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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1 유럽여행 ★ 원문보기 글쓴이: 21C형 Pilot
3년전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나는 싱가포르에서 자정에 떠나는 비행기로 멜버른으로 가고 있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쳤는데 워낙에 버스, 비행기나 기차 등에서는 잠을 못자는 체질인지라
7시간의 비행시간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 때는 여행이고 뭐고 일단 숙소에 들어가서 편히 잠이나 좀 자야겠다는 생각을 비행내내 했다.
물론, 환상적이리만큼 시원한 멜버른의 공기는 이런 나의 생각을 싹 가시게 해주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다행이도,
3좌석을 모두 차지하고 누워갈 수 있었기 때문에 좀더 홀가분한 마음을 갖을 수 있었다.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자 마자 나는 뒤좌석으로 가서 누웠고,
안타깝게도 비행기가 이륙도 하기 전에 자동으로 잠들어 버린 고테츠는,
그냥 그 자리에서 영원히 잠들어 버릴 기세로 앉아있어야만 했다.
시드니까지 타고간 기종은 보잉 747-400, 줄여서 B744라고도 한다.
흔히 점보라고도 불리우는 이 기종은 이제 항공기 기종 사이에서는 큰형님격이다.
아직도 장거리 노선에 많이 투입이 되고 있지만 A330 이나 B777등의 신기종이 나오면서
이제는 노땅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제 B787 과 A380이 나온다면 이 큰형님의 신세가 또 어떻게 변할런지 모르겠다.
난 이 기종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상대적으로 새로 나온 기종들에 비해 좌석이 좁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까지 B777의 좌우로 넓은 좌석에 만족했던 고테츠와 나는
이 비행기를 타지마자 갑갑해 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몇시간이 지나고, 이제 날이 밝아왔다.
시드니에는 오전 9시 55분 도착예정이었지만,
우리는 예정시각보다 약 30분 정도 빨리 시드니에 도착했다.
<날개 아래로 보이는 시드니 하버브릿지>
<시드니 다운타운>
<착륙 직전>
출국하기전 yahoo.com.au 에서 우리의 여행지 날씨를 모두 검색해봤는데,
첫 여행지인 브리즈번과 바이런배이에는 폭우와 폭풍이 불고 있어서 걱정을 했다.
일기예보는 틀리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내심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싱가포르에서 트랜스퍼(Transfer :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는 것)하는 시간 동안 다시 호주 야후 사이트를 가보니,
퀸즐랜드 지방의 기상이변에 대한 기사가 메인에 떡하니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브리즈번의 경우 도시라 크게 날씨에 구애받지 않았지만 바이런배이의 경우는
바다를 끼고 있는 산을 하이킹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바이런 배이는 New South Wales(NSW)에 속해 있는 지역이지만
지리상으로는 Sydney와 멀리 떨어져 Queensland(QLD)에 접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기후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나마 시드니는 날씨가 괜찮다고 했는데 도착해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어쨌든 약간의 걱정을 안고 우리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했다.
<시드니 국제공항 도착>
시드니 킹스포드 국제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 터미널이 분리되어 있는데
이동을 하려면 전철(약 $13)을 타거나 버스($5)를 타야한다.
차로 이동해도 무려 5~1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Virgin Blue의 보딩패스>
브리즈번까지는 Virgin Blue를 이용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주의해야할 것 중 하나는 도시간 이동수간이 바뀔 때 시간차를 충분히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싱가포르에서 시드니에 아침 9시 55분에 도착했지만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2시 비행기로 예약했다.
똑같은 항공사로 이동을 할 경우, 연착으로 인해 다음 항공편을 놓쳤을 경우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지만,
다른 항공사일 경우에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브리즈번까지 가는 비행기는 거의 매시간 간격으로 있었지만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연착에 의해 여유롭게 시간차를 두고 예약을 했다.
버진블루는 호주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이다.
우리나라에도 한성항공, 제주항공 등의 저가 항공사가 있지만 버진블루와는 아직 급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대부분 저가항공사들이 모두 보잉에서 만든 최신 비행기를 투입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유럽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가져온 프로펠러기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차이가 난다.
두가지 노선을 비교해보자.
1. 김포-제주도
-비행시간 : 약 50분
-기종 : ATR 프로펠러기
-요금 : 최저요금 약 60,000원
2. 시드니-브리즈번
-비행시간 : 약 80분
-기종 : B737-800(최신기종)
-요금 : 최저요금 약 65,000원
하지만 버진 블루 같은 경우에는 비록 저가항공사라고 할지라도
시간대/날짜별로 혹은 환불 및 변경이 가능한지의 여부 등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예를들어 주로 새벽 이른 시간이나 밤 늦은 시각에는 가격이 싸진다.
아무래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불/변경 조건이 관대할 수록 티켓이 비싸다.
시드니-골드코스트 구간의 항공 요금표.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간단하다.
1. www.virginblue.com.au 에서 원하는 구간을 검색한다.
2. 환불/변경 등의 요금 규정을 확인한 뒤 선택, 결제한다.
이 두단계를 마치면 등록한 이메일로 티켓이 전송된다. 그럼 그것을 프린트한 뒤 공항에 가져간다.
공항에서는 우선 self check in 기계로 보딩패스를 받아야 한다.
국제선에서는 짐을 체크인 한 뒤에 보딩패스를 주지만 국내선은 그렇지 않다.
일단 본인이 기계에서 보딩패스를 받아낸 다음, 체크인할 짐이 있으면 그 때 수속하러 가는 것이다.
보딩패스를 받은 뒤에 짐을 붙이기 위해 Baggage drop으로 가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짐을 체크인한다.
사진과 덧붙인 자세한 설명은 다음 여행기에서 한번 더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시드니 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도착하여 우리도 체크인을 시작했다.
기계로 먼저 보딩패스를 받은 뒤 짐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
아뿔싸.
출발이 지연됐다.
국내선으로 여행할 때는 이러한 점에 유의해야한다.
국제선의 경우 기체의 특별한 결함이 있지 않는 이상 결항이나 지연은 흔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국제선의 경우 대체로 하루에 한번만 비행을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능성은 더 적어진다.
그렇지만 국내선은 다르다.
몇년전 아시아나 항공사 파일럿들이 파업을 했을 때 내세웄던 요구조건 중 하나는 5 legs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5 legs는 쉽게 말해 비행기가 하루에 5번 이착륙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선이라면 예컨데 싱가포르-인천 구간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온 비행기는 적어도 그 다음날까지는 비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선일 경우에는,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대구로 가고.
대구에서 출발 한 비행기가 제주로 가고.
제주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부산으로 가고.
부산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광주로 가고.
광주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서울로 오면
이게 바로 5legs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구간에서 지연이 되면 나머지 구간들은 자연스레 연착이 된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애들레이드에서 시드니로 오는 비행기였는데,
제시간에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아서 약 1시간 정도 출발이 지연되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보딩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좌석은 뒷쪽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꼬리쪽으로 탑승을 했다.
<B737-800>
엄밀히 말하면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것인데,
그냥 몰래 찍었다..-_-;
저가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버진블루의 B737-800여객기에는 개인용 모니터가 달려있다.
하지만 역시나 돈을 내야지 볼 수 있다는 것.
저가항공사 답게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서비스는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만 한다.
내가 3년전 여행할 때만해도 이 기종이 흔치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전 기종이 모두 737-800으로 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Now flying>
<짐을 빼가려는 직원들>
우여곡절 끝에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1시간이나 도착이 늦어졌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짐은 거의 꼴지로 나와서 이날 하루 일정은 예상과 많이 빗나가게 되었다.
돈을 아끼려고 숙소까지 coach서비스를 이용했더니 이 역시 우리가 거의 맨 마지막으로 내려서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는 지어가고 있었다.
브리즈번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1. 택시
2. 버스
3. Airtrain
4. 코치서비스
Airtrain은 쉽게 말해 공항 철도를 말하고 요금은 편도 약 $13정도이다.
코치서비스는 승객들을 모아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door to door서비스이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10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City Backpackers>
숙소에 짐을 풀고 나오니 이미 날은 어두어져 있었다.
간단히 시내 경치만 구경하기로 하고 일단 밥을 먹으러 갔다.
<브리즈번 시청>
<퀸스트리트몰>
우리나라의 명동 거리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거리이다.
각종 상점들과 음식점이 즐비하여 있고 브리즈번 여행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강가로 산책을 나섰다.
<강변 도로>
강 건너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는데,
이런 곳을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누구나 쉽게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서울에도 한남대교 등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있지만
거대함에서 오는 부담감도 있고 쉽지 않은 접근성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
부다페스트의 현수교, 프라하의 카를교 등 강 위를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다리 위에서>
브리즈번에 도착해서야 내가 삼각대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것을 꺠달았다.
순간 급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점검을 했는데 왜 삼각대를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결국 이날도 첫날부터 편평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카메라를 올려놓고서
야경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부두>
아무대서나 엎어저버리는 고테츠...-_-ㅋㅋ
<퀸즐랜드 주립 도서관>
강변에는 미술관 등과 함께 바로 옆에는 도서관도 있었다.
건물이 무척 화려해보였다.
공부못하는 학생이 꼭 문제집 탓하고, 사진 못찍는 사람이 카메라 탓한다지만,
정말 이순간만큼은 핑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도서관이라면 정말 공부가 잘 될 것만 같았다.
멋진 건물에, 도서관 앞에는 유유히 흐르는 브리즈번 강이라...
일정대로라면 다음날 바이런 배이로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storm과 heavy rain이라고 되어 있어서
결국 고민끝에 우리는 바이런배이에 가지 않기로 했다.
브리즈번은 호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막상 시내에는 크게 볼거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배를타고 론파인 코알라 보호구역으로 가서 지난 호주 여행에서 보지 못했던
코알라도 보고 캥거루도 더 가까이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숙소 reception에 부탁을 해서 투어 예약을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스코틀랜드에서 온 친구 한넘은 10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벌써 불을 끄고 자고 있다.
우리는 차마 불을 키지는 못하고 어둠속에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냥 자기 아쉬워서 숙소내에 있는 펍에 잠깐 들렀는데
서양애들이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부러운 문화였다.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고 술마시고.
이 녀석들의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기분나쁘지 않은 소음과 함께
우린 호주에서의 첫날을 이렇게 마무리 했다.
서양국가를 여행하면서 한가지 배울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인사문화이다.
숙소 복도를 지나가면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간단히 인사말 하나 정도는 해주는 여유가 이들에게는 분명히 있다.
가게에 가서도 식당에가서도,
일단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how are you 라고 묻는 여유.
나랑 같은 세대라면 중학교 영어시간에
How are you?
I am fine thank you, and you?
I am fine,too. Thank you.
이 대화를 마치 공식처럼 외웠을텐데 정작 우리는 이 말을 사용하는데 인색해왔던 것 같다.
내가 처음 혼자서 미국 여행을 했던 몇년전에도 같은 경험을 했다.
커피를 주문하려고 갔는데 상대가 How are you 라고 물으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how are you의 뜻을 이해 못한 것이 아니라 처음보는 손님과 직원 사이에 이런 인사말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나는 빠르게 적응하여 이제는 어디를 여행하든
그 사람들의 인사말을 나도 똑같이 되물어주는 여유도 갖게 되었지만
How are you 이 간단하 인사말 하나에서 오는 문화적 괴리감은 처음에는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배낭여행을 다니며 어떤 경우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게 될 때는,
먼저 한번 How are you라고 상대에게 인사를 해보자.
상대방은 당신에게 웃는 얼굴로 Thank you 라고 대답할 것이고
그 순간 우리는 하나의 작은 문화적 울타리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인사말 Tip
How are you 라고 상대방이 물으면 그냥 웃으면서 Thank you 정도로만 대답해도 무난하다.
아니면 Good 등의 말로 대답을 한 뒤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어떻게서든 대답을 꼭 하자는 것!
호주 여행 문의 및
21C형 Pilot의 또다른 여행 이야기들
첫댓글 아..정말 야경사진 찍는법을 배우고 싶어지네요... 멋진 사진...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