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넓은 길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
*출처: 『꽃이 그늘을 아파하랴』, 이을출판사. 2023
양광모 시인 https://blog.naver.com/ibebe7/223268508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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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 기옥경
며칠 전 끝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 확인란에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란 문구가 선정되었다.
그 숨막히는 공간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와 조건들에 부합되어 시의 일부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시험이 끝난 이후에 이 시의 전문을 보고
한 명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만 있다면
이 시가 세상에 나온 자기 몫은 충분히 달성한 듯 싶다.
설령, 새벽과 함께 열린 길이 매끈한 고속도로가 아니라
상처에 베이고 피가 철철 흐르는 흙바닥이더라도 그 길마저도
인생의 손금처럼 한 줄씩 길을 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있을까?
새벽녘 마음 넓은 길에 서 있을 이름 모를 수험생들!
아니, 인생의 시험 길에 오른 수많은 사람들이
시 한 편 읽고 해처럼 떠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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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 확인란에 선정된 문구
한겨레 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6557.html
첫댓글 참 어른스러운 동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