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전 날이라 그런지 저녁인데도 손님이 뜸합니다. 점심 땐 아주 야단법석이었는데 말입니다. 뭐 이런 날도 있고 또 저런 날도 있게 마련이니 그려려니 합니다. 이런 거 일일이 신경을 쓰다보면 제 명대로 못 살지 싶습니다. 이럴 땐 운동삼아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다른 가게의 사정은 어떤지 살피는 것도 갑판장의 임무입니다. ㅡ.,ㅡ;
섬서량피, 봉저매운탕(마라탕)/대림동
다른 가게의 사정도 도낀개낀입니다. 내친김에 대림동으로 마실을 갔습니다. 대림동은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품고 한국으로 건너 온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잠시 헷갈릴지경입니다. 특히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골목 안 풍경이 그렇습니다.
그 길을 따라 200m쯤 들어서면 손님들이 가게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음식점(사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침 저녁 때라 그런 것 같지만 그래도 주변의 다른 가게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썰렁한데 이 식당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진 속 섬서량피 간판 밑에 있는 세 명(여자)은 포장을 해 가는 손님이고 봉저매운탕 간판 밑에 있는 세 명(또 여자)은 대기손님입니다. 섬서량피와 봉저매운탕은 한 가게인데 대표메뉴 두 개를 간판으로 걸어 두었습니다. 나름 대림동에서 대박 난 식당으로 보심 딱 맞습니다. 건대와 안산 쪽에도 분점(봉자마라탕=봉언니마라탕)이 있습니다. 주로 식사를 위해 찾는 식당이라 회전이 빠릅니다. 식당 안 손님들은 거의 다 중국사람들인듯 온통 'R'발음이 심하게 섞인 말들이 난무합니다. 여기선 한국인이 이방인입니다. ㅡ.,ㅡ;;
마라탕/봉저매운탕(대림동)
쌀묵을 국수모양으로 만들어 새콤, 달콤, 맵콤하게 내주는 섬서지방의 량피(凉皮)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소개를 하기로 하고 오늘은 매운탕(마라탕 麻辣烫)에 집중하겠습니다.
'마라(麻辣)'는 화자오(花椒 중국 산초의 일종)의 얼얼함과 고추의 매움를 뜻하는 말로 음식명에 이 두 자가 붙어 있으면 얼얼하면서도 매운 맛이 나는 쓰촨 차이(사천요리) 임을 의미합니다. 마라탕은 돼지뼈를 푹 곤 육수에 얼얼한 화자오와 매운 쓰촨고추 등 중국의 향신료를 듬뿍 넣고 끓인 국물에 주로 다양한 식재료를 데쳐 먹는 음식입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손님이 직접 원하는 식재료를 선택하면 종업원이 마라탕에 데쳐서 그릇에 담아 준다는데 여기서는 그냥 단품으로 판매합니다.
봉저매운탕(마라탕)의 내용물을 살펴보면 청경채, 배추, 느타리버섯, 콩나물, 미역, 포두부, 당면 등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면요리가 아닌 탕요리이기에 당면이나 포두부의 비중은 다른 야채들과 비슷합니다. 한 그릇에 5천원인데 여기에 양고기를 넣으면 3천원이 추가됩니다. 5천원이든 8천원이든 그리 비싸지 않게 여기실 수도 있지만 이쪽 동네에는 3천원짜리 뼈다귀해장국집도 흔하고 3인분에 1만원을 받는 돼지갈비집도 흔합니다.
마라탕을 굳이 우리의 음식과 비교를 하자면 육개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전혀 다릅니다. 차라리 같은 쓰촨차이인 훠꿔(중국식 샤브샤브)의 홍탕을 연상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만 딱히 그 맛도 아닙니다. 좀 더 화끈한 맛을 원하시면 라조장이라는 소스를 더 넣으시면 되고, 좀 더 중국스러운 맛을 원하시면 즈란소스를 더 넣으면 됩니다. 시큼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원하시면 중국식초인 추(醋)를 첨가하시면 되고요.
우리나라의 매운음식은 먹고 난 후에도 한참동안 매운 맛이 입에 남습니다만 마라는 먹는 순간 입안이 마비되는 듯 얼얼하면서 매운 것 같지만 음식을 먹을 때만 딱 그 맛을 느낄 수 있을 뿐 다 먹은 후에는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듯 개운합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이야기 :
전날 밤에 무진장 매운 오도독뼈를 포장해 와서 집에서 주먹밥과 함께 먹었더니만 새벽부터 뱃속에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연신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길 십수번 매운맛이 어찌나 지독한지 *꼬는 물론이고 소변을 볼 때마다 *추도 불에 덴듯 화끈거립니다. 매번 그랬던 것 처럼 오늘도 다시는 그딴 음식은 쳐다도 안 보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이 다짐이 지켜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에휴~~
& 또 덧붙이는 말씀 : 선장님께 호출이 와서 급하게 강구막회로 복귀했다는 소문입니다. 초저녁 땐 뜸하던 손님이 야심한 시각에 북적북적......
첫댓글 온몸이 쩌릿쩌릿해지는 중국스타일의 매운맛이 심하게 땡깁니다.
위샹로우쓰, 차오미엔, 말라탕 등을 안주삼아 소주 두어 병 쯤 마셔도 좋을 듯....
마라탕에 양고기 넣고 먹어주면 대박 맛나겠네요. 포두부도 Favorite중 하나인데.. 쩝.. 배가 무지 고파지는 비쥬얼입니다.
상해에서 먹은 훠꿔의 홍탕이 생각납니다.. 얼얼하니 맛났었는데.
혼자라면 마라탕 또는 영양탕에 소주...
서넛이면 훠꿔 또는 요리 왕창 놓고 빠이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