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엘보
지난주 일요일 오랜만에 테니스월례회에 참가했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옆에 앉은 경찰관 형님이 말을 건다.
“이박사, 6개월 정도 되었는데 팔이 아파서 공을 칠 수가 없다.”
“이런, 환자와 게임을 해야하는 거예요? 하하하”
역시나 손목과 엘보에 밴드를 두 개나 감고 있다.
“치료는 안받으세요?”
“내일 스테로이드 주사 맞으러 갈거다.”
“형님, 지금 게임에 들어가야하니깐, 저를 따라서 해보세요.”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아서 팔뚝 근육을 쭉 스트레칭하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따라하게 했다.
“아픈데?”
“팔뚝근육이 굳어서 아픈 것이니까 자꾸 하면 풀립니다. 해보십시오.”
손목을 스트레칭하는 팔꿈치를 보니 손목과 팔꿈치가 100% 펴지지 않는다.
엘보환자는 반대측 팔꿈치와 비교해보면 팔꿈치가 100% 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6개월전에 팔이 아프게 된 사연부터 원인, 유튜브를 통해 배운 운동을 열심히 했고, 이런 저런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쉬지도 않고 말을 하신다.
‘아니, 대체 나에게 상담을 받겠다는거야, 아니면 자기 하소연하겠다는거야?‘
이 형님의 사고를 먼저 바꾸는게 우선이겠다 싶어서 설명을 시작했다.
“형님, 엘보에 염증이 왜 생겼을까요?”
“그거야, 많이 써서 그렇지”
“형님, 그 말이 사실이라면 투어경기를 뛰는 나달이나 조코비치 페더러 같은 선수들은 팔꿈치가 아작이 나서 남아나질 않게요?”
“......”
일견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못한다.
처음 나에게 상담을 할 때는 본인이 유튜브를 통해 배웠던 장황한 지식을-물론 허무맹랑한 지식이었지만- 나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듯 쉬지않고 말을 하던 그 입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형님, 멀쩡한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팔뚝에 있는 근육이 굳어있는 상태에서 테니스를 쳤기 때문입니다. 염증이 생긴 힘줄에 침을 놓던, 주사를 놓던, 충격파를 쏘던 치료는 안됩니다. 아니, 힘줄에 염증이 생겼는데, 그 부위를 자극하면 염증이 더 생기지 어떻게 낫겠습니까?”
“이박사는 엘보 치료할 수 있나?”
“내일 펭귄에 한번 오십시오. 제가 치료해보겠습니다. 3번이면 끝납니다.”
당연히 안믿는 눈짓이다.
6개월을 치료한 엘보를 3일만에 치료한다는 옆에 앉은 미친놈 말을 안믿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형님, 제가 8년간 교수했던거 아시죠?”
“그럼 알지”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된 학자라는 것도 아시죠? 이런 제가 머릿속에 의학지식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겠습니까? 근데 내 머릿속에 있는 의료지식으로는 전혀 치료가 안됩디다. 그래서 제가 입만 열만 하는 소리가 ‘현대의학을 바꿔야한다’고 하잖아요. 의학책의 내용을 바꿔야합니다.”
이쯤되면 ‘이놈이 잘나도 어느 정도껏 잘난척해야지 미친놈이다’ 라고 여길 것이다.
순간 얼굴에 떨떠름한 표정이 보인다.
“내일 00재활의학과 0원장한테 주사맞으러 간다고 예약해놨는데, 안가도 되나?”
“안맞으셔도 됩니다.”
“좋다. 내일 몇시에 가면되나?”
“오전에 오십시오. 오전에 편한시간에 오시면 됩니다. 3일만에 치료 못하면 그 이후부터는 돈 안받겠습니다. 대신에 한번만에 나으면 3회 치료비를 다 주셔야합니다. 하하하”
왠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었을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난 진실을 얘기했을 뿐이고,
믿고 말고는 당사자가 판단할 일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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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10시쯤 내원하셨다.
“잘 오셨습니다. 원장님 진료 받으시고, 물리치료실에 오시면 제가 도수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접수 후 원장님 진료가 끝난 후 물리치료실로 넘어왔다.
도수치료를 시작했다.
설명이야 어제 다 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가타부터 언급없이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경찰관으로 오랫동안 근무를 한분이고, 체격도 만만치가 않아 팔뚝 근육이 내 허벅지만했다.
그렇게 30분의 도수치료를 끝내고 팔을 탁탁 쳐보라고 했다.
엘보가 심한 환자는 팔꿈치가 약간 구부러져있는데, 팔꿈치를 굽히는 근육들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엘보가 100% 펴지지 않고, 통증이 있다.
여전히 왼팔꿈치처럼 100% 펴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호전되어보였다.
형님도 팔이 많이 나았다고 기분좋은 소리를 해댄다.
테이블에 걸터앉게한 다음 테이핑으로 마무리를 했다.
“형님, 내일 오시겠습니까?”
“내일? 내일 와도 되나?”
“네, 자주 받을수록 회복이 더 빠릅니다.”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3일 만에 마무리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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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수요일 세 번째 치료를 했다.
“이번 주말에 테니스장에 뵙시다.”
척추를 바로세우거나 탈출된 추간판을 원상복구시키거나 혹은 꼬부랑허리를 바로 펴는 것에 비하면 테니스엘보는 난이도가 20% 정도라는게 필자의 임상경험이다.
테니스엘보가 왜 생기는지, 정확하게는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중간에 있는 힘줄에 염증이 왜 생기는지 모르니 이런저런 치료를 해도 실패하게 된다.
많이 써서 염증이 생긴 것이니 쉬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약을 먹어도 안나으면 침을 맞고, 침을 맞아도 안나으면 주사를 맞고, 주사를 맞아도 안나으면 스테로이드를 맞고,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안나으면 깁스를 하고.... 부항을 뜨고, 괄사를 하고, 초음파를 하고, 충격파를 하고, 마사지를 한다.
썽이 잔뜩나서 염증이 생긴 힘줄을 자극하면 염증만 더 생길 뿐이다.
생긴 염증이 제거되지 않은 채 팔을 계속 사용하면 석회가 생긴다. 이 질환이 화골성근염이다. 이쯤되면 회복은 아예 불가능하다.
더 늦기전에 도수치료 받으면 된다.
도수치료라고해서 아무나 치료해내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테니스엘보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를 아는 치료사를 만나야한다.
그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끝.
앞서 언급한 힘줄에 석회가 생긴 화골성근염이 아닌 경우 평균 치료횟수는 3번이면 된다.
글을 마무리하며,
더러 도수치료비가 비싸다고 말을 한다.
치료사가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평균 30분이 소요되고,
하루에 평균 10명을 치료할 수 있다. 10명을 초과하면 그 피로가 다음날로 넘어온다. 주말이 되면 온 몸이 녹초가 된다. 이렇게 해서는 도수치료사로서 몇 년 일할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러니 치료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치료시간이나 투입되는 체력에 비하면 그리 비싼편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반대로 의사가 주사를 놓는다면 하루에 몇 명을 치료할 수 있을까?
최소 50명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한명당 2만원+청구로 1만5천원=4만5천원이며, 하루 50명이면 2백2십5만원이다.
나는 물리치료사이지만, 병원경영자다.
의사의 주사치료가 그렇게 효과적이고, 도수치료보다 뛰어나다면
내가 왜 물리치료사를 고용하겠는가?
원장인 의사만 있으면 되지.
주사가 안되니깐 물리치료사를 고용한 것이고,
물리치료사가 하는 도수치료를 넘을 수 있는 치료가 없으니 고액의 급여를 주면서까지 도수치료사를 스카웃해서라도 모셔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2023년 7월 12일
물리치료학박사 이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