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갈대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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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흔히 보는 갈대인데도 이 놈은 땅바닥을 타고 마구잡이로 뻗어만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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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길게 뻗어 나가는 것이라 두어 바퀴 원모양으로 칭칭 감아놓고 셔터를 눌러 보았습니다.
아래 글은 이런 갈대의 속성을 이야기해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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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산책길 갈대>는 앞의 것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나 확 뜯어 고쳐보겠다고 마음 먹고 다시 써 본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졸문의 단계를 넘어서기는 영 글렀다는 생각입니다. 죄송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심심한 양해를 구합니다.
-2012. 09. 07. 김영대-
[초운에세이] 산책길 갈대
요즘은 전국 어느 지역을 가나 '걷기길'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는 주민건강생활 향상을 위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앞다투어 걷기길 조성에 열성을 기울인 결과다. 이런 사업이 한때의 실적 위주나 전시용에 그치지 않고 먼 장래를 내다보는 국토가꾸기 차원에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고 잘만 운용이 된다면 국민보건향상과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복지정책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 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근자 일부 지방단체들이 호화청사건립 등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국민들로부터 커다란 빈축을 사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서 고삐 풀린 지방자치 행정의 맹점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무리 좋다지만 이건 아니다. 이는 주민이 내는 세금은 먼저 본 놈이 임자라는 질책과 비아냥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심각한 한 가지 작태일 뿐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 들판이나 하천변을 따라 나 있는 이런 '걷기길'을 가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성하고 싱싱게 자란 길가의 온갖 풀들이다. 그 중 하나가 갈대요 갈대숲이다.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갈대는 바라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작정 죽죽 뻗어난 갈대를 보노라면 답답한 가슴이 탁 틔어지는 느낌이다. 갈대숲을 지나다 보면 참새, 개개비, 박새 등 각종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노래 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갈대는 볏과에 속하는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냥 '갈'이라고도 하고, 옛글에는 '노초(蘆草)'라고 기록이 되어 있는 데도 있다. 성장조건이 좋은 곳에서는 보통 1~3 미터 높이로 자라며, 줄기가 곧고 잎은 길고 끝이 뾰족하다. 가을이 되면 흰 꽃 같은 솜털로 덮인 씨앗을 맺는다. 이 씨앗은 웬만한 바람에는 끄덕도 않는다. 겨울의 세찬 북서풍을 견뎌내고 이른 봄까지도 마른 솜털꽃이 그대로 매달려 있을 정도다. 그래서 씨앗의 손실이 거의 없고 멀리까지 퍼져 나가 다음 해에는 영락없이 새 싻을 틔워낸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 주로 자라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풀이다. 우리나라에도 남해와 서해 쪽에 갈대숲이 유명한 곳이 많다. 김해 낙동강 하구와 순천만 갯펄, 서해안 대규모 간척지, 천수만과 시화호 그리고 북으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김포, 파주, 강화 일대의 갈대숲들도 장관이다. 한 마디로 갈대는 우리나라 전역에 없는 곳이 없는 흔한 풀이다. 그래서인지 갈대를 주제로 한 노래도 있고 시도 재미있는 글도 수없이 많다.
다른 나라의 갈대를 많이 보지는 못했으나, 뉴욕에 체류하던 시절 등산과 드라이브 길에서 자주 대하곤 했던 대규모의 갈대숲들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 미 동부 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업스테이트(upstate New York)의 허드슨 강(Hudson River)변을 뒤덮고 있는 광활한 면적의 갈대숲들, 특히 베어 마운튼 다리(Bear Mountain Bridge)) 근처에서 미육군사관학교, 웨스트 포인트(West Point)가 위치한 강변 일대의 갈대숲 장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뉴욕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하나인 퀸즈 블러바드(Queens Boulevard) 옆 유대인 지구, 포리스트 힐즈(Forest Hills)에 살 때, 자주 다니던 운동코스인 플러싱 매도우 코로나 파크(Flushing Meadows Corona Park) 두 개 호숫가의 갈대숲이 또 다른 하나다. 겨울에 이 공원 호수 주위를 산책할 때면 그 마른 갈대숲이 매서운 북서풍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던 기억도 새롭다. 갈대를 가끔 억새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 듯한데 조금만 자세히 관찰하면 구분이 확연이 된다. 이 둘은 논, 밭두렁, 하천변 등에서 서로 가까이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으나, 억새는 주로 물가보다는 산이 가까운 곳에 많이 분포한다.
우리 대중가요 ‘짝사랑’의 첫 구절에 보면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라는 노랫말이 있다.’ 여기 나오는 ‘으악새'가 풀이름 ‘억새’라는 얘기가 있다. ‘억새’의 경기 방언이 ‘으악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으악새는 진짜 새 ‘왜가리’를 가리킨다고 한다. 왜가리는 본래 여름 철새로 가을에 돌아간다. 그러니 노랫말과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왜가리를 ‘으악새’ 또는‘왁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식물이 그러하지만 특히 갈대는 예전의 삼밭(麻田)처럼 빽빽히 집단을 이루어 자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갈대밭은 겨울철 각종 철새들에게는 훌륭한 서식지로써 기능을 하는 새들의 낙원이다. 또 이들 지역이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이 각종 조류 관찰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는가 하면, 인기 드라마나 뮤직 비디오 등의 촬영지로서 사계절 내내 낭만의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갈대는그냥 예사로운 풀이 아니다. 우리 사람과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풀이다. 마른 갈대는 가볍고 줄기가 비교적 단단하고 속이 비어 있으며, 발, 삿자리 따위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발은 수렴이라고도 하여, 문 앞에 쳐서 햇볕을 가리거나, 방 안이 밖에서 들여다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드리우기도 한다. 우리 역사를 보면 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이때 수렴이 바로 대나무나 갈대 따위로 엮어 만든 발을 말한다. 임금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을 때,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그를 도와 정사를 돌보던 일로서 왕대비가 신하를 접견할 때 그 앞에 발을 늘인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요즘은 늘 다니는 아파트 옆 달빛공원 수변 산책로 양쪽에 내 키보다도 더 높게 자란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시피하다. 하도 보기가 좋아 카메라에 몇 컷을 담아두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갈대는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데 반해, 가끔은 어쩌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도 어떤 줄기는 드물게 처음부터 땅바닥을 타고 뻗어나가는 것도 있다. 하늘로 향해 자랄 때와는 달리 땅바닥을 타고 나갈 때는 마디마디마다에서 뿌리가 돋아나와 몸을 땅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연약한 갈대의 끈질긴 생명력을 읽을 수 있다.
이름 없는 잡초들이며 흔히 보는 풀 한 포기도 유심히 관찰하면 재미있고 신통하기 그지없다. '화훼(花卉)'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여기서 '훼'(卉)는 풀이다. 풀이 없는 자연을 상상할 수 있으랴. '산천초목'이나 '초근목피' 등의 말에서도 '초(草)'가 먼저다. 풀만 있으면 된다. 풀이 있으면 모든 생명의 존재가 가능하다. 나무도 중요하지만 나무는 풀 다음이다. 이를테면 중앙아시아의 몽골이란 나라도 여름이면 광활한 대지가 푸른 초원으로 바뀌기에 말(馬)을 키우고 유목생활로 삶을 영위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어떤 놈은 길게 보도에까지 마구 올라오는 바람에 생장점(生長點)인 맨 끝 부분이 사람들 발에 밟힐 지경까지 되는 것도 있고, 더러는 이미 밟혀 죽어가는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머지 않아 곧 그럴 위험에 처하게 될 것들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면 나는 으례 발걸음 멈추고 더 뻗어나기 전에 머리 방향을 안전한 쪽으로 틀어 옮겨 놓는다. 신나게 뻗어나다 밟혀 더 자라지 못하고 끄트머리가 말라가는 갈대 줄기를 볼 때면 여간 딱하지가 않다. 그것도 소중하고 신기한 생명이기는 마찬가지다. 산책길의 풍경, 여름과 겨울의 그것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갈대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오늘 아침은 통상 다니던 길이 아니고 송도신도시 중에서도 구획정리만 되어 있고 아직 개발이 전혀 안 된 한적한 들길을 따라 한 두어 시간 이상을 거닐었다. 멀리 서해 바다쪽으로는 유명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이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다. 지난 주말에 이어 금년 여름 두 번째로 오늘은 반가운 장마가 북상한다는 일기예보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날씨라 걷기에는 더없이 좋다. 널찍한 도로 양쪽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땅 바닥을 따라 뻗어나가는 갈대가 제법 많이 보인다.
대충의 짐작으로 길이가 열 걸음 가까이 되어 보이는 것들도 종종 눈에 띈다. 어떤 것은 하도 길이가 길어 걷다 멈춰 서서 일부러 몇 번이나 발걸음으로 재어보기도 했다. 그 중에는 열대여섯 걸음이나 될 만큼 긴 것도 있다.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그렇다면 5~6미터, 아주 긴 것은 10미터 가까이도 된다는 말이 아닌가! 볼수록 신기하다. 하늘로 향해 자라면 길어야 2~3미터 정도일 것이 땅바닥을 기어갈 때는 몇 갑절의 길이로까지 되다니! 여기에도 지구 '중력의 법칙' 같은 어떤 과학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일까.
또 하나의 재미있는 수수께끼가 새로 생긴 셈이다. 어쩌다 그런 것도 있으려니 하고 그 동안은 미심쩍게만 여기고 보아왔던 게 사실이다, 갈대라는 풀이 지닌 한 가지 특이한 속성을 오늘 아침 나는 다시 한번 똑똑히 목격하고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식물학적으로는 갈대의 이런 성질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사람도 성장기에는 직립 보행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다면 키가 몇 갑절 더 클 수도 있다는 말인가. 도저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우매한 사람, 나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불가사의요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래서 갈대는 내 눈길이 더 자주 가는 나의 여름철 산책길 벗이 되고 있나 보다.
2012. 07. 05.
-인천 송도에서/草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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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보완 : 2012. 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