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용해 쉽게 떠날 수 있어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엔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다. 숙소 예약에 차량까지. 이런 것들을 준비하다보면 떠나기 전부터 몸은 고되기 마련이다. 피로 풀러 떠났다가 오히려 피로만 안고 오는 여행은 이제 그만! 부담 없이 주말을 이용해 가볍게 떠나 '쉼'이 있는 경기도 감성 여행지를 소개한다.
지난 18일 아침 일찍 포천으로 향했다. 서울에서부터 약 한 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포천아트밸리'. 이곳은 쓸모없이 버려져있던 폐채석장이 아름다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 ▲ 포천아트밸리 내에 위치한 '천주호'의 모습
누구의 솜씨일까? 아트밸리로 올라가는 길목의 집들 벽에는 알록달록한 색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를 보니 벌써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아트밸리 주차 후 가장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 모노레일이었다. 이 모노레일은 주차장에서부터 아트밸리 내에 있는 공연장, 전시장 등 자연을 활용한 독특한 문화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모노레일을 타고 5분 정도 올라가서 내린 곳은 천주호였다. 포천 아트밸리의 자랑인 천주호는 70m의 거대한 암벽과 20m 수심 속이 비칠 정도로 청정했고 옥색의 1급수가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절경을 이루고 있다. 또 이 절경을 배경으로 소공연장도 있어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공연장의 무대 디자인은 어떤 공연장의 무대보다 아름다웠다.
- ▲ 아트밸리의 전시관에 걸린 재밌는 명화들을 리포터가 체험하고 있다
잠시 따가운 햇살을 피해 전시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트밸리 가장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전시관은 지상 3층으로 이뤄졌으며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전시실, 3층에는 전시실 및 창작공간이 있다.
2층 전시실로 올라가자 고흐, 비너스 등 평소 눈에 익었던 명화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평범한 명화들이 아니었다. 퍼즐로 조각으로 맞춰보는 '모나리자', 새롭게 꾸며보는 '고흐의 방' 그리고 브뢰겔의 '놀이하는 아이들'을 통해 숨은 그림 찾기는 관람객들의 시선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또 3층에는 도예, 회화 등의 전문 작가들이 입주해 있어 예술창작 오픈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아트밸리를 방문 전 미리 전화로 예약하면 예술작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춘천에서 온 관람객 최정은(24.직장인) 씨는 "이곳이 폐채석장 이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요"라며 "천주호의 절경이 너무 아름답고 전시관의 다양한 볼거리들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포천아트밸리 권혁관(54) 팀장은 "내년 상반기에 교육관을 지을 생각이에요. 이 공간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입주 작가들과 관광객들이 만나 체험형식의 볼거리를 많이 제공할 계획입니다"이라 말했다.
여행지에서 맛 집 또한 빠질 수 없다. 포천에서 다시 1시간 정도를 달려 하남시로 향하던 길 엄나무 누룽지 백숙이 유명하다는 맛 집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천장에 닿을 정도로 쌓인 엄나무와 가시오가피가 눈에 띄었다.
- ▲ 담백한 맛이 일품인 '엄나무 누룽지 백숙'
"'자연 그대로의 식재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만을 쓰고 있습니다" 이곳 주인장 최연태(63) 사장의 말이다.
다소 늦은 점심이라 "꼬르륵"하는 배를 움켜잡은 채 30분이 흘렀다.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숙이 나왔다. 누룽지를 먹을 때 입 안에서 엄나무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입맛을 돋았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쿠폰을 출력해 가면 '쟁반미역국수'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보양식을 먹었다는 생각에 왠지 힘이 솟았다. 다시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을 따라 팔당에서 청평으로 향하는 길 운길산(雲吉山)이 솟아 있다. 산이 높아 구름이 오도 가도 못했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해발 610m로 그리 높지 않다.
- ▲ 수종사의 은행나무 밑에서 두물머리를 바라보는 리포터
수종사(水鐘寺)는 경기도 여행지로 뽑힐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산행 명소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일대와 팔당호를 두루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종사는 한강이 굽어지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장대한 절경을 관망할 수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운길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개 수종사 수령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고목 아래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주변 풍광을 즐긴다.
아들과 함께 수종사를 찾은 신정은(43) 씨는 "올라올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가 인상 깊네요"라며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여행지에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수종사에서 내려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찻집으로 향했다. 팔당호를 따라 서울방향으로 20분쯤 달리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 ▲ 한옥 커피전문점 '고당'의 석양 모습과 실내 모습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사무소 맞은편에 자리한 '고당' 한옥. 신축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전통 한옥으로서의 위용이 웅장했다. 대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코끝을 자극하는 은은한 커피 향.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향을 음미했다.
방문을 열고 마당을 바라보면 고요한 화폭 속에 한옥이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전통 가옥에서 전통차를 흔히 떠올리기 쉽지만 '고당'은 커피 전문 카페다. 우리 고유의 전통한옥에서 마시는 커피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고당에서는 핸드드립 및 에스프레소 커피를 배울 수 있는 커피교실도 운영 중이다.
짧지만 쉼이 있는 경기도 여행지.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지에서 그간의 스트레스도 풀고 또 다른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