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AI 시대 이끌어갈 세계인의 언어 될 것”
제577돌 한글날인 10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4회 광화문광장 휘호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한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577돌 한글날 경축식… “세종학당 2027년까지 350곳으로 확대”10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외국인들이 하늘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세종대왕 동상 뒤 육조마당에 앉아서 붓글씨로 한글을 써내려갔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10여 개국 외국인이 참가해 한글 솜씨를 뽐내는 장면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예술문화원이 주최한 ‘제14회 광화문광장 휘호대회’로 ‘한글날 세상을 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대회 경선 중에 소나기가 내려 참가자들은 우산을 쓰고 붓글씨를 써내려가기도 했다. 대회 수상작은 11월 14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한글갤러리에 전시될 예정이다.
제577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졌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정부의 경축식이 열렸다. 한글날 경축식이 서울이 아닌 지역 도시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시는 마을 이름 등을 순수 우리말로 사용하고 한글사랑거리 조성, 한글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한글을 사랑하고 상징하는 대표적 도시로 꼽힌다.
“한글문화 산업화에도 박차 가할 것”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주원 한글학회장, 최민호 세종시장, 이창덕 외솔회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등을 비롯해 한글 관련 단체 관계자와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해외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어나갈 세계인의 언어가 바로 ‘한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AI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고 한글의 가치를 더 많은 세계인과 나눌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세종학당을 2027년까지 350곳으로 확대해 한국문화를 더욱 넓고 깊이 있게 알리겠다”면서 “관련 전문인력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국가적 지원을 통해 한글문화의 산업화와 정보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앞다퉈 제공하며 우리말에 기반한 AI 환경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 총리는 “세종학당은 지난해에만 전 세계 85개국, 240여 곳에서 12만 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해외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지원하는 사람도 연간 37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세계 속의 한글 확산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축식의 주제는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으로 4차 산업혁명·정보통신 고도화 시대에 최적화된 문자로 평가받는 한글의 매력적이고 강력한 힘을 확인하고 한글과 함께 열어갈 소통·화합·연대의 미래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10월 9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577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한글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뉴시스
태극기 흔들며 ‘한글 사랑’ 만세삼창
경축식은 국민의례, 주제영상 상영, 훈민정음 머리글 읽기, 유공자 포상, 축하말씀, 축하공연, 한글날 노래 다 함께 부르기, 만세삼창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먼저 주제영상에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훈민정음 창제의 의미, 한글의 우수성,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가는 한글의 위대함을 담았다. 이어 김주원 한글학회장이 훈민정음 머리글의 원문을 낭독했고 아역배우 출신으로 친근한 이미지의 이민우 씨가 해석본을 낭독했다.
한글의 보급·발전을 위해 노력한 한글발전 유공자에 대한 정부포상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을 연구해온 이기남 원암문화재단 이사장과 미국 브라운대에서 학술서적과 강연 등을 통해 한글·한국문화를 알려온 왕혜숙 교수, 300여 권의 저서를 번역해 한글의 쓰임새를 널리 알린 김석희 번역가 등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포상을 받았다.
축하공연 무대에 오른 비보이 1세대 팝핀현준은 한글 창제 당시 세종대왕의 고뇌와 백성을 향한 애민정신을 춤으로 표현했다. ‘강릉세계합창대회 어린이 합창 부문’ 은상을 수상한 세종사계절하모니합창단과 하모나이즈합창단이 ‘훈민정음 서문가’, ‘노래여’ 등을 부르며 한글날을 축하했다.
정영미 세종학당 교사,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된 세종글꽃체의 주인공 홍죽표 할머니,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 전원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외치면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