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랑 국사봉 등산을 가는데 지난 주에 비가 많이 내렸는지 못보던 물웅덩이가 생겨있습니다. 방앗간 그냥 못지나가는 참새처럼 이런 물웅덩이만 보면 기어코 분탕질하고 가야 하는 완이랑 지금은 없는 리틀준이가 생각이 납니다. 거의 열흘 떨어져 있는 터라 그 사이 엄마의 손길 속에 외모가 좀 다듬어졌을꺼라 기대됩니다.
매일 오름으로 바다로 내달렸던 완이는 어찌나 많이 탔는지 엄마가 썬블럭크림을 발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저도 안바를 정도니 제가 환경운동까지는 못하지만 정신만은 치열한 운동가이긴 하죠.
사실 완이를 비롯하여 아이들에게 썬블럭크림을 발라주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연그대로의 햇빛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이 첫째입니다. 미국 생의학 학회에 가면 썬블럭 제품들로 인해 우리들이 얼마나 비타민D 결핍상태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문제들이 얼마나 커졌는지 강조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히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둘째는 바다에서 놀 때 웅덩이에서 노는 경우도 많고 물을 머금고 마시는 경우도 많아 결국 이 성분들이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봐 그게 또 걱정입니다. 독성 화학물질에 맞서는 저의 일관된 대처는 그 화학물질을 쓰지않아 맞게 될 우려스런 결과보다 그 물질을 씀으로서 맞게 될 더 우려스런 결과의 비교입니다.
썬블럭크림을 안쓰면 피부가 그슬리고 까맣게 타는 정도지만 썬블럭 성분이 바다생물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피부가 그슬리는 것보다 몇 배 심각하기에 저만이라도 노력해보자! 라는 다소 경직된 고집이지요. 그래도 저는 그런 고집들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참으로 엄마행동을 직설적으로 재현하는 경우가 많아 가끔 혼자 웃습니다. 준이가 떠들어대는 몇 개의 대사들은 분명 엄마의 것입니다. '생각이란 걸 좀 해봐!' '아빠 그만하자!' 혹은 '얼른 집에 가자' '누구세요?' 등 분명 이런 말들은 엄마 대사입니다. 준이 한동안 집엘 안가니 주로 떠들어대는 게 애니메이션 대사들이라서 금방 구분이 되곤 하죠 ㅋ
완이의 집착물은 카드 특히 신용카드. 제 것도 순식간에 없어진 적이 벌써 대여섯번. 분실신고해서 재발급받고 나서 어디선가 나오곤 하는데... 지난 목요일에도 제주도에서 올라올 때 주유하고 잠시 놔둔 카드가 깜쪽같이 없어져서 어찌해야 될 지 고민만 하다가 분실신고시간을 놓쳤는데, 아니나다를까 트렁크 정리하는데 거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순식간에 집어다가 아무데나 던져놓았던 것 입니다. 차 안에 고이 간직해놓았던 그 동안 거쳐갔던 아이들의 에버랜드 회원권 카드는 이제 차 안 여기저기서 신발에 밟히고 있죠.
멜보이의 능숙한 포즈는 택배에의 친근함. 택배상자를 보고 집어들고 내용물을 궁금해하는 그 일련의 행동시리즈를 보면 택배상자의 일상화가 혹시 멜보이 집의 상황? ㅎㅎ 확인해볼 길은 없으나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근이는 저녁이 되면 꼭 파자마 옷을 입혀달라고 하고 기저귀갈고는 꼭 바지를 챙겨입습니다. 근이맘의 깔끔함과 정돈된 의복챙기기는 트렁크 속에 그대로 나와있었죠.
아이들이 제멋대로 일 것 같아도 나름 자주 목격하고 흔히 벌어지는 상황을 새로운 환경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에서 자라난 환경의 일상들을 엿볼 수 있죠.
태균이는 엄마와 떨어진 환경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자신이 정해놓은 식사시간에 맞춰 누군가 식사준비를 안한다면 열나게 손가락질해대며 밥하라고 재촉할 것 같은 짐작이 드네요. 시간맞춰 밥먹는 것은 태균이 일상에 소중한 절차니까요. 도대체 이번 식사시간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미리 살펴보는 그 기쁨, 그 기쁨을 적극적으로 누리려 할 것입니다.
첫댓글 그렇죠.^^
영화처럼 영상이 펼쳐지는 글, 잼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저도 한번씩 택이 보고 많이 놀랍니다. 제 모습을 한번씩 그대로 닮은 행동을 한다는거...오늘 부터 택이 앞에서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