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그리고 이 이야기도 들어 보라. 이것은 무적의 편집장이신 김요석님의
글이다.
로마 제국은 왜 멸망하였는가?
황금기를 구가하던 80년대 무협은 왜 망했는가?
80년대 무협이 망한 이유는 한마디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運命)이었습니다. 시장(市場)이 갖는 의미로 인해 바뀔 수밖에 없던 까닭입니다. 초기의 80년대 무협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록 내용이 비슷했을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나씩 소지한 채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날이 황당함을 더해가긴 했지만 그것은 묘하게 작가의 필체나 기질과 맞물려 이상스런 증폭 효과를(?) 보았습니다. 뭐라 해도 아직은 무협 초창기 시절이었기에 증폭구라마공과 믿거나말거나불가사의공이 순진한 독자들에게 먹혀 들었고 실제로 80년대 무협은 틈새 시장 치고 꽤나 큰 돈밭이 되었지요. 이때 만화 가게는 영세업체에 불과했으나 무협소설은 서로 받으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개중엔 여력에 따라 세 네 질의 무협소설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때가 한국무협의 최고 전성기인 셈입니다. 대박 취급받는 비디오가 하루에 몇 차례씩 로테이션 되는 것처럼 무협 또한 4시간 안에 읽을 수 없다면 빌려가지 말라고 주인이 엄포를 놓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무협 열풍에 힘입어 일부 작가들은 성(城)을 쌓아 성주가 되었지요. 그 일부는 다시 돈황제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대중문학 문법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작품의 변신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변신, 변신, 변신이 무협 시장을 먹여 살렸던 키워드였는데 성주들은 이것을 외면함으로써 80년대 무협은 퇴출(退出)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80년대 무협을 좌지우지했던 각 성(城)의 성주들은 군사들을 이끌고 앞장서지 않았지요. 그들은 작은 부와 명성에 만족하여 변신에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성주들은 점점 배불러 갔고 의식은 흐려져 자신을 갉아먹을 짓만 골라서 했지요. 일명 배 째라 전법(戰法)이 그것으로 보고 싶으면 보고 말라면 마라는 되놈의 심보입니다.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 한다던가. 한때 이것은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사마표, 와룡표, 야설표, 검궁표 등의 이름을 빌어 거짓 작품이 판을 쳤습니다. 대신 새로운 변신을 위해 새싹을 준비하던 작가는 나가떨어졌습니다. 이로써 긍정적인 변신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 자리에 더 이상 작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사고 팔거나 창작을 매매(賣買)하는 일에 맛들인, 돈에 환장한 벌레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80년대 무협은 공장무협이다.”라는 오명(汚名)을 갖게 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염증을 느낀 독자들은 차츰 무협에서 발을 빼게 되었습니다. 개미군단의 이런 행동은 당장 표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성주들은 판매 부수의 감소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일시적인 상황이라 생각했지요. 그래서 내실을 기하기는커녕 사업확장에 열을 올렸습니다. 본업은 팽개쳐두고 부업에 힘쓴 것이지요. 이미 그들의 마음속엔 무협은 곧 돈이다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전에도 말했지요. 울나라 창작글의 진정한 문제 두가지. 독서량 부족과 상상력결여. 사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진정한 문제점입니다.
다른 것들은 결국 이겨낼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는 아직 대책이 없습니다.
드래곤 라자, 카르세아린, 사이케 델리아, 묵향. 이것들의 공통점이 무어입니까?
글중에서, 특히 장르문학에서는 말입니다. '뛰어넘는'글이 있습니다. 맨날 하던 얘기 또하고 하던 얘기 또하고하는 글들이 판치는 가운데 갑자기 나타나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글.
그런 글을 써낼수 있는 작가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저위에 있는 글들은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것들이 대단한 글들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완전히 새로운도 아니고..드.라 빼고는 그저 운이 좋아서 대중에 취향에 맞아 떨어진 거지요. 그냥 운이 좋아서..) 이것이 바로 진정한 우리의 문제점입니다.
뭔가 색다른 글을 써낼수 있는 작가. 매너리즘에 빠진 독자와 작가에게
충격을 줄수 있는글. 그런 글이 지금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