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팅커벨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7개월 전인 2012년 6월에 있었던 프리퀄입니다. 팅커벨이라는 작은 강아지의 죽음으로 시작된 팅커벨 프로젝트이지만 그 이전에 뚱아저씨에게는 영원히 잊지못할 코돌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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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인 2012년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검둥개 럭키를 구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반려동물방에 용인의 한 함바집 뒷마당에 묶여 지내는 방치견 두 아이의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당장 사진으로 보기에도 너무도 험한 몰골을 하고 있는 두 마리의 코카스파니엘이었습니다.
용인의 한 함바집 뒷마당에 묶여지내던 두 마리의 코카스파니엘
이 사진을 본 많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저렇게 방치할 수 있지.. 너무 한다"며 다들 구하고 싶다는 덧글을 달았습니다. 저도 그 쯤에서 그 사진을 보게 됐는데 두 아이가 너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을 본 사람들도 그렇고 제보자도 그렇고 구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뿐 누가 선뜻 나서서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작지 않은 체격의 코카스파니엘인데다가 오랫동안 방치한 상태라면 심장사상충 등 어떤 질병에 걸렸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구한다고 해도 그 다음에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대책이 따로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런 험한 몰골의 아이를 보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보고도 모른척 외면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연을 알게된 사람들끼리 십시일반으로 아이들의 치료비를 모으고 제가 직접 그 용인의 함바집을 가봤습니다.
묶여 있는 두 아이는 제가 다가가자 사람을 너무도 좋아하는 아이인듯 짖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직접 본 순간 "저렇게 순하고 착한 아이들을 왜 이렇게 방치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함바집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뚱아저씨가 챙겨준 간식을 보고 맛있게 먹는 코돌이와 코순이 동영상
마침 식당은 점심 시간을 막 지났던 때라 한가해서 주인에게 여기 찾아오게 된 사연을 얘기하지 그 분은 "그 아이는 내 개가 아닌데 자기가 건너건너 아는 지인이 키우던 아이를 이사가면서 더 이상 키울수 없다며 나한테 밥이나 좀 먹여달라고 부탁하고 간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두 아이들은 그곳에 그냥 놔뒀다가는 평생 좁은 줄에 묶여서 아무런 관리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죽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제가 두 아이를 데려가도 되겠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해서 두 말할 것 없이 애견택시를 불러서 데려왔습니다.
애견 택시를 타고 애견미용샵 앞에 도착한 코돌이와 코순이
함바집에 방치되어 묶여있던 코돌이를 미용하는 모습.
우선 두 아이는 미용이 급해서 먼저 잘 아는 단골 미용집에 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미용실장님도 원래 그런 아이는 미용을 안하지만 아이들 사정이 딱하다며 해주셨습니다. 실장님은 미용하는 동안에 벼룩과 진드기가 수십마리 나오는 것을 일일이 다 잡아가며 몇 시간에 걸쳐 힘든 미용을 해주셨습니다.
미용을 마친 두 이에게는 코돌이와 코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그리고 뚱아저씨 집으로 데려와서 우선 마당 옆 작은 방을 쓰게 해줬습니다. 두 아이가 말끔하게 미용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답답했던 갑옷같은 털을 벗어던지 사진을 보며 정말 좋아했습니다.
미용을 마치고 뚱아저씨 집에 온 코돌이(왼쪽)과 코순이(오른쪽)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만이었을까요? 여름날 답답했던 털옷을 벗어던지고 시원하게 미용을 한 코돌이와 코순이는 마당에 있던 흰돌이, 흰순이, 럭키, 순심이와 만났습니다. 지금도 그 때 아이들이 서로 반가워하며 신나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코돌이와 코순이는 천성이 순하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착한 순둥이들이었던 것입니다.
마당의 코돌이와 코순이, 흰돌이와 흰순이, 순심이.
자양동 집에 살던 시절.
창고방의 코돌이와 코순이, 계단위의 검둥개 럭키, 흰순이, 흰돌이와 순심이.
코돌이, 코순이 미용하고 집에 온 날 아이들이 반겨주는 동영상
이 당시만 해도 럭키가 낯을 많이 가릴 때였죠.
다음날 코돌이와 코순이를 데리고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집근처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안타깝게도 걱정했던대로 두 아이는 모두 심장사상충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코돌이는 아주 심한 상태였습니다.
코돌이의 심장사상충 현미경 촬영 동영상
검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뚱아저씨는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흰돌이와 흰순이는 입양당시에 중성화 수술을 했고, 코돌이와 코순이도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고 했는데 두 아이가 심장사상충에 걸린 상태여서 바로 하지 못하고 중성화가 안된 코돌이, 코순이, 럭키가 함께 있다가는 자칫하면 코순이가 임신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 코돌이와 코순이를 입원하며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본 결과 고양시의 한 동물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큰 걱정이었는데 일단 한 시름 놨습니다. 그 때 그동안 손을 타지 못해서 검진을 진행못했던 럭키도 검진해보니 심장사상충 양성, 자양동 사거리 뻥튀기 장수 트럭에서 구한 시츄 순심이도 심장사상충 양성이었습니다.
한 달 사이 구조한 네 아이들이 모두 심장사상충에 걸려서 원장님께 부탁을 드려 네 아이 모두 입원 치료를 하기로 하고 서울 광진구 자양동 집에서 고양시까지 매일 동물 병원에 면회를 다녔습니다. 그 때 아고라 반려동물방을 인연으로 알게된 분들도 함께 면회를 가곤 했었지요.
코돌이, 코순이 면회가서 인근 아파트 단지 잔디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코돌이 코순이에게 삶은 고구마 간식을 주는 모습
그렇게 순조롭게 심장사상충 치료가 되는가 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코순이는 잘 치료가 되고 있었는데 코돌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원장님은 심장사상충 말기에 치료에 들어간 코돌이가 치료 과정에서 후유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후부터 코돌이는 시름시름 앓고 기력이 부쩍 쇠진해졌습니다.
부쩍 더 마르고 잘 먹지도 못하던 코돌이
점점 더 말라가는 코돌이
원장님은 코돌이가 어렵겠다는 말을 했습니다.돈이 얼마가 더 들던 코돌이를 살리고 싶었지만 힘들다는 말에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토요일. 그날은 아침부터 유난히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코돌이가 병원 케이지 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가엾은 코돌이에게 내가 더 해줄 수 있는게 뭐가 더 없을까 생각하다가 코돌이를 케이지 안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코돌이에게 마지막으로 파란 하늘을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원장님의 허락하에 코돌이와 코순이를 데리고 일산의 미관광장에 갔습니다. 그날 그곳에는 마침 다른 유기견 친구들의 입양캠페인이 있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병원에서 나와 산책을 나가는 코돌이와 코순이
이동하는 차안에서 코돌이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뚱아저씨
잠깐 동안이었지만 자양동 집에서 함께 지냈던 흰돌이, 흰순이, 순심이, 럭키의 체취가 남아있는
매트에 앉은 코돌이
일산 미관광장에서 유기견 입양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유기견 친구들의 입양캠페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코돌이의 뒷모습
병원의 케이지가 아닌 일산 미관광장에서 매트를 깔아놓고 앉아서 쉬고 있던 코돌이는 갑자기 힘을 내서 일어나서 매트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그곳에 변을 봤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매트로 돌아왔습니다.
매트에서 변을 보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힘을 내보는 코돌이
"코돌아, 그냥 여기서 봐도 괜찮아.. 왜 힘들게 나갔다 왔어"
그렇게 다시 돌아온 코돌이를 쓰담쓰담해줬습니다. 하지만 코돌이는 이제 자기 할일을 다 마쳤다는 듯이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제 품에서 조용히 쓰러져서 영원히 잠을 잤습니다.
코돌이는 마지막까지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코돌아, 그냥 매트에 볼일을 봐도 되는데.. 왜 그랬어.. 이 착한 녀석아."
그렇게 착한 코돌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마지막 여행을 떠났습니다.
뚱아저씨 곁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코돌이.
코돌이에게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코돌이가 살아온 10여년의 생애중 겨우 마지막 두 달을 지켜줬던 것뿐인데.. 코돌이는 투병하는 동안에도 유난히 나를 많이 의지했습니다.
병원에 면회를 가면 너무도 좋아하던 코돌이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런 코돌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너무도 아팠습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코돌이를 데리고 친구 코순이와 함께 김포의 애견화장장인 페트나라에 갔습니다. 코순이도 무엇을 아는 것일까요?
코돌이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함께 가는 코순이
그렇게 코돌이의 마지막을 예를 갖춰 떠나보냈습니다. 코돌이의 마지막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화장을 마친 코돌이의 유골은 페트나라 2층에 있는 애견납골당에 안치했습니다.
코순이와 함께 코돌이의 마지막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뚱아저씨
한줌의 유골로 돌아온 코돌이
김포 페트나라 2층 납골당에 안치된 코돌이.
코돌이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돌아온 날, 집에 있던 흰돌이, 흰순이, 럭키, 순심이와 함께 다녀온 코순이 모두가 친구를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섯 아이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간 코돌이를 기억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코돌아, 잘가.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 안녕 ~ "
코돌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럭키, 흰순이, 순심이, 흰돌이, 코순이
에필로그 1) : 그 후 코돌이와 함께 구조한 코순이는 파주의 임보맘 댁에서 9개월을 지내다가 여수에 사는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서울 자양동에서 파주로, 또 파주에서 여수까지 직접 입양보내러 갔던 왕복 1,000km의 그 길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코순아.. 좋은 집에 입양가서 정말 잘됐다. 코돌이 몫까지 더더 행복하게 잘살아 ~ "
임보맘과 함께 여수로 입양가는 코순이
코순이를 반겨주는 입양맘.
에필로그 2) : 2013년 1월에 김포 페트나라의 코돌이가 안치되었던 납골당에는 작고 여린 천사 '팅커벨'이 코돌이 오빠 곁에 함께 안치되었습니다. 든든한 코돌이는 동생 팅커벨을 잘돌봐주며 그 이후로 만 7년이 넘는 동안 팅커벨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며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있었던 650여마리의 많은 유기견들의 생명을 구하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보호소에서 구해온지 하루 만에 파보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팅커벨.
팅커벨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작은 천사 팅커벨.
작은 천사 팅커벨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수호천사 코돌이 오빠.
첫댓글 출근길 눈물나네요 ㅠㅠ
착한 코돌이 강쥐별에서 잘놀고 있겠죠~~~
코돌아!잘 지내니?
팅커벨 좀 지켜줘~
처음 알게된 코돌이 코순이 사연에 코끝이 찡하네요 안타까운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용기가 필요한 일인것 같아요 여수로 간 코순이는 잘 지내고 있겠지요~? 코돌이를 위해 미관광장까지 가신건 정말 잘 하신일 같아요
저는 제 강아지를 병원에서 보내야해서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해서 넘 외롭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이 항상 들거든요
코돌이 코순이 생각나네요 ㅠㅠ
저도 처음알게된 사연에 마음이 짠합니다....
끄집어낸 추억이 콧등이 시큰합니다
같이하는 반려한테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출근길 버스안...
눈물이 하염없이 나서....
참 인간이라서 너무 미안하다
애들아~
찡하고 울컥합니다...죽이는것도 인간, 살리는것도 인간...
가슴찡한 사연이네요....
에휴,,, 무책임한 인간들한테 또한번 화가나네요...
아는 얘긴데도 이렇게 보니 또 눈물납니다 주책없이~
가슴이 먹먹합니다.. 소중한 생명들에게 좀더 경건하고 진진할순 없는지.. 함바집에 묶여있던 아이들 보니 정말..
살뜰히 살피시고 무지개다리 건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해주셨던, 짧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팅커벨도, 코돌이도 기억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에궁..눈물나네요ㅠㅠ
잊지못할 코돌이사연...
몇년전 별이 된 저의 첫 입양견 뿌니가 생각나네요. 며칠을 먹지않고 앓느라 제대로 서지도 못했던 뿌니가 마지막날 새벽 유난히 낑낑거려 화장실에 내려서 잡아줬더니 있는 힘을다해 변을 보더라구요.
그리고 제품에서 별이 되었어요ㅠ
살면서 배변실수 한번 안한 착한 아이라 가는길도 폐끼치지 않으려 그랬냐고, 힘들면 그냥 있어도 됐는데 하며 안고서 엉엉 울던 기억이 나 울컥하네요ㅠ
뚱아저씨의 그 노력덕에 코돌이는 행복했을꺼에요.
감사합니다 정말ㅠ
저때 기억납니다..
블로그에 글 올리실적....
저도 이리 아직 눈물이 나는데 뚱아저씨께선 오죽하실까요..
그래도 코돌이는 뚱아저씨 덕분에 눈감기 전 행복을 알고 갔으니 행복했을겁니다
팅커벨도 기억나고요..
팅커벨아 코돌아... 미안하고 미안하다
글을 읽다가 짠해서 눈물이 남니다.. 저희도 얼마전에 강아지한마리을 대려와서 키우고있습니다.. 전에는 몰랐던 느낌을 요즘은 참 많이 느낌니다..
우리 코돌이 좋은곳으로 갔을거라 믿어요~ 부디 하늘에서는 아프지말고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마지막 2달이 코돌이에게는 "감사합니다. 뚱아저씨" 라고 인사하고 갈 수 있는 나날이였을거라 생각됩니다. 행복하게 좋은 곳으로 갔을거예요. 팅커벨도 자기이름으로 많은 친구들을 구하게 된것을 보면서 미소짓고 있을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