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82210055982205
후크 채우기가 또 난감했다. 머리를 썼다. 앞으로 돌려 채운 뒤 입어보기로 했다. 잘 안됐다. 진땀 흘리다 점원을 불렀다. 후크를 채워줬다. 처음 브라를 입는 순간이었다. 점원은 가슴 주변 살들을 패드 안에 정리해줬다. '이렇게 하는 것'이라 했다. 불필요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랐다. 그리고 첫 느낌은 이랬다. '진짜 갑갑하다. 벗고 싶다.'
핑크 브라를 사려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7만8000원이나 했다. 1만원에 3개짜리 팬티를 입는터라 깜짝 놀랐다. 팬티 24개 가격이었다. 회의 때 후배들에게 "통상 브라를 1년에 한 번은 바꿔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브라 가격 부담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여성이라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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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왔다. 오전 7시, 졸린 눈을 비비며 브라부터 찼다. 브라와 색깔 맞춤을 하려 남색 반팔티를 입었다.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하는 일종의 '보호색(주위환경이나 배경의 빛깔을 닮아 발견되기 어려운 색)'이었다. 여성들도 얇은 반팔티를 입을 때면 브라가 비치는 게 신경 쓰일 것 같았다. 옷에 대한 제약이 많을듯 했다. 그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었다.
브라를 입자 마자 갑갑해졌다. 앞, 옆, 뒷가슴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는 느낌이었다. 숨을 크게 쉬기 어려웠다. 약 10분이 지나자 현기증도 오는 것 같았다. 가슴 쪽이 덥기도 했다. 선풍기를 켰다. 출근 전인데 퇴근하고 싶어졌다. 심호흡을 했다. 달력을 보니 22일. '월급날 3일 전이니 힘내자'고 속으로 맘 먹었다. 집을 나섰다.
바깥에 나오니 산책하는 여성들이 보였다. 동네서도 브라를 입고 있었다. '불편한 걸 집 밖에선 다 하는구나.'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2차 성징이 시작될 무렵부터 수십년간 해왔을 터였다. 일상 풍경도 새삼 다시 보였다.
처음엔 걷는 것도 쉬 집중할 수 없었다. 브라에 신경이 온통 쏠렸다. 착용 30분 만에 등에 땀이 찼다. 가슴에 습기도 차는듯 했다. 오른쪽 뒤 무언가가 등쪽을 거슬리게 했다. 특히 앞가슴 양쪽을 누르는 쇠붙이, 와이어 압박이 컸다. 어깨끈도 계속 신경을 건드렸다. 만원 지하철을 타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웃음기가 사라지고 인상이 써졌다. 출근길에 오른 여성들 브라만 보였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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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가 넘자 어깨와 뒷목을 주무르게 됐다. 피가 잘 안 통하는 듯 했다. 머리 왼쪽도 띵한 느낌이었다. 까칠까칠한 레이스는 살갗을 계속해 쓸었다. 가슴도 움츠러들어 자꾸 쭉 폈다. 기지개도 켰다. 그러자 또 다른 고역이 생겼다. 브라가 위로 쭉 올라온 것. 브라끈을 잡아 다시 내리려니 모양새가 그랬다. 여성들이 공공장소서 이따금씩 잡아 내리던 게 생각났다. 민망할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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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체할 것 같아 청계천으로 향했다. 그러자 더위가 고역이었다. 섭씨 32도,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걸은지 5분 만에 브라에 땀이 찼다. 15분이 지나니 브라끈과 와이어 부분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가슴골 사이에선 땀이 흘렀다. 겨울이면 따뜻하기라도 할텐데, 여름엔 대책이 없었다. 패드를 잠깐 들었더니 시원했다. 땡볕에 브라가 불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찢어버리고 싶다'던 독자 말이 떠올랐다. 정말 공감했다.
티셔츠를 위아래로 흔들어도 브라는 바람이 안 통했다. 가슴 내부가 습하고 땀이 찼다. 소재가 대체 뭘까 의아했다. 30분 이상 걸으니 온통 축축해졌다. 브라에 지친 기자는 사무실로 돌아와 엎드려 쪽잠을 잤다. 깬 뒤에도 브라는 축축했다. 잘 마르지도 않았다. 꿉꿉하고 불쾌했다.
일순간 브라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여성 속옷으로, 낯부끄럽고 때론 성(性)적으로 여겼을 브라였다. 그런데 그게 아녔다. 족쇄나 억압 도구처럼 느껴졌다. 브라에 왜 '해방'이란 단어를 쓰는지 알게 됐다. 착용 불과 6시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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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집에서 덥다고 팬티 바람으로 있었던 게 생각났다. 남성은 괜찮고, 여성만 왜 부끄러워야할까. 남성은 유두를 내놓아도 되고, 여성은 감춰야 할까. 가슴은 감춰야 할 대상인가, 원할 때 얼마든 숨쉬어도 좋을 소중한 몸인가. 그렇다. 브라를 차는 이유는 많지만, 원한다면 노브라도 괜찮단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이라도 같은 생각을 한다면, 조금씩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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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출처링크로!!!
이 기자분 체헐리즘 좋은 기사들 많으니 한 번 쯤 보는거 추천해
첫댓글 핑크 산게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 이런 기사 많이 나왔음 좋겠다
오 너무 좋은기사다
핑크브라 왤케 비싸!!!!
광배 한바가지시네..ㅋㅋㅋㅋㅋㅋ 지금도 벗어던지고십음 개담답해..
남자들도 여름에 브라 일주일씩 의무적으로 입혀봤으면 좋겠다. 우린 브라 가린다고 나시까지 입잖아 ㅅㅂㅠㅠ
기자님 글 좋다
여름에 생리대도 붙여보길
너무 좋다 들어가서 전문 읽고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