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오며 지나 왔던 옛길을 달렸다. 돌아감은 그리움을 스친다. 그리움은 아쉬움보다 먼발치서 가까이 다가온다.
시골 새도로는 구간단속으로 변했다.
삶도 속도조절이 절실히 요구된다. 젊음은 젊음대로, 늙음은 늙음대로...
엇그제 고향 옆동네 귀촌한 친구는 휴가에 올 손자녀 위해 인공수조에 물을 채운다고 들었다. 보람있는 귀향이다.
소먹이고 정자나무 왕매미를 잡았던 어린시절, 뚝너머 모래밭서 씨름하고, 강물에 뛰어들며 물고기를 잡았다.
해마다 먹구름낀 하늘이 푸르르면 짝찾던 매미가 사라지고, 빨간 고추잠자리 날아들었다.
아이는 어른으로 상장했고, 육신 늙은 노인이 되어 지나간 세월을 되묻는다.
떠나온 고향은 나의 마음이 돌아갈 곳이다. 그러나 그곳은 금의환향을 거부하고, 돌아감의 마음 묻힘도 그러한 모양새다.
거머리 피빨리며 모내기 하던 들판엔 곤충무리 내쫒는 기계들이 몰려들고, 피사리하던 중년의 농부들은 골프치려 떠났단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다. 마을 이름 바뀌고, 물길마져 변해있다.
늘어난 집에 줄어든 사람들, 그속에 반가운 얼굴들은 얼마나 살아 남았을까?
여동생의 병을 핑계삼아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달려갔다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새삼 부러움을 느낀다.
선듯 다가서지 못함이 얄굿고 아쉽다.
고향마을 지나며 지친 육신 홀로두고, 애틋한 속마음만 옛고향을 찾아든다.
고향무정/오기택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산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있네
새들도 집을 찾는 집을 찾는 저산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바다에는 배만 떠있고
어부들 노랫소리 멎은 지 오래일세
(빌려온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