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하기와 글쓰기의 공통적 속성은
사실을 의도적 이든 비의도적이든
편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인 글은
여러 버전의 과거 가운데
내가 선택한 것이다.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출지,
무엇을 부각하고 무엇을 축소할지 결정하는 일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응시 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 집'과 '자기만의 방'이라는
두 가지 소유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같지 않다.
많은 경우, 집을 가지는 일에는
결혼과 같은 제도권으로의 이행,
경제 소득의 상승과 같은 계급적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내가 바란 적은 있지만
언제나 소망하던 꿈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은
물리적 공간의 독립과 자아의 독립이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고 여기는 사람이 좇는 꿈이다. 현실적으로 타인의 침범이
완벽히 봉쇄 된 곳은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나만의 공간'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가능하다.
나는 글쓰기가,
문장이 쓰이고 있는 백지가
나만의 정신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하재영, 책<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작가의 말에서
올해 초, 막내(중2)녀석이 제게 말합니다.
‘아빠 방, 제가 쓰면 안되요?’
자기 방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거실로 나왔습니다.
겨울에 추울텐 데…괜찮겠니 물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녀석은 사춘기 한 가운데를
온몸으로 살고 있기에,
한 겨울에도 창문열고 머리 말립니다.
덕분에(?)에 책방에서
끄적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평안을 전합니다.
첫댓글 ^^ 세상 참 좋아졌다, 어딜 아비의 방을 .. ㅎ
다시 하재영 작가의 글로 .. 재미지다, 지기의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