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섭 저
면수 200쪽 | 사이즈 130*200 | ISBN 979-11-5634-603-6 | 03810
| 값 15,000원 | 2024년 11월 30일 출간 | 문학 | 에세이 |
문의
임영숙(편집부) 02)2612-5552
책 소개
송남섭의 시가 있는 에세이집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는 저자가 독자와 함께 걷는 산책로를 조용히 열어 보이는 듯하다. 수필 중심의 깊은 사색과, 이를 감싸는 시의 은유는 독자에게 마치 시와 수필이 대화하는 공간처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집은 저자가 지나온 삶의 자취와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송남섭은 다수의 작품을 수록하려는 일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독자 앞에서 비교적 자신할 수 있는 소수의 작품만 엄선하였다. 이는 작품집 발표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저자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러한 선택은 독자에게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한 편 한 편이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심사숙고한 고백처럼 다가오게 한다.
저자소개
• 제천 출생
• 2008년 「현대수필」 등단
• 2020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졸업
• 前 계간현대수필 작가회 회장
• 계간현대수필 편집위원
• 한국문인협회회원
차례
작가의 말 05
추천사┃박판식 시인 06
1 보고 싶다는 말은
넘치는 나와의 이별 16
아침을 여는 소리 18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20
분홍색 바다 22
마지막 선물 24
보고 싶다는 말은 28
죽은 이들과 자는 밤 30
어머니는 회색 도시에 살고 계시지 32
2 그들이 함께 한
그들이 함께 한 40
고향 다녀오는 길 44
어린 시절 47
반딧불이 54
제사 56
파묘 61
설날 이브 68
아직은 봄날 71
3 그리운 사람들
내 기억 속의 그날 80
무제 無題 85
비 오는 날이면 91
꿈 98
꿈 1 100
하얀 망촛대 104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106
그리운 사람들 112
4 태풍 속으로
태풍 속으로 126
재건축 아파트 132
재건축 아파트 1 134
구봉도 137
오늘의 설교 140
꽁지머리 신부님 141
이웃집 여자 143
비워내기 147
나의 콘서트 150
5 에피소드episode
그해 여름 158
기타 160
말 166
말의 힘 168
My eden 172
혹에 대한 안부 174
어떤 편지 175
조호바루 Johor Bahru 한 달 살기 180
에피소드 episode 193
출판사 서평
내 기억 속의 그날,
불꽃 속에서 찾은 삶의 소중함
삶에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깊숙이 흔적을 남기며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게 만든다. 송남섭 작가가 이번 시와 에세이집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에서 들려주는 ‘내 기억 속의 그날’은 그러한 순간 중 하나였다. 불길이 산을 집어삼키던 그날 밤, 그녀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연약함,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파괴적인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작은 연기에서 시작된 불길은 산과 산을 넘어 마을을 삼키며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것은 마치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던 순간들은 그 자체로 비극이었다.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단순히 재앙에 머물지 않는다. 불길 속에서도 함께 손을 잡고 피난길에 나섰던 사람들,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터져 나온 안도의 한숨은 인간의 연대와 희망을 엿보게 한다.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재난의 기억을 넘어 작가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킨 불길조차 시간이 지나면 연녹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회복력은 경이로웠다. 그녀는 그 광경을 보며 깨달았다. 어떤 것도 사람만큼 소중하지 않으며, 우리가 만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감사로 가득 채워야 한다고. 이 깨달음은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내 기억 속의 그날’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메시지다. 작가는 자연의 파괴와 회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인간애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가? 그녀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깊다. "사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순간들." 이 이야기를 읽는 우리는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감사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송남섭의 수필 ‘기타’,
우리가 겪는 감정의 변화와 그 회복 과정
송남섭의 수필 ‘기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음악과 악기, 특히 기타에 대한 애정을 진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갈망과 그 후에도 이어지는 미련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열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자아를 찾고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그려진다. 특히, 기타의 끊어진 줄을 다시 갈고 악기점에서 새 줄로 교체하는 장면은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으려는 작가의 애틋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수필은 음악을 단순히 취미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일상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타를 돌보며 그리움과 아쉬움을 녹여내는 작가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타를 다시 손에 쥐고 연주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결단과 그로 인한 감동은 독자에게 음악의 위로와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수필 속의 묘사들은 독자가 자연스럽게 작가의 감정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이 흘러나오는 순간, 마치 독자가 함께 음악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음악을 통한 감정의 해방과 회복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된다. 송남섭은 자신의 삶과 음악을 엮어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기타’는 음악이 단순히 음표와 소리로 구성된 예술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 우리가 겪는 감정의 변화와 그 회복 과정을 함께 나누는 중요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시,‘넘치는 나와의 이별’ 전문
누군가의 힘에 밀려 나는
유리문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 벙거지 모자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16센티 혹입니다
숫자 8이 붙은 방으로 안내 할게요
조금 후 당신의 배에 구멍을 뚫겠습니다
팔과 다리를 꽁꽁 묶으면
시간의 길이를 재어보세요
소음 같은 침묵이 윙윙 머리 위를 날았다
이윽고 혹은
그 오랜 웅크림을 끝내고 기지개라도 펴듯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
송남섭 작가의 시 ‘넘치는 나와의 이별’은 그 자체로 깊숙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시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내면의 갈등과 자아의 해방을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첫 구절에서 "누군가의 힘에 밀려 나는/유리문 안으로 들어갔다"는 표현은 외부 세계와의 충돌이나 압박을 암시하며, 내적 갈등의 시작을 나타낸다. 유리문은 상반된 이미지—투명하고 차가운, 그리고 동시에 막힘없는 공간을 떠올리게 하여 내면의 억압을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16센티 혹"이나 "숫자 8이 붙은 방" 같은 디테일은 우리의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련의 규격화된 요소들을 통해 개인의 고립과 기계적 존재감을 강조한다. 여기서 혹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내면의 괴로움과 고통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소음 같은 침묵이 윙윙 머리 위를 날았다"는 표현을 통해 시간이 흐르며 겪는 내적 혼란과 그로 인한 불안정한 상태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는 구절은 그 혼란을 극복하고 한층 성숙된 상태로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내며, 시적인 위안을 준다.
이 시는 고립, 갈등, 해방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함축적으로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감각적이고도 심리적인 요소들을 결합하여, 독자가 시의 각 구절을 천천히 곱씹으며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다.
시,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전문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어느새 마음은 고향으로 달려가지
기찻길 건너 마을 어귀 성황당을 지나면
나뭇가지가 땅에 닿을 듯 내려앉아
음습한 기운이 감돌지
맞아, 그 나무는 느티나무였어
그곳을 떠올리면 쾅! 굉음이 들려오지
회색연기가 피어오르지
성황당 나무 아래 둥그렇게
검은 무덤이 생겨났지
전쟁이 끝나고 산천 들녘에 박힌
탄피와 고철을 찾아내던 고물상이
지뢰탄을 건드린 거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렸지
놀란 사람들이
무덤을 향해 달려가고
연기는 점점 흰빛으로 변해갔지
이웃집 담장에 기대 보았던 그 날의 기억은
성황당 밑을 지날 때마다
집요하게 내 머리채를 잡아당겼지
그 사람은 죽었을까 아니면 살았을까
두려움만 남긴 그날의 궁금함은
풀 길이 없었지
사람들은 이미 떠나고
영화 속 장면처럼 그 길을 걷고 있지
오늘도 나는.
회상의 생생함과 장소의 이미지화
시 속의 화자는 기찻길, 성황당, 느티나무 등 고향의 풍경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 장면을 눈앞에 그리게 한다. "나뭇가지가 땅에 닿을 듯 내려앉아 음습한 기운이 감돌지"라는 표현은 고향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동시에 약간의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세밀한 묘사는 시적 공간을 구체화하며, 독자가 화자의 감정을 더욱 몰입하여 느낄 수 있게 한다.
전쟁의 흔적과 인간의 두려움
전쟁의 여파로 생겨난 지뢰탄 사고를 다룬 부분은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리 잡은 비극적인 요소를 강렬하게 대조한다. "전쟁이 끝나고 산천 들녘에 박힌 탄피와 고철"이라는 구절은 전쟁이 남긴 상처를 은유적으로 전달하며, 이를 통해 개인적 경험이 보편적 역사와 연결된다. 또한, "그 사람은 죽었을까 아니면 살았을까"라는 문장은 화자의 궁금증과 두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내면적 고뇌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기억의 지속성과 감정의 되새김
이 시는 특정 기억이 화자의 현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집요하게 내 머리채를 잡아당겼지"라는 표현은 과거의 충격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만들며, 기억과 트라우마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문학적 장치의 활용
이 시는 생생한 이미지와 대조적 구성을 통해 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 연기가 "회색"에서 "흰빛으로 변해갔지"라는 구절은 파괴와 치유, 혹은 혼란과 희망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영화 속 장면처럼 그 길을 걷고 있지"라는 구절은 현재의 화자가 과거의 기억을 다시 체험하는 방식으로, 영화적 이미지화가 이루어져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열린 결말의 여운
"오늘도 나는"으로 끝나는 열린 결말은 화자의 이야기를 독자가 각자 해석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겨둔다. 이는 화자의 내면적 방황과 과거에 대한 집착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암시하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제공합니다. 열린 결말은 시의 주제를 강조하고 독자로 하여금 자기 성찰을 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 시는 고향과 전쟁의 비극, 그리고 인간 기억의 지속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하며, 동시에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성찰하게 한다. 시적 표현의 아름다움과 내용의 깊이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