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전작의 그림자가 너무 거대한.. 매드맥스는 20세기 최고의 액션 영화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영화였었고, 그에 준한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웠겠죠. 그런면에서 볼때 분노의 도로를 뇌에서 지운 다음 생각해보면, 충분히 좋은 액션 영화입니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일행에게 역시 영감님 나이 드시더니 감각이 예전 같지 않으시네, 한창 때인 70대 때는 제정신이 아닌거 같은 영화를 찍으시더니, 이제 80 가까워 졌다고 그 날 선 감각이 없는거 같네.. 정도의 농담을 했습니다ㅋ 퓨리오사가 뭐 부족한 영화라는 이야기는 아닌데, 분노의 도로 처럼 약빤거 같은 느낌은 없더라고요.
아마 이건 퓨리오사라는 영화가 가진 기본적인 한계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프리퀄이다 보니 분노의도로에서 채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도 설명을 해줘야 했고, "사가" 이다보니 퓨리오사의 성장을 긴 시간을 들여서 보여줄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었겠죠. 반면에 분노의 도로는 아주 함축된 시간에 미친듯한 액션을 때려박아 넣어주는 영화였고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아쉬움 정도였던거 같습니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눈이 진짜..ㅋㅋ 매드맥스 영화 특성상 세상 만물이 다 지저분하고 때묻고 먼지 투성이인 상황에서 안야의 거대한 눈만 맑게 깜빡깜빡 거리는게 위화감이 들 지경이더라고요. 햄스워스도 좋았습니다. 뭔가 나사빠진거 같은 양반이 주절 주절 거리는게, 꽤 매력적이더라고요ㅋ
* 더 에이트 쇼
한재림 감독이 전작 비상선언을 대차게 말아먹고 최근에 내놓은 넷플릭스 드라마 입니다. 저는 원작인 머니게임-파이게임을 보진 않았고, 웹예능 머니게임은 재미있게 봤습니다. 원작도 그렇고 더 에이트 쇼도 오징어게임이나 기타 데스게임류 작품들과도 꽤 유사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자면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같은 예능과도 닿아 있는 부분이 있고요. 게임의 주최자가 세운 게임의 룰 안에서 참가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게 이런 류 작품의 핵심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감독 혹은 작가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인간의 심연을 보기도 하고 사회 비판으로 가기도 하고 블랙코메디가 되기도 하고 작가-관객 간의 두뇌 싸움이 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나아갈 방향은 있을 수 있겠죠. 일단 이런 장르의 가장 기본은 룰, 그리고 그에 따른 참가자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더 에이트 쇼는 글러먹었습니다ㅋ 애초에 제작진은 룰에 크게 관심이 없는거 같더라고요. 룰을 공들여 설명하려고 들지도 않았고, 룰로 인해 어떤 제약이 생기는지, 이용할 여지는 없는지, 그런 부분은 대충 넘어가버렸습니다. 근데 이건 지나치게 오만하거나 장르에 대한 이해가 극히 떨어진다고 밖에 안보이는게, 먼저 이야기 했듯 이 장르의 핵심은 룰이거든요. 룰이 있어 갈등이 발생하는거고, 극내의 대부분의 사건들이 룰로 부터 나오는게 이 장르인데, 그걸 대충 퉁치고 넘어가면 안되죠. 또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룰을 명확하게 설정하지도, 혹은 보여주지도 않으면 "이렇게 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시작되고, 그 의문들이 하나 둘 중첩되면 "저렇게 하면 되는데, 쟤는 병신임?"이 되버립니다. 이러면 이미 극은 망한거죠..
그런데 한재림 감독은 그런건 대충 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계층에 대한 이야기 머 이러고 싶었던거 같은데, 글쎄요. 그럴꺼면 원작은 뭐하러가져오고, 배경은 뭐하러 설정합니까. 서사가 없는 주장을 볼꺼면 이런 영화감독의 장광설이 아니라 진짜 전문가가 쓴 전공서적이나 철학서를 보겠죠.
그나마 좋았던 부분은... 미술은 괜찮았습니다. 저도 필름 영화에 대한 향수가 있는 세대는 아니지만 그런 편집은 괜찮더라고요. 인트로에 나름 힘을 준 부분도 좋았고요(폴아웃 느낌이..?ㅋ) 그거 외에는 딱히.. 캐릭터도 각자의 문제로 하자가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박정민씨 역은 감독의 자캐 느낌이 있던데, 설마 싶긴 합니다. 자캐라고 보면 몇몇 대사가 너무 짜치죠ㅋ
한재림 감독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게, 커먼센스라고 해야될까요. 지식적인 측면에서의 상식을 말하는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의 공감대를 파악하는 센스라는게 많이 부족해진거 같습니다. 비상선언만 보더라도 감독이 대놓고 감동주기 위해서 공들여 연출해놓은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한숨쉬고 있었다는것만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한거죠. 이번 작품도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은 후반은, 마치 어떤 행위예술가의 미술관 앞 공연처럼,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고 공허하게 홀로 떠있는거 같습니다. 한재림 감독이 이름을 알린 초창기 작품이, 연애의 목적, 그리고 우아한 세계였다는걸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 아픈 일이죠.
첫댓글 더 에이트쇼...
그냥 원작 대차게 말아먹은 쓰레기 작품이더군요...개인적으론 최악이었습니다
우아한 세계 감독이었다니..
작가출신 감독 중 다수가 데뷔작 정도에서
평생의 필살 작품 하나 찍고 저물어버리곤 하던데, 그런 케이스이련가요.
퓨리오사 보러 가야겠네요ㅎㅎ
전 기존 원작들을 하나도 안본상태에서 더 에이트쇼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말씀하신 룰에 대한 구멍이 있긴있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갓고요
간만에 넷플에서 볼만한 작품을 본거같아요
에이트쇼 볼까 했는데 감사 ㅎㅎㅎ
에이트쇼는 원작을 안보면 나쁘지 않은 작품. 하지만 그 원작에서 보여준 다크하고 미친듯이 고뇌하고 심리 싸움하는 묘사가 전혀 안되어있습니다. 지루해서 넘기면서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