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잘 굴러가던 회사를 약초에 미쳐서, 산에 미쳐서
어느 날 불현듯 정리하고 약초농사 짓겠다고....
농사라곤 어린 시절 부모님 어깨너머로 본 게 전부인 농부의 딸인 나와
농부의 손자....그러니까 농사라곤 어릴때부터도 전혀 접해본 적 없는 남편이
겁 없이 귀농하겠다고 촌으로 들어 온지 일 년반이 되어간다.
부업정도로 생각하고 함께 시작한 식당......고생의 시작이었다.
미식가인 내가 맛집 찿아 다니며 사먹을 땐 내가하면 더 맛있게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곤 했었는데 막상 식당을 차리고 보니 그게 아니다.
주방 참모는 조미료 잔뜩 넣은 음식에 너무 익숙해 자기 방식만 고집하며
자연 재료로 맛을 내주길 바라는 내게
식당 처음 해봐서 몰라 그런다고, 그렇게 해주면 원가가 비싸져 식당 망한다고..
말도 징그럽게 안듣고....홀써빙 언니와 툭하면 싸워 서로 그만둔다고 사람 구하라고
난리를 치고, 나중엔 아파서 일 못하겠다고 배짱을 부리니 ...
식당 오픈하고 얼마간은 도저히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아
막막한 마음에 저녁마다 울었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대학원 나온 아들 식당이나 하게 한다고 몇 번을 불러 야단하시고
못내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다 아예 꼴보기 싫으신지
발걸음을 끈으신 아버님......(얼마나 견디는지 두고 보자 하셨었다)
그래서 결심했었다. 반드시 식당도 성공하고 약초농장도 성공해
잘 되는걸 보여드리기로....
그래서 힘든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주인이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방을 차지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손톱엔 시커멓게 기름때가 끼고 살성 안 좋은 내 손은 다 갈라지고
터져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음식 만드는 걸 원래 좋아하는 덕인지 재미도 있었다.
그동안 토종콩으로 메주 두가마 쑤워 토종된장, 약초 간장도 담아 아주 맛있게
숙성되어가고 고추장도 담아 더덕 장아찌도 담았고...무우짱아찌, 곰취장아찌
항구에서 직접 올라온 멸치로 젓갈도 담았다.
생각보다 진실은 빨리 전해지나 보다.
하나 둘 단골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예약 손님이 제법 생겨났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사람들에게 소개해 줘야겠다는 분들도 많다.
물론 100%의 손님이 다 만족스러워 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손님은 조미료 맛이 덜나 맛이 없다며 조미료 가져오라 소리치기도 하니까...
그동안 산에 다니며 개발한 산야초를 넣어 만든 오리백숙으로 지방방송과 VJ 특공대까지 여러번에 걸쳐 소개되어 그럭저럭 유명한 집이 되어가고 있으니 일년 여 만에 음식점 초보 운영자로서는 대단한 성공이 아닐지...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진실을 담아 준비하고, 내 가족이 먹는 것 보다 정성을 들인다면
큰돈은 못 벌지 몰라도 망하진 않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약초농사야 어짜피 앞으로 십년을 내다보고 노후 소일거리로 생각한 거니
당분간은 계속 투자를 해야 할 거고
이젠 아무리 손님들이 몰려와도 다 감당 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밝아져 가고 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공기맑아 좋고, 놀러온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끈이지 않는 동학사를 떠나려는 거다.
유원지다 보니 약초 전문음식점을 하기에 적합하지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시내로 나오라는 단골 손님들의 성화도 빗발치고 ....
계룡산에 오면
꼭 산야초 식당으로 가라고 해서 왔다는 분들이 날로 늘어가는데
그렇게 찿아오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내 후임으로 산야초를 아는
좋은 분들이 이집을 운영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내가 아끼는 계룡산을 찿는 분들에게 조금의 따뜻함 이라도 드릴 수 있을테니까....
첫댓글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앞으로도 좋은일 많이 있으시면 좋겠네요^^
감동입니다 성공하시길 빕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셨군요 식당일이 보통 힘든일이 아닌데 대단하시구요 모쪼록 하시는 모든 일들이 잘 되시길 기원하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계룡산에 가면 산야초 식당을 찾아가야 겠군요
진실은언젠가 통하죠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