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쓰는 돈은 절대 낭비가 아니다

[박태호]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그만큼 오래 산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니 우리 부모님들의 회갑, 칠순 잔치를 제법 크게 해 드렸다.

시골 방 벽에 온가족이 모여 기념촬영한 부모님의 회갑사진이 아직도 걸려있다.
자세히 보니 나이가 든 모습이다.
그런데
요몇년 사이에 확 바뀌었다.

요즘 61세라면 노인이 아니다.
실제 UN은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인 규정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90을 넘기고 돌아가셨으니 비교적 장수하셨다.
이제는 60에 은퇴를 한다해도 30~40년을 더 살아내야 한다.
꽤 긴 세월이다.
그러다보니 지레 겁을 먹고 긴 노년을 대비해서 쓰고 싶은데도 참고 자린고비가 되고만다.

하지만 아니다.
나이든 선배들의 한결같은 훈수는 이렇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거 하고 쓰고싶은 곳이 있다면 과감히 지갑을 열어라"
"제발 얍삽하게 굴지말고 베풀어라."
"자신을 대접하며 살아라"

한 마디로 나이들어 타인에게나 자신에게 너무 인색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산을 남기는 것은 자식을 버리는 것이다"라고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자.
그 많은 재산을 한 푼도 못 쓰고 고스란히 남겼는데 죽고나서 자식들이 재산싸움에 휘말려 천하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라리 다 쓰고 죽든지 좋은 곳에 기부하고 떠났다면 자기 이름도 남기고 자식들도 살렸을 것이다.

또한 은행에 넣어둔 돈은 쓰지 않으면 내돈이 아니다.
2021년말 현재 통장에서 잠자는 예적금, 보험료가 무려 1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예금만 하고 찾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내 얘기 좀 해 보자.

최근 가계부에 기록되는 항목과 금액이 늘어났다.

먼저 자동차유지비, 길흉사 관련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활발하게 뛰는 취미생활 관련 비용이다.
골프, 테니스, 댄싱, 색소폰, 텃밭 농사, 민요와 장구 , 책구입비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 골프 관련비용이 제일 많다.
그도그럴것이 한번 라운딩에 근 이삼십 만원이 들어가니 은퇴자금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하지만 이것이 낭비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달에 한두번인데..."하고 내 자신을 다독인다.
필드를 대폭 줄이고 저렴한 스크린골프를 즐기고 있다.
아직도 싱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내가 그 좋아하는 골프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은퇴준비가 잘 되지않아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때에도 노후에는 쓰는 것을 너무 애끼지 말라고 한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노후에는 내일보다 오늘 이 하루 하루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달력을 또 한 장 뜯고 보니 어느샌가 금년도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집사람이 칠순을 맞이했는데 이제 내 차례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매사 정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조금 늘어나는 가계부의 지출내역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 모양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결론은 '아니다'이다.
낭비가 아니었다
대부분 꼭 써야할 곳에 썼다.
건강을 지키며 들어간 비용이다.

이후로도 내가 좀 손해보고 써야할 때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나가야겠다.

나이들어 쓰는 돈은 절대 낭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UN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구분

[박태호]

요즘 가계부의 기록이 좀 늘어났습니다.

잠시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니 대부분 이유있는 지출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나갈 작정입니다.
나이들어 쓰는 돈은 절대 절대 낭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