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나는 이 종업원에 의해 또 코코아를 권유받고 있다.
[머리 만져주는 남자 김 지구] 명찰을보니 이름은 김지구 에 명찰색은 하얀색
이름이 왜이래 김지구? 왓더 퍽
'홀짝홀짝'
"어때?맛있지?"
그래도 성심성의껏 열심히 탔으니까 내가 먹어주고있는데 그모습을
유심히 쳐다본다 뻘쭘하게.. 코코아가 거기서 거기지 맛있는게 어딨고 맛없는게 어딨냐
"예 맛있네요"
"맛있어야지 만원짜리 코코아가루거든"
표정은 마치 칭찬해달라는듯한 강아지의 얼굴을 해서는..
뿌듯하니..?그래..맛있다고 쳐줄게..불쌍한영혼아..
'딸랑'
코코아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머리만져주는남자' 미용실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누가 들어오자마자 시원한 향이 코끝에 와닿는다.
이 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봤는데,
"머리좀 자르려고왔는데요"
<3>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쪽으로 돌아간 내 눈
아뿔싸, 뒤돌아보지 말걸 그랬다. 그냥 이 코코아나 홀짝 대면서
김민아를 데리고 나갈걸..
문을 열고 들어온건 다름아닌 내 남자친구..였던
개 망할자식 김연호였다.
"왜그래?"
김지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절대 나를 보지마쇼 하는식으로 쇼파에 파묻으니
어지간히 이상해보이긴 이상해보였을거다.
"..아..말걸지말아봐요 잠깐만"
속닥속닥 거리는 내 목소리가 안들리는건지 목소리를 높여버리는 망할놈
"응?왜? 왜말걸면안돼?"
아 거참 징그럽게 짹짹대네 참새도아니고
말걸지 말라고요 저기 김연호있다고요 이쪽보면 어쩔라고그래요
"어느분이 머리자르실거예요?"
"아, 저요"
노란언니가 김연호에게 다가가서 머리자를거냐고 물어보는데 순간 나도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이 꽂혀버렸다. 활짝 웃으며 의자에 앉는 김연호
진짜 넌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구나,
나는 정말 힘든데.. 니 편지 하나하나 태우는것도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할까
물론, 닿을수없는 말이지만..
옆에 보란듯이 7반의 이쁘다고 그 유명한 장연아를 껴놓고는
히히덕대는 꼴이란 , 진짜 오늘 재수 오지라게 없다 학교에서는 다른 층을 써서
마주칠일이 별로 없는데 오늘같이 재수없는날은 처음이야
김연호가 5번자리에 앉기까지 김연호에게서 눈을 못떼는 나를 눈치챈건지
아니면 눈끝에 매달려있는 눈물을보고 눈치챈건지는 모르겠어도,
"도와줄까"
라고 작게 말한다, 뭘 도와준다는 얘기야?
내가 이해를 못하고 아무대답도 안하고 있자 답답했는지
"도와줄게"
라는 말과함께 갑자기 내옆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5번자리로 가던 검정색 머리의 종업원에게 뭐라고 속닥속닥 거리더니
이내 검정색 머리의 종업원이 호탕하게 웃기 시작한다.
무슨 귓속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지금 김지구와 검정색머리가 뭔 작전을 짠건 분명했다.
뭔..뭔 짓을 하려는거지 왜 불안해지는거지
분명히 김지구씨는 VIP 회원의 머리카락만 쳐 자른다더니 무슨심보인지
어딘지 모르게 살기를 띈 미소와 함께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라며 재수없게 어퍼컷 날리고싶은 싱글벙글한 김연호의 목에 천쪼가리같은걸 씌운다.
"아예, 그냥 기장만 잘라주세요 3센치정도?"
머리 자르지 말지 김연호 너는 그게 더 멋있는데 내가 맨날 니옆에서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 '연호야 너는 조금 긴머리가 제일 멋있어 그러니까 절대 자르지마'
안타깝게도 장연아의 취향은 조금 짧은 머리였나보다, 나와는 정 반대로.
그렇게 김연호를 맡은 김지구씨가 머리를 다듬기 시작한다.
장연아는 그런 김연호를 사랑스럽다는듯 쳐다보다가 날 알아채리지 못했는지 내 옆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더니 옆에있던 잡지들중 하나를 골라 꺼낸다.
잡지를 보는데 망할년 인생이 화보인지 뭘해도 이쁘다 너도 머리빨일거야 망할 계집.. 확 머리 잘라버릴까보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저 거지 같은 것 들과 눈이 마주친다면 정말 뻘쭘한 상황이 될거 같아서
아직도 에어컨앞에서 사경을 헤메고있는 김민아를 데리고집에가려고 일어난순간,
"기장 자르는데 바리깡이 필요해요?"
"그냥 입다물고 계시죠 손님 저는 손님이랑 대화하면서
머리를 자르면 꼭 망하더라구요 울프컷도 반삭으로 샤기컷도 반삭으로
되더라구요."
..어딘지 모르게 수상해뵈는 김지구와 김연호의 대화
채 몇초도 지나지않았는데 들리는 김연호의 비명소리
"악!!이게뭐야!!!!!"
"어머 실수 것봐요 손님 말걸지 말라니깐"
김연호의 발악에 미용실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쪽으로 일제히 시선을 고정시켰...는데?
그순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않고 어느순간 귀두컷이 된 김연호의 머리를 보면서
정말 자지러지게 웃어 재꼈다, 김연호가 날 알아보던 말던간에
김연호는 뭐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아 이딴미용실이다있어!! 내머리 어쩔거야!!! 경찰데리고 올거예요 연아야 가자!!!"
라는 윽박을지르고는 미용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놓고는 이곳을 떠났다.
웃기긴 웃겼으나 사실 김연호는, 귀두컷해도 멋있다
콩깍지..제길..
김민아도 어지간히 웃기긴 웃겼는지 에어컨에서 몸을떼고 쇼파에서 구르고있었다
민아야 여기는 너희집이아니라 미용실이야 이제집에좀가자..지옥불구덩이에 던져버리기전에..
가방을 메고 김민아에게 손을 뻗으려 하는순간 갑자기 내 두피가 어느 모를 압력에의해
잡아당기는것이 느껴지는게 기분이 확 상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김지구씨가 서있었다.
"복수는 이렇게 하는거야 3층소녀"
라고말하면서 싱긋 웃는데.. 뭐랄까 그러니까 조금, 아주 조금 멋있다고 치자
순간 김연호를 망가트려준 거에 대한 보답으로 진짜 조금 멋있었다고 생각했다.
왜 두근대는지 모르는 가슴을 붙잡고 '머리만져주는 남자' 의 문을 열고 나섰다.
'터벅 터벅'
"잘가셈"
"내일은 보지 않을수있도록..비나이다..비나이다.."
나도 널 보지않았으면..
김민아는 오른쪽으로 들어가야하는 아파트에살고
나는 왼쪽으로 들어가다보면 나오는 주택에 산다 다행이다-이적
집이 같은쪽이 아니여서..
김민아랑 시내를좀 방황하다가 와서 인지 8시가되서인지 어둑어둑하다
벌써 집앞에 가로등이 켜져서인지 평소에는 어두웠던 골목이 조금 환하다.
가로등앞에서 그러니까 더 정확히말하자면 우리집 문앞에 기대있는
그림자, 키가 꽤 커보이는게 누굴기다리는진 몰라도 잘생겼다고 생각하고있는데,
"오소리?"
라는 말과함께 내쪽을 향해보는 사람.
..
제발 내 눈이 잘못된거길 빌었다.
하지만 역시 내가 중심으로돌아가는 세상은 엿먹을 세상 빌어먹을세상!!!!
김연호,였다 내 이름을 부르며 우리집 앞 담벼락에
기대어 서있던 그 남자는.
- 머리 만져주는남자 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