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도 채플에서 드리는
민족 참회의 기도
생명의 주인이시며 생명 자체이신 하느님 아버지시여
아직도 아물지 않은 분단의 땅, 최전선 강화도는 오늘 아침
짙은 안개 속에 묻혔습니다.
메마른 갯벌을 가득 채우며 생명의 숨결로 넘실대던 밀물 바다도
갯배다 건넛마을도 안개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짙은 안개 속 수묵담채의 흐린 붓 자국과 같이 선경에 든
채플 앞 상수리 우듬지에서
‘쓰윅 쓰윅’ 청아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쑥새 한 마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우고 있습니다.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
강화도의 첫 기항지 동검도는 무채색 허공 속
절해고도의 안개 섬이 되어 있고
섬에 유배된 듯한 심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나도 또 하나의 섬이 되어 끝없는 안개 바닷속으로
들고 있습니다.
내 생명의 주님이시여. 당신 앞에 숨어드는 이 부끄러운
제 마지막 남은 생명은 닳고 낡아 빛바랜 사랑이오나 아직도 뜨거운 당신 숨결로
남은 이 생명은 당신께 돌려 드려야 할 제 마지막 유산입니다.
주여, 저에게 이 생명이 욕되지 않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무례하고 오만한 제 깊은 아집과 유보 할 수 없는 아만의 굴레에‘묶인 이 굵고 완강한
쇠밧줄을 번쩍이는 벼락으로 내리쳐 끊어 주소서
오늘 이 평화로운 아침에도 지구 한 편에서는 잔혹한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고 있사오니
주여, 당신의 생명으로 넘쳐나고 있는 이 세계의 심장에 칼을 꽂고 못을 박는 이들의 손에서
칼과 못과 미사일과 탱크를 빼앗아 주소서
부모와 형제들을 갈아 놓고 그 피눈물을 담보와 인질로 삼아 권력과 이념의 야욕을 탐하던 분단 70여 년을 살아 온 못난 이 민족의 죄를 용서하시옵고 금강 불보다 더 무서운 번갯불을 내리시어 천박한 무지와 잔인한 욕망의 철책을 거두어 주소서.
동족상잔이 일어난 지 74년, 이 길고 잔인한 갈등을 멈추게 하소서. 자주적으로 하나 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갈라져 싸우다 강대국의 이념과 세력 팽창 야욕에 꼭두각시가 된 이 민족을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 민족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
그리고 주여, 잃어버렸던 자긍심과 자존감을 되찾아 주시고 피눈물과 땀으로 둘러쳐진 세월의 녹슨 증오의 철책을 이제는 끊어 주소서,
“이에는 이빨로 눈에는 눈으로” 무지의 불목 응징으로 이빨이 빠지고 눈이 먼 이 민족의 갈가리 찢긴 심장을 꿰매어 남과 북이 죽음의 계곡을 떠나 삶과 생명의 들판으로 나서게 하소서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의 대상으로 철천지원수로 상대와 담을 쌓으며 힘으로 대결하려는
야욕을 멈추게 하시고, 굶주린 백성의 피눈물로 만든 미사일을 끊임없이 쏘아대고 오물 풍선으로 천륜의 인간 존엄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제발 멈추게 하옵소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이 땅이 이토록 황폐한 정신과 천박한 증오의 야심으로 눈먼 양심의 선조가 되지 않도록 주여, 지금 여기 저희에게 분별의 능력을 허락하소서.
자비로우신 생명의 주님이시여
이 모든 우리 민족의 죄와 업보에는 우리 모두의 죄가 점철되어 있음을 깊이 크게 뉘우치며
오늘 주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우리의 죄와 허물을 참회 드립니다.
주님, 우리의 민족은 너무 오랜 세월 동안 갈등과 분열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그 갈등과 분열을 방조하고 함께했던 우리의 죄와 잘못을 용서해 주소서
닫힌 마음을 열어주지 못하고, 우리를 갈라놓은 원수와 분열의 담을 쌓는데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한 몫을 택하여 일조했으며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에도 수수방관하며 오히려 맘몬에 눈길을 돌려 당신의 정의를 바로 지켜 내지 못한 저희 죄를 참회하오니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소외되고 외롭고 잊힌 이들이 사랑 안에서 화해와 평화를 찾도록 인도해야 할 순간에도 이들을 외면했고 무관심했던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
그리스도의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정의와 사랑, 진리와 자유를 기반으로 인간존엄성과 인권 존중을 지켜 내지 못한 우리의 비겁함과 어리석음을 참회하오니 주여, 저희를 용서하소서.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투신해야 할 저희가 그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죄를 주여, 참회하오니 용서를 베풀어 주소서
끊임없는 무기 경쟁에서 무기 판매를 통해 국가적 부를 창출하는데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는 우리의 어리석은 무지를 참회하오니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그 무엇보다도 모든 자연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하면서도 수수방관하며 모든 생명이 지닌 생명권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우리들의 편리와 이익만을 취하며
저희는 당신의 창조물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하며,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안겨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오니 주여, 저희 죄를 용서해 주소서
우리의 말과 행동이 당신의 사랑을 반영하게 하시고,
우리가 가는 곳마다 평화가 피어나게 하시옵소서.
주님, 저희는 땅에 엎디어 당신의 자비를 구합니다.
우리의 무가치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용서할 수 있도록 저희를 도와주시옵소서
주여,
미움과 분노에서 우리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시고 사랑과 화해로 채워주소서.
정의의 하나님, 당신의 정의가 이 땅에 강물처럼 흐르게 하소서.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게 하시옵소서
우리의 행동을 통해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시어
생명의 본질이 사랑임을 알게 하시고, 당신이 영원하듯 그 생명이 영원함을 알게 하소서
주여, 저희 모두가 상처를 치유하고, 당신 품으로 들게 하소서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옵소서.
주님, 이 시대의 모든 전쟁과 갈등을 종식하고,
세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이루기 위해 당신의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저희가 당신의 사랑을 실천하며,
평화의 도구로서 세상에 희망과 화해를 전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소서.
주님, 우리의 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갈등과 분열의 고통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그 상처를 치유하고, 당신의 사랑 안에서 화해와 평화를 찾기를 원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셔서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할 힘을 주시옵소서.
당신의 사랑이 우리를 가득 채워, 우리를 갈라놓은 원수와 분열의 담을 허물게 하소서.
남과 북, 서로 다른 이념과 입장으로 나뉘었던
우리의 마음속에 화해와 용서의 씨앗을 심어주시옵소서.
그 씨앗이 자라나 이 땅에 평화와 화합의 열매를 맺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우리의 기도가 당신의 귀에 닿아 이 민족이 하나 되게 하시고,
증오와 불목을 넘어서 참된 사랑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당신의 사랑을 통해 서로를 섬기고 이해하며,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죄를 용서하시옵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특히 뿌리 깊은 대결로 증오로 점철된 된 이 민족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증오와 불목을 넘어서 참된 사랑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당신의 사랑을 통해 서로를 섬기고 이해하며,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소망의 하느님, 우리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소서.
인류 말살 생명 멸종의 위험의 징조가 드리운 이 어두운 시기에
죄 많은 저희가 당신의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절망의 순간에도
끝까지 당신은 저희를 선으로 이끄시고 악을 선으로 이기시는
정의와 자비의 하느님이시여
이 절망의 시기에 저희가
주님의 평화에 대한 소망을 붙잡게 하시고
평화의 길로 우리를 주님의 사랑으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오늘 우리는 남북한의 평화를 위해 기도드리오니
주님께서 우리 앞에 놓아주신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걸어가도록
우리를 한 민족으로 연합시켜 주소서.
비록 작더라도 우리의 노력을 축복하시고, 그 노력이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하십시오.
당신의 평화가 온 세상에 퍼져 마음과 나라를 변화시키기를 바랍니다.
국가와 민족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잔혹한 시대에 우리 죄를 용서하시옵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특히 뿌리 깊은 대결로 증오로 점철된 된 이 민족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우리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주 앞에 나아옵니다.
분단의 철책이 가로놓인 강화도 동검도의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