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천일야화] 강화 와인 - 마데이라(Madeira)
(2000.11.28.스포츠서울) 이종기(두산 씨그램 공장장)
남유럽에는 일찍이 강화 와인이 발달했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끼고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같은 위도상에 있는 다른 지역보다 기후가 온난하다. 와인을 생활 필수품으로 여기고 있는 남유럽 사람들은 와인의 보존에 골몰했다. 와인은 동굴이나 지하 셀러에 저장하여 숙성하지만 온도가 높으면 산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세기 이후 증류기술이 보급되어 브랜디가 생산된 이래로 남유럽 사람들은 와인에 브랜디를 가하여 와인을 저장하는 시도를 하였다.
통상 10∼12도의 알코올 농도를 지닌 와인에 브랜디를 가하여 16∼18도로 만든 것이 강화 와인이다. 알코올 농도가 16도 이상 되면 미생물의 생존이 극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와인을 강화 와인이라 한다.
강화 와인의 일종인 마데이라는 생산지명을 그대로 본땄다. 마데이라는 대서양의 북아프리카 연안에 인접한 섬이다. 포르투갈 영인 이 섬에 강화 와인인 마데이라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동인도 항로가 개척된 1600년대이다. 마데이라 섬의 중심 항구인 펀챨(Funchal)에는 동인도 항로를 이용하는 유럽 각지의 선박들이 머물러 가는 곳이었다.
선원들에게 있어서는 와인은 식량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었는데 마데이라 섬에 도착할 즈음에는 와인이 식초가 되어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시 와인 수송용 용기는 오크 배럴이었는데 배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상태에서, 습하고 더운 기후에 와인은 쉽게 산폐되었다.
와인 상인들을 비롯한 선원들 자신의 이익으로서 와인의 보존은 큰 문제가 되었다. 마데이라는 한 술집에서 우연히 와인에 갓 증류한 브랜디를 첨가하여 더운 창고에 방치해둔 데서 탄생했다. 마데이라는 실로 찜통같이 더운 창고에서 숙성된다. 이 술은 더운 온도에 자연히 숙성이 일어나 와인의 부드러운 풍미와 증류주의 강한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상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마데이라 섬에서는 아예 대량의 유럽와인을 구입하여 마데이라를 만들어 판매하였다.
19세기 냉동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마데이라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남북 아메리카까지 대량으로 판매되었다. 마데이라 주는 네 가지 스타일로 분류되는데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에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
연한 색깔의 드라이한 ‘세시알’로부터 단맛과 색깔이 강해지는 순서대로 ‘베르델로’, ‘부알’, ‘맘지’가 그 것이다. 고급 마데이라는 장기간 오크통에서 숙성되는데 보통 리저브(Reserve)는 5년 숙성된 것이며 스페셜 리저브는 10년 숙성된 것이다.
마데이라는 수프와도 잘 어울리나 주로 디저트 케이크와 함께 마신다. 서양 사람들이 숙취제거제로 해장술처럼 마시는 프레리 오이스터는 마데이라와 날 계란을 혼합한 칵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