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목감기로 고생하는 딸과 매일 카톡으로 소통 중이다. 양성 확진 판정으로 자택격리를 하며 분투 중인 딸과 오늘도 소통 중 자가 진단키드로 손주를 검사한 결과를 전송해 왔다. 붉은 막대 하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아래에 또 하나의 붉은 막대가 서서히 붉어지면서 드러난 것이다. 지속적으로 검사를 시행하여도 음성이 나왔었는데, 결국 양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한 사나흘 견디기 힘든 인후통을 비롯하여 가래와 기침으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참 딱한 노릇이다. 딸은 아픔의 시간에서 서서히 미약하지만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 손주가 걸린 것이다. 딸이 전해 오는 목소리를 통하여 어미로서 자책하는 기운이 묻어났다. 자신이 일으켜 놓은 불상사라는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직접 경험해 보았으니 그 고통의 순간을 익히 경험해야 하는 아들에 입장이 가슴이 아픈 모양이었다.
다음날 걱정이 되어 딸에게 아들 증세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음식을 삼키면 약간의 이물감을 느끼는 것 이외에는 전혀 증세가 없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전혀 증세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더니 손주 또한 그런 분류의 확진자가 된 것 같아 안심이 되었지만 조금 더 살펴야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루 자꾸 딸을 통해 손주의 증세를 묻는 것이 딸에게 자책의 그늘을 지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손주와 직접 소통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손주 카톡방에 토막글을 하나 만들어 보내주었다. " 주혁아! 할아버지다. 좀 어떠니? 견딜만하니? 이렇게 묻자 답신이 떴다. "할아버지 음식 먹을 때만 목에 잠시 걸리는 기분만 있어요" 통증도 없고요" 참 다행이었다. 그다음 날 다시 소통, "음식 맛을 느낄 수 없어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아요" 현재 손주는 이런 증세뿐이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제발 이렇게만 진행되다가 7일 정도 지나 소멸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하며 소통을 끝냈다.
소통을 끝낸 후 코로나 바이러스19 출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역질에 대한 메모나 진행사항을 기록해 둔 스크랩 자료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면서 전후에 대한 소회를 적어 둔 기록도 찾아 천천히 묶어서 정리해 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생물학자들의 견해를 간추려 놓은 자료도 꺼내고... 인류의 역사 중에 출현했던 역질의 출현 시기 진행속도 소멸시기와 그 피해의 범위 등도 챙겨 보았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러나 자연의 경계와 인간의 삶의 경계는 서로 명확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을 모태삼아 익히고 배우며 자연경계 밖에서 인간의 경계선을 둘러치고 가축이나 농수산물을 수확하여 먹고 살아야 한다. 자연은 자연대로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숲이라는 자연의 경계 안에서 숲을 구성하는 종들끼리 자유롭게 숲의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종교적 입장에서 표현한다면 바로 창조적인 질서가 된다. 모든 생명체들의 생멸과 진화는 자연의 질서에 의하여 진행되면 아무런 탈이 없는 것이다. 인간의 환경 또한 섭리의 원형대로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면 될 일이지만 탐욕의 팽창이 인간의 경계를 스스로 무너트리고 자연의 경계를 허물면서 생성된 것이 바로 인간을 공격하는 역질인 것이다.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는 더 많은 소비를 불러왔고 불필요한 탐욕은 지구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을 허물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