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대한 번역이 없었다면 우리가?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을 만나볼 수 있었을까. 일본과 미국에서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던 『개미』가 우리나라에서 사랑받게 된 배경에는 전문번역가 이세욱이 있었다.
Q. 교사직을 그만두고 번역가로 전업했는데, 번역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25살 때 처음 번역을 시작했다. 당시 7, 8개 언어를 공부했었는데, 제일 처음 번역했던 언어는 일본어였다. 일본에서 발행하는 번역전문잡지를 읽으면서 한국독자들에게 외국작품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전문번역이라는 개념이 희미했고, 외국의 번역잡지를 정기구독 하는 한국의 독자는 나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외국서적을 통해 작품을 접하면서, 외국의 작품을 국내에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됐다.
Q. 국내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문번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번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아직 무명이었던 시절 일본 판 『개미』를 읽고 나서?이 작품을 꼭 국어로 번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출판사 사장을 만나 꼭 이 책을 출간해야 한다고 설득한 후 93년 1월 파리를 방문했다. 그 당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무명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우체국의 단말기에서 일반인으로 검색해보면 어렵지 않게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알아낸 주소로 그의 집까지 찾아갔는데, 베르베르가 무명이던 자신의 소설을 읽고 파리까지 방문해 번역출간을 요청한 나를 보고 무척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또 당시 방문했던 현지 출판사 근처에는 프랑스 번역가이자 작가인 보들레르의 무덤이 있었는데, 그의 묘비 앞에서?나 역시 당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은 번역을 통해 우리나라에 훌륭한 작품들을 열심히 소개 하겠다?라는 다짐을 했었다.
Q.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만 7종을 번역했는데, 그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A. 아무래도 읽고나서 프랑스까지 찾아가게 한 『개미』가 가장 마음에 든다. 『타나토노트』『나무』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베르베르는 한국어 번역판을 두고?한국판이 원작보다 낫다?라고 평가했다. 번역을 하기 전 먼저 베르베르에게 직접 소설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서로간의 오랜 의견조율을 통해 한국어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Q. 번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A. 첫째는 원작에 대한 충실성이다. 원작의 의미를 십분 살리는 번역이 필요하다. 국어에 아름다운 표현이 있다 해서 그것에만 충실해 번역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가독성인데, 가장 한국어다운 한국어로 번역해야 한다. 원작의 의미를 잘 살리면서도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에서는『개미』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번역의 잘못도 있다. 일본의 경우 번역시 원작에 대한 충실도가 떨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 번역자가 임의로 랭보의 시를 끼워 넣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의 경우는 번역과정에서 불어의 다양한 대명사 처리가 용이하지 않다. 번역을 할 때는 작가의 아이디어를 살리면서 동시에 가장 좋은 모국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 아이디어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Q. 번역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미개척 분야라고 볼 수 있는데, 번역을 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는가?
A. 번역은 시간개념상 항상 미개척 분야일 수밖에 없다. 번역시 중시해야 하는 충실성이나 가독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데, 따라서 후세사람들은 자신의 시대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번역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 번역에 모범답안은 없다. 모든 번역가는 완벽한 번역을 지향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이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 이상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Q. 번역가가 되기 위해 평소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A. 좋은 번역을 위해서는 문학적 감수성이 가장 중요하다. 번역은 언어의 정확함 만으로는 부족하다.?문학적 감수성?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영역이라 생각된다. 번역에는 원작을 그대로 표현하는 정직성과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언어적인 능력이 중요하다. 모범적인 사례는 바로 작가가 번역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보들레르가 그 예이다. 그가 번역한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은 미국으로 역수입 됐고 후에 그가 보들레르를 직접 찾아가 가장 좋은 번역이라고 칭찬 했을 정도다.
Q. 번역전문지 에서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번역가? 중 유일한 30대이다. 자신만의 성공비결이 있다면?
A. 굳이 성공요인이라기보다, 작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려 했던 점이 해답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에서 2년 동안 생활했고, 지금도 매년 3개월에서 6개월을 그 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보다 생생한 번역을 위해서는 이렇게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전에 똑같이 나와 있는 말일지라도, 단어마다 현지인이 사용하는 미묘한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번역가는 모든 것을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내 경우 가령 과학에 관한 부분을 번역할 때는 그를 위해 한 달 가량 관련서적을 공부한다. 이에 대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좋은 번역을 할 수 없다.
Q. 현재 번역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의 계획은?
A.호메로스에 관한 책과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리히테르를 소개하는 『리히테르의 음악수첩』이라는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호메로스에 관한 책을 번역하면서 평소 관심 있던 그리스어를 공부해 볼 생각이다.
Q.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다양한 음악과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인생을 보는 눈이 다르게 마련이다. 또 음악을 들을 때 클래식을 듣는 것을 겉치레로 생각하려 하지 말고 깊이 그 울림을 느낄 줄 알았으면 한다. 학생들이 평소 좋은 문학과 문화를 폭넓게 향유하기를 바란다.
첫댓글 7개8개의 언어를 공부하고있었다니,,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