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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산읍 ‘취학대상 아동 분포현황’을 보니, 신풍리·신천리 아이들의 배움터인 풍천초등학교의 취학대상 아동 수가 무려 아홉 명이다. 안심이다. 이번 해에 일곱 명이 졸업했다. 그러니 적어도 일곱 명의 신입생이 들어와 주어야 가까스로 현상유지다. 그런데 아홉 명이라니,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그 뒤 한 아이가 늘어 열 명이 되었다). 내가 학생 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신풍리 주민인데다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의 센터장으로 2013년부터 4년째 봉사하고 있어서다. 제주로 이사한 이듬해인 2010년 마을이 술렁였다. 학교가 학생 수 60명 미만의 작은 학교로 분류되어 폐교 위기에 처했고, 학부모를 중심으로 젊은 분들이 ‘작은 학교 살리기 추진위’를 짜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힘든 싸움의 대상은 제주도 교육청과 대한민국 정부였다. 간절함은 곧잘 강력한 무기가 된다. 추진위는 폭염을 무릅쓰고 학교 통폐합 반대 1인 시위를 릴레이로 이어나가면서, ‘좋은 학교 만들기’ 제안 설명회를 열었다. 지역 도의원, 읍장, 도 교육의원들도 뜻을 보탰다. 마을 어른들은 자기 연고의 빈집을 무상으로 내주었다. ‘추진위’에서는 이 집들을 고쳐 초등생 자녀를 둔 외부 이주 희망자에게 우선적으로 빌려주어 마을로 이사,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뜨거운 동참과 열정이 열매를 맺어 2012년 12월 5일 도의회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한시적으로 보류한다. 두 마을 학부모들이 학교 살리기의 자구책을 고민하는 가운데 도입을 서두른 것이 농촌유학센터(2013년 설립)였다. 도시 아이들이 일정기간 ‘센터형 기숙사’에 체류하면서 풍천초학생으로 공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과 농촌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느끼게 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이에 발맞춰 제주 도의회에서는 농촌유학센터 지원조례를 전국 두 번째로 제정해주었고, 제주도에서는 재정적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는 작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도의 사업비 지원까지 받게 되어 자립의 터전을 닦았다. ‘열정적인 마을 살리기와 농촌유학 사업취지에 걸맞은 프로그램 추진’ 등이 재정지원 결정의 가중치였다는 후문이다. 통폐합 위기 당시 학생수는 28명이었다. 6개 학년을 두 학년씩 묶어 복식 수업을 하는 중이었다. 교감 선생님도 없었고, 학부모와 교사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 진행에 애로가 많았다. 2016년 3월 2일, 풍천초등학교의 올해 입학식은 남달랐다. 무려 10명의 ‘1학년 코흘리개’들이 입학했다. 이로써 학생 수가 55명이다. 4년 만에 두 배가 늘었다. 교장, 교감선생님도 새로 취임하셨다. 교장선생님은 풍천초가 지난해 도 교육청의 결정으로 교장 공모제 학교에 선정되면서 학부모,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엄정하게 치러진 공모 절차를 거쳐 모신 선생님이다. 마침 초등교육 정책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추진에 남다른 성과를 쌓아 교육계에 명성이 자자한 분이라 학교로선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학생 수는 적은 작은 학교지만 경쟁보다는 함께하는 삶을 먼저 배울 수 있는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교육 환경을 부디 훼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는 곧 마을이고, 마을의 미래입니다. 마을의 미래를 뒤흔들고 아이들의 소박한 꿈을 빼앗아 가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4년 전, 당시 마을 사무장은 피 끓는 호소로 ‘작은 학교를 지켜야 한다’라고 외쳤다. 그 목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2016년, 올해 풍천초의 희망찬 입학식을 전해 들으며 나는 믿는다. 봄이란 희망의 방향으로 팔을 뻗는 것이라고…. 봄이 희망이려면, 가열한 열정으로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 저작권자 © 제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