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집갈래!’
‘응?’
‘강차한! 나 너한테 시집 갈 꺼야!’
‘싫어! 너 같이 바보 같은 애 내 신부 하기 싫어!’
‘으아아앙’
눈이 부시게 찬란했던 우리들.
뷰티풀라이프
“온하야…….”
박유한과 앉아서 때리고 맞고 하는 놀이를 한창 하며 웃고 떠들고 있을 때, 가연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이름을 불렀다.
“어……?”
밝게 웃고 있던 박유한은 가연이를 보자마자 얼굴 표정이 확 굳어 버렸다.
그런 박유한에게 눈치를 주고는 가연이를 다시 쳐다보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학교……. 끝나고 나랑 얘기 좀 할래? 교문 앞에서 기다릴 게.”
“어?...... 아응.”
그리고 뒤 돌아서서 교실을 나가는 가연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교실 어딘가에 있을 차재헌을 찾는다.
창가 쪽에 앉아서 자신의 친구들과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는 차재헌.
평소 같았으면 가연이와 찰싹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만 봐.”
차재헌을 쳐다보고 있는 내 시야를 가리는 박유한.
“뭐야.”
“쟤 그만 보라고.”
“참나.”
“야 박유한!”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박유한을 쳐다보고 있는데 박유한의 친구들이 박유한을 찾으러 우리 교실로 왔다. 그 중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는
“우아! 멍청한애다!”
박유한을 기억 못했다는 그 대가로 나에게 붙은 ‘멍청한애’라는 별명.
그런 그 아이를 향해 나는 엄청난 레이저빔을 쏘아 주었다. 그러자
“멍청하기만 한 게 아냐. 쟤 외계인인 가봐.”
널 상대한 내 잘못이지.
박유한은 내 머리를 두 번 정도 쓰다듬더니 이내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간다.
“야! 너 담배 피러 가지!”
그런 박유한을 향해 소리쳤다.
보나마나 담배나 한 대 하러 가는 게 틀림이 없다.
“아니거든?”
“아니긴!”
“난 안 해. 말했잖아. 끊는다고.”
끊는 다는 말 뒤로 싱긋,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예쁜 웃음으로 마무리 하고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의 웃음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 진다.
나도 모르게…….
“김온하.”
“……으……응?”
익숙한 목소리에, 나를 떨리게 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면 무표정한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고 서있는 너. 차재헌.
1년 만에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그런 그의 행동에 내 가슴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동공이 크게 열린다.
“핸드폰 좀 빌려 줘라.”
“어……어?”
“핸드폰 좀 빌려 달라고.”
“아……아응.”
핸드폰을 빌려 달라는 그의 말에 나는 서둘러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너에게 내밀었다.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내 핸드폰을 받은 너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그리고 전화를 빨리 끊었다.
“고마워.”
가연이한테 전화를 한 것일 까.
핸드폰을 내 책상에 올려 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너.
조심스럽게 너가 올려 두고 간 내 핸드폰을 들어 통화 목록을 보면
가연이는 아니잖아…….
그새 여자라도 생겼나…….
학교가 끝나고 가방을 챙기고 있으면
“아 나 오늘 가연이랑 약속 있어.”
“뭐?! 김가연?”
“응.”
“너가 걔를 왜?”
“몰라, 얘기 하자 던데?”
“진짜?”
“어머어머 진짜?”
나를 기다리는 친구들.
서린이는 가연이와 내가 만난다는 사실에 놀라워 했고 현비는 내가 놀라워할 만한 말을 뱉었다.
“그럼 차재헌이랑 김가연이랑 헤어졌다는 게 진짜인가?”
“.ㅁ…뭐?!”
“아니 아까 점심시간에 김가연이 우리 반에 와서 지 친구들한테 가서 막 우는 거야. 그치 서린아?”
“아 그럼 그래서 운 거야?”
“근데 그거랑 너랑 무슨 관계야? 차재헌이랑 헤어졌는데 왜 너랑 약속을 잡아?”
“내가 어떡해 아냐.”
“그 눈치 없는 년 너한테 위로라도 받으려는 거 아냐?”
“걔가 왜 얘한테 위로를 받냐?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그래. 가연이가 먼저 보자고 했어?”
“응. 아, 나 먼저 가볼 게. 문자 할 게.”
“응, 알았어~”
서린이와 현비를 뒤로 하고 화장실에 갔다 온다던 은지를 복도에서 마주쳐 인사를 하고 서둘러 교문 앞으로 갔다. 교문 앞에는 이미 가연이가 있었다. 그리고
“야!”
뒤에서 나를 부르는 박유한.
“왜”
“왜가 뭐냐 왜가. 왜~ 이렇게 해야지.”
“내가 왜?”
“어디가?”
“알잖아. 아까 김가연이…….”
“아…….”
“나 가본다.”
“무슨 얘기 했는지 이 오빠한테 꼭 콜 하기다.”
“생각 해보고.”
뾰루퉁해진 박유한을 뒤로 하고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연이에게로 갔다.
“어? 왔어?”
“아……응. 근데 무슨 일로…….”
“여기서는 좀 그러니까. 어디 들어갈래?”
라며 들어 온 어느 카페.
가연이는 오렌지 주스를 시켰고 나는 레몬에이드를 시켰다.
서로 아무 말 없이 각자 시킨 것들만 먹고 있는데 가연이가 힘겹게 입을 뗐다.
“놀랐지. 갑자기 얘기 좀 하자고 해서.”
“어? 어……. 조금.”
“알고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나 재헌이랑 헤어졌어.”
“……지, 진짜?”
“헤어지고 나서 보니까 너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났어.”
“……왜……?”
“사실 나 너랑 재헌이가 잘 되어 가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 그래서 질투가 났고.”
“…….”
“그래서 벌 받는 구나 하고 생각했어.”
“…….”
“처음엔 나도 힘들었는데 사귀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재헌이도 나한테 진심으로 대해 주더라. 그래서 행복했는데……. 어느 날부터…….”
“…….”
“혹시 재헌이가 너한테 연락하거나 그런 거 없었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하는 가연이의 모습에 내 마음이 다 아팠다.
“너……. 그 애 박유한이라는 애하고 사귀니.”
“ㅁ, 뭐? 아니야! 걔랑 나랑은 친구야. 소꿉친구였는데 10년 동안 연락도 없이 살다가 이번에 만난 거야.”
“……. 재헌이는 아직 너한테 미련이 있나봐.”
“……어?”
“자꾸 신경을 썼어. 박유한에 관해서.”
“…….”
가연이는 아프게 너무나도 슬프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못된 나는 재헌이가 나한테 미련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에 가슴이 설레고 뛰기 시작했다.
“온하야.”
“……응.”
“나 재헌이 없으면 안돼.”
“……어?”
“지금은 아닐 거잖아. 너 재헌이 다 잊었을 거잖아.”
“아……으응.”
잊지 못했는데. 난 아직도 못 잊었는데…….
“재헌이가 혹시 너를 좋아……. 한다고 해도 아닐 거잖아. 그치 온하야.”
그래. 그거였다.
가연이가 오늘 나와 얘기하자고 했던 이유는 재헌이 때문이었다. 재헌이에 대한 마음 때문에. 설상 재헌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이라도 할 지라도 자신을 생각해 달라고. 재헌이에 대한 마음을 거절해 달라는 자신의 말에 나의 확실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
…… 착한 줄 알았는데
너도 나만큼 참 나쁘구나.
“그치, 재헌이 안 받아 줄 꺼지……. 그치 온하야.”
“…….”
“너 재헌이 다 잊었잖아. 그치……. 온하야 그치…….”
울먹이며 말을 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런 그녀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주지도 못하고 그냥 그 카페 안을 나와버렸다.
홀로 울고 있는 가연이를 내버려두고.
대답을 해주었어야지.
나는 이제 괜찮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어야지.
나는 지금까지 재헌이한테 사랑 받지 못한 채 좋아했었지만 가연이는 틀리잖아. 사랑 받았었는데 이젠 아니라는 거니까 나보다 더 힘들텐데……. 그렇다고 했어야지. 재헌이를 다 잊었다고 나는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그랬어야지.
넌 정말 멍청한애다. 김온하.
우리손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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