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기업부문에서의 부패 문제의 현실과 개선방향

[평화만거성]

[국민권익위원회 세미나 발제문]

기업부문에서의 부패 문제의 현실과 개선방향

김거성(한국투명성기구 회장)

이명박 정부의 전반기 반부패 성적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반부패를 국제사회의 의제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게 한 영향력 있는 도구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로 1995년부터 매년 발표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투명성기구는 각국 정부나 시민사회에 부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하며, 그 해결을 위해 나서도록 촉구해오고 있으며 동시에 부패문제의 극복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하는 계기를 삼고 있다.

이 부패인식지수는 하나의 독립적인 서베이가 아니라 초기에는 3년동안 그리고 최근에는 2년동안 여러 조사기관들이 발표한 원자료들의 부패 관련 항목을 추출하고 표준화하여 하나의 지수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부패인식지수는 ‘인덱스들의 인덱스’(index of indices)라 불리운다. 한국은 지난 2008년에 5.6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그 원자료들이 2007-2008년에 발표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점수는 엄밀히 말해서 참여정부 쪽에서의 성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 정부 시기동안 한국의 점수는 매년 그 출발점으로부터 0.1점씩 하락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참고).

더욱이 각 기관들이 최근에 발표한 부패 관련 조사 결과들을 근거로 올해에도 이 하락세가 크게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반부패 정책의 중간 성적은 실패한 것이라는 결론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 까닭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이런 결과는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제대로 된 반부패 정책이라 내놓을만한 것이 없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부패’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지나쳤던 것이다. 물론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두 차례 언급하였고, 일 잘하는 정부나 선진화에 이런 취지가 담긴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친기업’이라는 분위기에 밀려 반부패나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은 마치 철폐되어야 할 규제인 것처럼 취급되었고 ‘부패’라는 용어 사용조차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2005년 <투명사회협약>이 체결될 당시 서울특별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협약에 서명한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개최된 투명사회를 위한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 협약식에도 대리인을 통해 협약 정신을 존중할 것을 천명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지원을 중단하였다. 이와 발맞추어 일부 재계 단체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참여했던 것”이라는 말로 협약 정신을 파기하고 다른 협약 당사자들을 우롱하였던 것이다. 결국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반부패 이니셔티브였던 투명사회협약은 중단되었고, 무늬만 비슷한 협의회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전반기에는 반부패에 대한 부정적인 또는 소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힘이 실린 반부패 정책은 추진되지 못했으며, 그 결과가 부패인식지수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화두로 제시하였지만 실제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도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사회적 공감대도 결여되어 구호에만 머무른 측면이 강하다. 이제 집권 후반기에라도 진정한 반부패 정책이 마련되고 사회 각 부문의 동의와 참여 속에 실천으로 이어져 전반기의 실패를 만회화고 다시 개선의 추세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윤리경영 실태

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부패행위가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며, 국가 신인도와도 연관이 깊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도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윤리경영헌장 제정,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전담부서 설치, 윤리교육 실시 등 다양한 윤리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들도 기업의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윤리경영헌장을 채택한 기업을 더 신뢰하고, 품질이 동일한 경우 사회공헌 우수 기업 제품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의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기업들은 이윤이나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기업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나, 지금은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반부패 행동계획’에서도 기업의 반부패 노력 강화를 주문하였고, 2010년 11월에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표준인 ISO26000을 제정하는 등 국제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윤리경영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우리나라는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의 비자금 조성, 유용, 횡령 등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도 윤리경영이나 CSR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참여와 실천은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국민들이 기업에 호감을 가지는 요인으로 기업의 국제경쟁력이나 생산성 향상 등이며, 윤리경영실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반부패 투명사회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할 기업 부문(private sector)의 부패 문제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국제사회의 기업부패방지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

1)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지난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이 연루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관행적인 뇌물공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의 내부 거버넌스의 심각성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사회가 추진한 해결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 하나는 1977년 <해외부패관행법>(Foreign Corrupt Practice Act, FCPA)을 제정하여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나가 기업활동을 하면서 그곳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뿌리뽑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까지 실제로 통제되지 않았던, 더욱이 일부 국가에서는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인정해 주기 까지 하던 해외에서의 뿌리깊은 뇌물관행을 통제하고자 하는 이니셔티브를 발휘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 데서 찾을 수 있다. 그 정점은 <사베인스-옥슬리 법>(the Sarbanes–Oxley Act of 2002, SOX)이다. 즉 회계 개혁과 투자자 보호, 그리고 기업과 감사 책무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해 모든 미국 상장회사의 이사회, 경영진, 나아가 회계법인 등에 적용되는 보다 진전된 새로운 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한 것이다. 더 이상 기업들은 주주나 투자자, 소비자 등을 속이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적인 회계 처리나 공시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이를 위반할 경우 법인체에 막대한 책임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이 두 가지는 한 편으로 뇌물로 나가는 쪽을 막고 다른 한 편으로 뇌물이 만들어지는 쪽을 막고자 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2) OECD 뇌물방지협약

그런데 해외부패관행법이 시행되면서 이런 통제가 미국 기업들에게만 불이익 요소로 작용하여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다음 단계로 다른 수출 주도국들도 동일한 기준으로 해외 뇌물을 통제하도록 하자는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그 결과로 1998년 <OECD 뇌물방지협약>(OECD Convention on Combating Bribery of Foreign Public Officials in International Business Transactions)이 제정, 1999년 발효되었다. 이 협약에는 한국을 비롯한 OCED 가입 34개국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불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도 “주는 부패와 받는 부패는 같다”고 하는 ‘부패 방정식’(corruption equation)이란 개념에 기초하여 OECD 뇌물방지협약 제정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으며, 1999년 협약 발효 이후에는 그 이행을 촉구하며 각국의 이행 정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이행 강화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3) 유엔 반부패협약

나아가 2003년 12월 9일 멕시코 메리다에서 조인되고 2005년 12월 4일 발효된 <유엔 반부패협약>(UN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UNCAC)에는 152개국이 이를 비준하여 당사국 지위를 가지고 있다( 2011년 5월 23일 현재). 이른바 반부패라운드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반부패협약의 당사국은 부패방지 정책을 마련하여 추진할 의무를 지며, 부패 관련 범죄를 처벌하고, 이를 위한 국제협력과 부패자산의 몰수와 환수, 기술 지원 등에 참여하도록 한다. 또한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State Parties)를 통해 동 협약의 이행 상황을 상호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도 2008년 국회에서의 비준을 거쳐 정식 당사국이 되었으며, 동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협약에서는 부패 행위를 “공직을 남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던 과거 ‘공직’ 중심의 부패에 대한 개념을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에서의 부패까지도 통제 대상의 범죄로 포함시키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즉, 동 협약 제21조는 “기업 부문에서의 뇌물을 범죄로 규정하기 위한 입법 등 제반 조처를 채택할 것을 적극 고려”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국제 기구들이 공직 쪽에서의 부패에 대해서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이는 본질적으로 기업부패의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시한 큰 의미를 가진 진전이라 하겠다.

4) 유엔 글로벌콤팩트

인권, 노동, 환경 등 분야에서 아홉 가지 원칙으로 출발했던 유엔 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도 유엔 반부패협약의 제정에 발맞추어 반부패라는 제10원칙을 추가하여 이를 기업들의 중심적 관심과 극복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원칙은 “기업은 부당취득 및 뇌물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부패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참여한 기업들은 진전통보서(Communication of Progress)를 통해 해당 기간 동안 추진한 노력들을 알리도록 하는 의무를 자임하게 된다.

5) 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기업들은 또한 자발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여 환경, 사회책임, 거버넌스 등에 대한 기업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나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평가에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6) ISO 26000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사회책임에 관한 표준인 ISO 26000을 제정하여 지난 2010년 11월 1일 이를 발표하였다. 이 표준은 하나의 지도안으로서, ISO의 다른 표준들과 달리 특별한 인증이나 유사한 확인 과정이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이런 표준이 제시된 이후에 공공이나 기업, 시민단체 등을 막론하고 어떤 조직이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며 그 이행 정도에 대한 평판은 더욱 중요시될 것이다.

한국의 기업부패와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적 평가

1)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일본에는 “경제는 일류, 행정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지난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북경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모든 부문이 혁신을 통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겠지만, 적어도 부패 문제를 중심으로 지금 각 부문의 수준을 평가해 본다면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패 문제와 관련해서 정치와 행정, 기업 등 어느 한쪽이 더 더럽고 더 깨끗한지를 다투는 부문별 차별화는 쉽지 않다. 정치나 행정 영역에서 부패가 심각하다면 대부분 그 제공 주체가 되는 기업 쪽이 어떻게 고고하게 청렴함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부패란 받는 쪽만을 비난하고 적발 처벌하는 것으로 해결되기 힘들다. 왜냐하면 뇌물 등은 받는 쪽과 동일하게 주는 쪽이 있기 때문이다.

2)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한국은 국가부도 직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경제국치를 겪었다. 당시 IMF에서 한국에 제시한 체질개선 방안은 시장개방과 규제의 개혁, 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이었다. 특히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보공개와 연결재무제표 작성 등을 제시했지만 이는 한국 기업 부문에서 아직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기업 거버넌스 또한 매우 열악한 형편임을 위의 여러 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한국 정부와 기업 부문은 규제 철폐나 시장개방만, 노동시장 유연화 등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한 측면이 강하다. 특히 2008년 제2차 세계 경제위기 이후 ‘효율적인 규제’(effective regulation)를 한 목소리로 강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잘못되었거나 과도하게 포장된 정책이었다고 지적되어야 할 ‘규제철폐’만이 마치 친기업 정책인 양 떠받들어졌던 것은 결정적인 정책 실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기업 거버넌스 개선의 과제는 도외시되고 말았던 것이다.

3) PERC, 아시아 지역 부패 지표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의 현주소는 어떤가? 예를 들어 부패인식지수의 원자료에 포함되는 홍콩의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olitical and Economic Risk Consultancy, Ltd.)에서 지난 2011년 3월 23일 발표한 <아시아 지역 부패 지표>(Asian corruption update)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아시아 16개국 중 9위로 ’10년 대비 3단계가 하락하였다. 특히, 민간분야는 최하위인 16위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결과라 하겠다(표 1 참고).

<분야별 부패수준>

구분	민간분야	인․허가	검사단속	조세	관세	경찰	군대	사법	주식시장		정 치 분 야
										소계	지방공무원	국가공무원	지방정치	중앙정치
점수	8.95	6.97	5.10	7.00	4.15	6.89	4.11	6.18	6.89	6.52	6.00	5.00	7.89	7.18
순위	16	8	6	9	6	9	5	8	12	8	7	5	8	9
전체 평균	6.39	6.41	5.85	5.46	5.45	5.79	5.51	5.30	5.16	5.78	6.16	6.02	6.48	6.14

(0∼10점 : 점수가 낮을수록 청렴)

표 한국 사회 부문별 부패수준, Asian Corruption Update, 2011, PERC

이런 결과는 주로 부패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재벌총수들이 사면 받는 경우가 빈번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불법적인 로비자금을 제공하는 등 기업분야의 부패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PERC 부패지수의 하락은 금년도 CPI(부패인식지수) 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지수

마찬가지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2010년 9월 9일 발표한 <2010-2011 국가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에서 한국은 4.93점(7점 만점)으로 139개국 중 22위를 기록하여 직전 년도의 결과에 비해 3단계 하락하였다. 이 지수는 31개 통계, 80개 설문조사 자료를 근거로 기본요인, 효율성증진, 기업혁신 및 성숙도 등 3대 분야로 나누어 총 12개 부문, 111개 지표로 구성되는데, 기본요인의 제도적 요인은 62위로 전년(53위)보다 9단계 하락하였으며, 세부항목도 21개 지표 중 19개 지표 순위가 하락하였다(표 2 참고).

<국가경쟁력 지수-세부항목>

이 자료는 한국에서 기술, 교육, 보건 등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나 정부의 비효율, 기업의 투명성 부족 등이 진정한 선진화를 가로막는 요소들로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 특히 기업 부문에서 ‘윤리경영’, ‘감사와 공시 제도’, ‘이사회의 효용성’, ‘소액주주 이익 보호’ 등의 영역은 후진적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5) 국제투명성기구, 뇌물공여지수

예를 들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비즈니스를 위해 뇌물을 주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해 낸 도구로 국제투명성기구의 <뇌물공여지수>(Bribe Payers Index)를 언급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해외부패관행법이나 이후 OECD 협약 등에서 규정한 뇌물제공의 금지란 내용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된다. 1999년 처음 발표된 이 지수는 세계에서 경제 부국이자 영향력이 큰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해외 비즈니스에서 뇌물을 줄 가능성에 대한 순위로, 국제적으로 뇌물의 주는 쪽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도 뇌물공여지수는 26개국의 기업 중역 2,742명에게 행한 질문, 즉 기업의 중역들에게 “거래하는 22개국 외국기업들이 해외상거래에서 얼마나 자주 뇌물수수에 개입합니까?”라는 질문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 조사 결과에 포함된 (당시) OECD 가입국은 14개국이었는데 한국은 여기서 이탈리아와 멕시코와 더불어 꼴찌 그룹에 속하였다(표 3 참고). 이는 한국 기업의 해외 뇌물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뇌물공여지수>

Rank	Country/ Territory	BPI 2008Score	Respondents	Standard Deviation	Confidence Interval95%
					Lower Bound	Upper Bound
1	Belgium	8.8	252	2.00	8.5	9.0
1	Canada	8.8	264	1.80	8.5	9.0
3	Netherlands	8.7	255	1.98	8.4	8.9
3	Switzerland	8.7	256	1.98	8.4	8.9
5	Germany	8.6	513	2.14	8.4	8.8
5	United Kingdom	8.6	506	2.10	8.4	8.7
5	Japan	8.6	316	2.11	8.3	8.8
8	Australia	8.5	240	2.23	8.2	8.7
9	France	8.1	462	2.48	7.9	8.3
9	Singapore	8.1	243	2.60	7.8	8.4
9	United States	8.1	718	2.43	7.9	8.3
12	Spain	7.9	355	2.49	7.6	8.1
13	Hong Kong	7.6	288	2.67	7.3	7.9
14	South Africa	7.5	177	2.78	7.1	8.0
14	South Korea	7.5	231	2.79	7.1	7.8
14	Taiwan	7.5	287	2.76	7.1	7.8
17	Italy	7.4	421	2.89	7.1	7.7
17	Brazil	7.4	225	2.78	7.0	7.7
19	India	6.8	257	3.31	6.4	7.3
20	Mexico	6.6	123	2.97	6.1	7.2
21	China	6.5	634	3.35	6.2	6.8
22	Russia	5.9	114	3.66	5.2	6.6

한국의 기업부패와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점

1) 회전문 인사, 전관예우

한국의 상당수 기업들은 퇴직 관료들이나 유력한 정치인, 또는 법조인사 등을 영입하여 로비 창구로 활용하거나 기업 내외의 부정부패를 감싸는 간판과 외부의 통제를 막아내는 방패막이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과 금융기관 등이 이러한 회전문 인사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기업과 관련된 특별검사 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차후 해당 기업으로 영입된다거나,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 기관에 근무했던 공직자들이 퇴임 후 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에 임원으로 영입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인 경우가 될 것이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불거진 회전문 인사의 폐해는 외부에 증거가 남지 않았을 뿐이지 명백한 부패 사건에 다름 아니다.

법조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퇴임한 선배나 동료를 돌봐 줌으로써 자신이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자신도 후배 동료들로부터 똑같은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보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실질적으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일어나지만 이를 교묘하게 시차를 두고 법망을 피하는 것일 뿐, 명백하게 유엔 반부패 협약 제18조의 ‘영향력 거래’(trading in influence)나 제19조의 ‘기능의 남용’(abuse of functions)에 해당되는 부패 행위로 적극 통제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2) 낙하산 인사, 이사회와 감사기능의 무력화

낙하산 인사는 한편으로 인사권의 행사라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조건이나 능력, 전문성 등이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등에 대한 보은의 차원으로 특정한 지위를 배려하는 부적절한 일이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선거법의 제재를 벗어날 수가 없겠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 큰 자리에 대해서는 통용되고 있다. 사실 인사권의 정당한 행사인지 아니면 인사권의 남용인지를 구별하는 명백한 잣대는 없지만 향후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이사회나 감사 기능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결정적인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힘들게 된다. 또한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원리가 작동되기도 어렵다.

3) 기업의 비자금 조성

기업의 비자금 조성, 유용 및 횡령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기업의 비자금 조성도 점차 지능화․조직화 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범죄수법이 주로 무자료 거래, 장부조작, 허위 회계 처리, 차명계좌 활용 등이고, 그룹 오너 일가의 지시에 의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반면, 최근에는 범죄수법이 다단계 인수․합병, 회계분식, 부동산 및 주식가치 부풀리기, 주가 조작, 전문가를 동원한 적법행위 가장,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세탁 등 점차 지능화되고 있으며, 비자금 조성도 그룹 본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사회공헌 대 사회적 책임

한국 기업들이나 기관들은 불쌍한 이웃을 돌보는 것이 곧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관련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사회공헌위원회, 삼성의 경우는 사회봉사단이라 불린다. 이런 이름들은 다른 대다수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학교, 병원 등 많은 조직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반면 사회적 책임이란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용어 사용은 한국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조차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형편에서 한국 기업들이 진정으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고 나아가 이를 넘어서려면 무엇보다도 사회봉사나 사회공헌에 머물러 있는 관점의 총체적인 혁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보다도 먼저 기업들 스스로 기업 활동의 정당성, 합법성, 윤리성 등을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기업들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노동자들을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환경을 훼손하거나 파괴하고, 또 뇌물 등 탈법적이며 비윤리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소비자나 주주, 관련기업 등의 이해당사자들을 기만한다면 그 어떤 봉사나 공헌도 그런 잘못을 합리화할 수 없다.

기업이 법규준수나 윤리경영은 외면하고 뇌물 또는 분식회계 등 부정한 수단으로 돈을 벌고, 그 돈에서 조금 떼어 불쌍한 이웃들을 돕는 그런 봉사나 공헌이라면 과연 누가 이를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그 경우 사회봉사나 사회공헌의 진정성은 의심을 떨쳐내기 힘들고 신뢰를 주기도 힘들 것이 분명하다.

이른바 ‘반기업정서’란 것도 따지고 보면 불법과 비윤리에 대한 반대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법규준수와 윤리경영만으로도 반기업정서의 대부분은 해소되고도 남을 것이다.

기업부패 통제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제도적 과제

1) 기업부패방지법 제정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미국의 SOX와 같은 기업부패방지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이미 미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은 SOX의 적용을 받고 있으므로 국내법을 통해 그 대상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한미 등 자유무역협정들에 따른 표준의 제정이라는 점에서도 향후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과제는 기업의 비자금 마련이나 뇌물 수수 등이 행위의 주체인 개인들과 더불어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법인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거액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더불어 독립 반부패기관에도 기업부패 통제를 위한 일정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무소불위의 독점적 권력 행사 대신 이들 기관 간에도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기관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는 취업제한 적용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2) 내부고발자 보호의 강화

외국 통계에 따르면 기업부패의 약 3분의 1 정도가 내부고발에 의해 드러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내부고발자들은 기업 영역의 경우 보호받기가 쉽지 않고 도리어 보복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는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공익신고자보호법>(법률 제10472호)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공익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부패 자체만으로도 보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윤리경영에 대한 인센티브제 강화

이러한 외부적 통제 수단의 강화와 더불어 윤리경영에 앞장서 노력하는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런 인센티브들에는 Clean 기업을 선정하여 정부 포상, 융자금시 이자율 조정이나 조세의 감면, 정부 조달에서의 가산점 부여와 제품구매시 우선 배려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또한, 범정부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기업윤리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 활동(지식경제부), 인권(국가인권위원회), 노동(고용노동부), 환경(환경부) 및 부패(국민권익위원회) 등과 관련된 정부부처가 상호 협력하여 기업의 윤리경영을 한 차원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4) 사외이사제의 실효성 제고

현재의 사외이사제도는 폐지의 대상이 아니라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어야 할 제도이다. 무엇보다도 지배주주나 대표이사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전문역량을 확보하여 사외이사로 참여토록 하고, 사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등을 포함한 각종 사내 관리 조직에 참여하여 경영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공직윤리 관리 기능의 이관

현재 중앙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행정안전부에 소속되어 공직자 재산등록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관예우나 회전문 인사 등의 취업제한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기능을 전문적인 국가 반부패기관에서 관장하도록 하고, 더불어 전관예우나 회전문인사를 통제할 법률적 근거를 강화하여 실질적인 공직윤리 관리가 가능하도록 조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부패 통제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기업의 과제

1)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노력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노력은 기업 내부로부터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CEO가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기업의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등이 사내 의결구조에서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퇴직 관료들이나 정치인, 법조인 등을 대외적인 방패막이 또는 로비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초청하고 또 실질적인 활동과 상관없이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나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또 권력이 주변 인사들을 배려하기 위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서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 내에서 이런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 전관예우 등을 감시하는 자발적인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들이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고 보상하는 기금을 공동 출연하여 제3자에게 위탁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뇌물방지 경영원칙 존중 대내외 천명

유엔 글로벌 콤팩트의 가입은 기업의 부패통제를 위한 첫걸음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대기업들 대부분은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CEO가 10개 원칙에 대해서 수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천명하는 서한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것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CEO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 임직원은 물론 주주들, 나아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 회사는 글로벌 콤팩트의 참여사로 다음 10개 원칙을 존중하고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천명하는 것이 그 이행을 위한 일차적인 출발점이다. 각종 광고, 홍보물이나 홈페이지, 안내문 등에 이를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원칙을 존중한다는 대내외 천명이야말로 그 이행을 향한 첫걸음이 된다. 이 단계를 건너뛰고서는 실질적으로 그 어떤 진전도 이룩할 수 없다.

3) 뇌물방지 원칙 이행을 위한 단계별 전략의 수립

기업들은 뇌물방지원칙의 단계별, 주체별 실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그 전략에는 구체적으로 종사자, 주주, 비즈니스 파트너 등 이해당사자 등에 대한 교육 과정이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래야만 뇌물방지 원칙이 실제 비즈니스에서 작동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투명성기구가 제안하는 <뇌물방지 비즈니스원칙>(Business Principles for Countering Bribery)을 따라 단계별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유엔 글로벌콤팩트와 함께 제10원칙의 이행을 위한 단계별 전략으로 연결하여 실행 프레임웍(Business Against Corruption: A framework for action - Implementation of the 10th UN Global Compact Principle against corruption, 2005)을 출판 배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한국투명성기구와 함께 이를 한글로 번역 출판하였다.

한국에서 윤리경영이 보다 성숙하게 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상행위에서 직간접적인 뇌물이나 온갖 금품, 향응, 편의제공 등을 추방하기 위한 <뇌물방지 비즈니스원칙>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4)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Due diligence는 흔히 ‘기업실사’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이는 그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사전적으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일반적 주의 의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반부패와 관련해서 기업이 사내 임직원들은 물론, 그 중개인, 대리점, 현지법인, 하청업체 등의 공급선(supply chain)을 제대로 교육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며, 관리하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본사의 뇌물방지 원칙을 설명하고, 그 상대방으로부터 이를 이해하였으며 존중하고 이행을 약속하는 내용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도 듀 딜리전스의 이행에 중요한 수단이 된다. 미국 법제는 기업 내부에서 이를 위반한 부패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이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또 듀 딜리전스를 이행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가담한 당사자만 책임을 지도록 하고 기업은 책임을 면하게 해 준다.

5) 리스크 예방

많은 선진 기업들이 ‘리스크 매핑’(risk mapping) 기법을 도입하여 조직의 재무(finance), 운영(operation), 평판(reputation) 등과 관련하여 리스크에 취약한 요소들을 ‘발생가능 빈도’와 ‘발생시 영향력의 강도’ 양 측면으로 구분하여 목록화하여 예방하고 있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윤리경영의 선진국을 향하여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국에서 윤리경영은 사회적 책임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에게 필수요소가 아니라 권장할만한 추가적 미덕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윤리경영을 통해 주주는 물론, 나아가 비즈니스 파트너와 소비자 등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공정하고 투명한 관계를 확보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 영역에서 부패를 통제하며 공정거래와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권장하는 정책들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친기업 정서’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기업 거버넌스의 개선이며, 그 다음이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다. 기업 스스로 거버넌스의 본질적인 업그레이드 없이는 어떤 정책적 지원이나 규제철폐도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도 없고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없다.

지난 2005년 3월 9일 체결되었던 <투명사회협약>에서 기업 대표자들이 실천하기로 약속했던 내용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전반기 반부패 정책의 실패를 딛고 공정사회가 구호가 아닌 실제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부패한 경제인이나 정치인 등을 위해 남용하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품격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일이며 공정사회 실현의 장애가 되므로 이를 금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도 윤리경영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또한 모든 종사자들이 이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면 주주 등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의 신뢰가 강화되므로 그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더욱 튼튼해진 윤리적 기반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한국을 윤리경영과 청렴(integrity)의 모범적 선진국으로 이름을 떨치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써니]

이명박 정권 하 부패지수의 악화는 그 원인을 이명박 정권에서 찾기보다는 국민 전체에게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 다수가 이명박을 선택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적 시민 사회를 꿈꾸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대한 국민 다수의 거부였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해서 떡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좋은게 좋은거지 무슨 쓸데없는 개소리냐, 하면서 차버린 것이지요. 이명박은 뒤에서 자신을 응원하는(실상은, 부리는) 다수를 위해 뛰는 대표선수 혹은 주구일 뿐이지요. 주구(Running Dog)의 말로는 항상 비참합니다. 目不忍見을 곧 온 천하가 목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