와주는 걸까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거야?
................................................
*
내 손에 꽉 쥐어져 있는 옷
‘정 다운’
이름석자 또렷히 박혀있는 에스여고 교복 마이
‘마이는 오케이. 집에 입고갔다가 시간되면 가져다줘’
친절한 얼굴로 나에게 안녕. 해주었던 다운
그리고 그 옆에서 함께 손을 흔들고 있던 한나
하지만
그래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가져다주라고 말만 하고,
어디로 가져다 줘야하는 것도 말해주지 않으면 어쩌라고
몇학년 몇반인지도 모른체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거야?
라고 생각만하면 뭐하냐구요.
아줌마야.
혹시나해서 소희와 민정이에게
에스여고에 아는 사람이 있냐고 여러차례 물어봤건만
‘동원오빠’라고 흥얼거리는 미친 소희와
도리도리 고개만 돌리는 민정이에게는
사실 처음부터 희망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앞문에서 들어오고 있는 하승현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승현
“정다운.”
“오오오오오 승현아!! 혹시 알아?”
내 물음에 대답하기보다는
왜 다운의 교복을 가지고 있냐는 듯이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는 하승현
“뚱, 요즘은 앞 학교 얘들 교복 뺏고 다니냐?
니가 입은 교복이 안 이쁘다고 다른 얘들꺼 입지마.
그래봤자 호박에 줄긋기지 뭐”
“그런거아니거든요”
라고 대꾸하는 나를 뒤로 승현이는 금새 자리에 앉고
그 뒤로 반짝반짝 빛이나서
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광채가 흐르더니
광채의 주인공 규현사마 등장. 하악하악
그리고
그리고
규현이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치는 순간
보조개가 움푹 파이며 씽긋 웃어주는 규현이 때문에
내 가슴은 불이나는 구나. 불이나.
불이 나고 있구나 활활
“어? 제이야. 너 얼굴 엄청 빨개”
“....아, 응. 덥다. 그지? 덥네....”
후으으으으으
양제이. 이 머리돈가시나야.
한 손으로 뜨겁게 달궈진 볼을 이리저리 부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사정없이 부채질을 하는 내 꼬라지
앞에서는
사랑스러운 규현사마가 씽긋씽긋 웃어주고 계시고
내 옆에서는
“놀고있네”
라고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주시는 승현
그리고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손수건
손수건.
물어볼까. 규현이에게 손수건에 대해 물어볼까.
라고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또 나도 모르게 이 방정스러운 입은 항상 먼저 일을 저질러버린다.
“그 때 산 손수건”
“어?”
“손수건... 전해줬어?”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던 규현이의 얼굴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와 동시에
끄덕거리는 규현이
가슴에 든 멍이 또 다시 아려오는 듯이 징.징.거리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하나.
잘했다는 말?
무슨 말을 이어야할까.
라고 머리 속에 혼란스러울 때에
“아. 또 심규현 실수했네”
“어?”
“이 뚱녀한테 물어보면 어째. 이 형이 무조건 속옷이랬잖아.”
무어............
이런 변태자식이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규현이가 흐흐 웃으며 뒷머리를 다듬고
평소와 같았으면 승현이의 머리를 때린 후에야
다다다다 욕을 해줬을 테지만
...........
규현이의 좋아하는 표정
손수건의 그녀
오한나
.....................
모든게 합쳐져서 머리가 아파오고 가슴이 아려온다.
“정다운.”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다운의 교복
그리고 승현이와 같이 명찰을 읽는 규현이의 표정은
승현이와 상반된 표정
“이 교복 에스여고 교복...... 정다운인거지.”
“으응”
규현이를 향해 끄덕거리니
규현이는 별문제 없다는 듯이 내 어깨를 잡고 힘을 팍 준다.
\ 에스여고 앞
“심규현 아니야?! 규현오빠!!!!”
수업도중에 뛰쳐나오신 건가요.
거침없이 뒤로 깐 머리와
두터운 뱅뱅이 안경을 쓰고 꺄악거리는 저 언니와
“하,하승현!!!!!!!!!!! 말로만 듣던?!?!?!?!?”
추할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다다다 달려와서
승현이에게 핸드폰부터 드리대는 저 언니 때문에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교문이
연예인이 온 듯 북적꺄악오빠대기 시작했다.
그 시각은 우리가 오고 난 후의 10분후 인듯
교복을 품에 안고 있는 나는
혹시라도 또 다시 맞게 되는 것이 두려워 얼굴을 가리고
“저기 내 발 밟았어”
“아우! 가문의 영광이예요!! 절대 안 빨게요!!”
헉. 네?
승현이는 아주 기분나쁜표정으로
발을 치워달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저 여자는 더 세게 밟고 있으니
거기다 고3인 듯 한데, 어찌하여 고1이 오빠입니까아.
어찌하든 나는 이 사람들과 관계가 없는 척하며
다운의 교복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그 무리들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양제이!!!!!!!!!!!!!!!!!!!!! 너 어디가?!?!?!!??!!!?!?!”
하승현만 없었다면 정말 잘 빠져나갈 수 있었을 텐데
승현이의 소리와 동시에 여고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고
정적이 흐른다.
잠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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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 뚱녀날다 ( 부제:하늘로 Can Fly ) ○● 14편
뷰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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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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