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을 부르짖는 ‘이밥에 고깃국’ (옮겨온 글)
탈북여성의 고발詩(56)<사회주의를 버린다>미치도록 부르짖고 찬양하는 사회주의/그 사회주의는 왜/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겨우 죽그릇뿐이냐.
김수진(자유기고가)
<사회주의를 버린다>
이밥에 고깃국
그것이 고작 사회주의다
세상을 둘러보면 아무것도 아닌
그것을 열렬히 부르짖는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주의라고.
60여 년을 부르짖는
이밥에 고깃국
시래깃국에 옥수수밥이라도 푼푼하다면
인민이 환호할 사회주의건만
고작 그것조차 없어서
죽음을 빗자루로 쓸 듯
무리로 죽어가는 조선 사회주의
그토록 경멸하는 자본주의
그 자본주의는 살 때를 만나
이 세상에 가진 것 다 가졌건만
미치도록 부르짖고 찬양하는 사회주의
그 사회주의는 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겨우 죽그릇뿐이냐.
호강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냐
죽지 못해 살아가는 목숨들을 놓고
사회주의 종소리만 치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아
세상은 이미 배가 불러
이밥에 고깃국이 싫증이 난 지 오래다
먹거리로 이름난 모든 것들이
넘쳐나고 넘쳐나고 또 넘쳐나
그 산해진미의 가짓수조차 헤아리기 힘들다.
쓰는 것, 입는 것은 눈 감고라도
배고픔은 참을 수 없는 인간의 한(恨)이다.
그것을 꺼이꺼이 참고 견디며
그 어디에도 없는
이밥과 고깃국의 돌파구를 향해
오히려 후진하는 사회주의
60년을 그렇게 버티어왔건만.
이제는 떠나간다 사회주의를 버린다
더는 눈뜨고 지켜보기 힘든 사회주의
더는 지키기 가련한 사회주의
이미 마음 속에 비어버린 지 오랜 사회주의
독재가 두려워 말로만 외쳐대던 사회주의.
우리는 사회주의를 버린다 무자비하게
60년을 단 한 순간에 칼날같이 비어버린다
모두 떠나간다
떠날 차비 서두른다
떠나는 것에 진리가 있다
우리 버린 60년을 보상할
인간의 진리가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