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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혹은 깊이 있는 영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소소한 웃음과 삶의 즐거움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와 눈물과 삶의 아픔, 분노 등으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영화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전자의 영화를 본 후, “감동적이야.”, “재미있어.” 등의 평가를 쉽게 내놓는데 반해, 후자의 영화를 본 후에는 쉽사리 그 평가를 말하기 힘듦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영화 속에 담긴 삶의 모습이 너무도 아프고, 안타깝기에, 그리고 우리들 삶의 아픔이 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 수없이 많은 감정을 경험하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히 감동적이다, 재미있다라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는 개개인이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느낌’, ‘삶에 대한 느낌’을 각자가 경험하기 때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렇게 가슴을 ‘뜨겁게’ 자극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188Cm라는 장신의 키에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풍기는 강한 인상의 소유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혹자는 남성미 강하고, 선 굵은 배우로 기억하겠지만 배우로서 못지않게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내놓는 작품들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꼬박꼬박 올라갈 정도이니 그야말로 ‘거장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까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1930년생이라는 대단한 연륜에서도 느껴지듯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가슴 깊게 전달하는 탄탄한 연출력은 최근 몇 작품들만으로도 그의 역량을 충분히 실감하도록 해준다.
그에게 첫 번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준 [용서받지 못한 자]를 비롯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에 오른 [미스틱 리버]는 앞서 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만의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그야말로 냉정하고, 날카롭게 전달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오래전부터 배우로서 그가 보여주었던 남성적인 카리스마와 감독으로서 보여준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더해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는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무겁고 딱딱하다’라는 선입견을 자연스레 심어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번째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게 해준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조금 달랐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통찰력은 여전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던 것이다. 전작에 비해 부드럽고, 따뜻해진 감독의 시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영화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도록 해주었으며, 가슴으로써 보다 뜨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주인공이었다. 남성들의 폭력성, 냉정함, 이성이 그의 작품 속에서 모든 분위기를 형성했던데 반해 힐러리 스웽크 주연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권투선수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만으로도 그 차이가 엿보인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남성 못지않게 강인한 생명력과 열정을 지닌 여성 주인공을 통해 성별을 뛰어 넘은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남성적인 냉정함에 여성적인 감성을 더함으로써 관객들 역시 따뜻하게 포용하는 힘을 보여준 것이다. 이 작품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다시금 그의 진가를 확인시켜 주었고, 그야말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과 뜨거운 감동이 무엇인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다시금 그러한 시선으로 관객에게 찾아 온 그의 영화 [체인질링]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가슴과 손길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뜨거운’ 영화이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크리스틴 콜린스’. 그녀에게는 9살 난 아들만이 삶의 유일한 이유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바쁜 생활로 인해 그녀는 어린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함을 항상 안타까워한다. 그 날도 그랬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켜주지 못하고, 일을 하러 나간 크리스틴. 일을 마치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 왔지만 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영화 [체인질링]은 1928년, 미국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정받는 직장까지 지닌, 지금으로 따지면 당당한 ‘싱글맘’인 크리스틴 콜린스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체인질링]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한 한 어머니의 강한 의지와 세상과 맞서는 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보여주었던 시선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여 보여준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생명력과 강인함을 스포츠 선수에서 어머니의 모습으로 둔갑 시켰으며, ‘안락사’라는 소재를 통해 바라 본 생명과 사회적 편견에 대한 질문을 안일하고 이기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이 그것이다.
영화 [체인질링]이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뜨겁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실화라는 점에 있다. 아들의 실종과 함께 다급하게 경찰서로 달려 간 크리스틴은 실종 사건의 경우 24시간 후에야 신고가 가능하다는 황당한 답변만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고통과 악몽 속에 지내오던 크리스틴은 5개월 만에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토록 간절하게 기다렸던 아들이었지만 크리스틴의 삶은 그로인해 더욱 큰 고통 속으로 빠지게 된다. 경찰이 데려온 아이는 바로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찾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찰의 태도와 상황의 변화는 관객들에게도 커다란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말하지만 경찰은 어느 누구도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에게 아들의 양육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심지어 정신병 환자로 몰아 병원에 강제수용하기에 이른다.
시장의 권력을 업고, 공권력을 남용하기에 이르는 1928년의 LA는 지금의 모습과도 닮아 있기에 영화 [체인질링]이 보여주는 현실은 더욱 애타기만 한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찰은 끊임없이 터무니없는 설명과 이론들로 크리스틴을 설득하고, 거기에 굴복하지 않는 그녀에게 가하는 공권력 역시 잔인하기까지 하다. 어머니로서의 진심과 아픔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권위 세우기와 거짓을 덮으려고만 애쓰는 경찰의 모습은 우리나라 영화 [추격자]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 이기적이고 안일한 경찰의 태도와 정신병원에서 행해지는 처참한 인권유린은 경악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야말로 공권력의 남용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소름끼치도록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체인질링]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한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개인과 부패한 사회의 대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시선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관객들 역시 극중 크리스틴과 함께 분노하게 하고, 아파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칫 무겁고, 딱딱해질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어머니로서, 여자로서, 나아가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인간이자 개인으로서 공감하며, 실감하도록 해주는 것, 이것이 영화 [체인질링]의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평소 LA 경찰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데 앞장 서왔던 브리그랩 목사는 크리스틴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되고, 그녀를 돕는데 앞장서기로 한다. 브리그랩 목사의 도움으로 기자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아들을 찾기 위해 하나씩 준비해가는 크리스틴은 더 이상 두려움과 슬픔에 아파하던 그 모습이 아니다.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요, 진실을 위해 거짓된 사회와 맞서는 당당한 인간인 것이다. 여기서 관객들은 안젤리나 졸리가 보여주는 진심어린 연기에 놀라게 된다. 도톰한 입술과 육감적인 몸매로 팜므파탈 이미지의 대명사이자, [툼 레이더]를 통한 여전사의 대표적 아이콘이기도 한 안젤리나 졸리. 하지만 영화 [체인질링]의 크리스틴 콜린스로 찾아 온 안젤리나 졸리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커다란 눈망울에 맺힌 눈물은 그녀를 뜨거운 모성애의 어머니로 만들어 주었고, 강렬하고 당당한 표정은 강인한 의지와 정의로 가득 찬 여성의 모습을 멋지게 표현해냈다.
안젤리나 졸리 특유의 허스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극중 크리스틴의 다급하고, 애타는 심정을 잘 드러내준다. 무엇보다 안젤리나 졸리의 표정과 눈빛만을 클로즈업 하여 극중 크리스틴의 심리를 보여주는 몇몇 장면은 그녀의 연기가 주는 힘과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실제로도 입양 등을 통해 아이들의 엄마로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이기에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모성애가 더욱 뜨겁게 와 닿는지도 모른다. 200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녀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 주었던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오랜만에 차분하고, 감성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이 내심 반갑기도 할 것이다. 나지막한 허스키 보이스와 차분하고 강한 눈빛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울려주는 안젤리나 졸리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연기야말로 영화 [체인질링]이 전해주는 가장 큰 감동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틴과 브리그랩 목사의 노력을 강압적으로 무마시키려던 경찰은 의외의 사건이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의 분위기 역시 이 사건과 더불어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자칫 무료하고 지루하게만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의 양상을 긴장감 넘치도록 해주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 수용된 정신병원 내에서 갖가지 인권유린과 협박에 시달리던 크리스틴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어렵고도 험난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급속도로 이야기의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한 여성의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일순간 부패한 사회에 대한 저항이 되고, 그것은 다시 세상을 변화 시키게 되는 도전으로 커지게 된 것이다. ‘크리스틴 콜린스’ 사건은 일파만파로 LA시민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더 이상 그녀 개인의 문제가 아닌 LA 시민 전체의 문제가 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짧은 법정 스릴러로서의 긴장감까지 더해주는 후반 30여분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140분이라는 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큰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리듬감 있는 구성으로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도록 해준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오랜 시간에 걸친 사건과 한 인물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응축하여 담아내는 데에는 140분이라는 시간 역시 짧다는 느낌이 든다.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과 거기에 대항하는 주인공, 새로운 사건의 등장과 그것을 통해 얻게 되는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승리는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드라마틱하고,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지만 인간 승리 드라마와 사랑보다 더 깊고 진한 인간애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어머니로서, 여성으로서가 아닌 부당한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험난한 싸움과 우여곡절 끝에 얻어 낸 그녀의 승리는 영화를 본 사람들로 하여금 진한 페이소스를 체험하게 하지만 마지막 순간 얻어지는 여운의 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그 강도가 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크리스틴 콜린스의 마지막 대사와 뒷모습은 사람들에게 가슴을 내리치는 뜨거운 여운보다 그녀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더 강하게 던져주는지도 모른다.
삶의 연륜은 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멋진 영화적 소스가 되어 준다. 그것은 억지로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 스스로가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들은 그가 배우로서 내뿜었던 카리스마보다 더욱 강렬하고, 진한 맛을 우려낸다. 영화 [체인질링] 역시도 그 깊은 맛을 관객들 스스로가 느끼고, 빠져들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의 진심 어리고, 뜨거운 연기는 그 맛을 더욱 진하게 해준다. 영화는 거짓말도 진짜처럼 믿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영화가 담아내는 진실은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과 깊은 메시지로 가슴에 자극을 준다.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또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역시 모두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슴으로 느끼고, 얻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법이다. 뜨거운 진심이 담긴 영화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가슴의 힘은 더욱 그러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체인질링]은 오랜만에 그것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진실, 그 누구는 꼭 바꿔 놓아야 했던 현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 바뀌게 되는 마음의 움직임까지 전해주는 [체인질링]의 뜨거움을 꼭 한번 느껴보기 바란다.
.....................................줄리아 러브님의 리뷰에서.....
첫댓글 음.... 늘 강한 여전사 역할만 봐왔던 안젤리나 졸리가 괜찮을까... 내용은 괜찮은 영화인데 지난번 원티드처럼 낚이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
요거 어제 예고봤는데 볼만할거같던데.........시간되면 보러가야쥐
저더 어제 예고 봤었는데.. 보고싶더라구요...
재밌겠다 다음주 영화모임 이거봐여??
무지 고민중,,, 유감스러운 도시, 체인질링, 적벽대전2등등....^.^
한국영화를 정모에~~,,ㅋ,,
체인질링 평점이 장난 아니네....10점에 가깝다는~~ 알바가 썼는지는 몰라도...
실화라니깐 더 끌리는듯~~
무엇이 진실인가 혼란의 시대, 허상이 진실을 가려버리는 요즘우리시대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네요.꼭 봐야겠습니다.
체인질링에 한표 ㅎ
보거스 너 맘대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