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
최 화 웅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시월의 마지막 주일. 매튜 본(Mattew Bourne)의 ‘백조의 호수(Swan Lake)’ 마지막 공연을 관람했다. 문현금융단지에 자리 잡은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Dream Theatre)의 정문 한 쪽 벽면에는 “전설이 돌아왔다. 이보다 더 대담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는 대형전광 포스타가 입장하는 관객과 마주했다. 공연 시작 15분 전 무대와 가까운 거리의 1층 20열 25, 26번 에 아내와 나란히 앉았다. 1,700여 석의 좌석에 빈자리가 없었다. 음악이 나오자 무대를 가린 커튼의 백조가 날기 시작하면서 챠이콮스키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감각적인 안무로 재해석한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도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텔링이 가능케 하는 놀라운 연출력과 배우들의 춤사위 하나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왕자와 여왕 그리고 근육질의 남성 백조를 통한 슬픈 드라마를 풀어나갔다. 서울 공연에 이어 나흘 동안 계속된 부산공연의 마지막 날. 대부분의 관객은 젊은 연인들과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동화에 끌렸다. ‘백조의 호수’는 ‘호두까기 인형’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챠이콮스키 3대 발레음악 모음곡 중 하나다.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는 중세 독일의 전설에 바탕을 둔 낭만적인 이야기로 4막 36곡으로 구성되었다. 매튜 본의 안무와 연출을 거친 ‘백조의 호수’는 1995년 런던 새를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투어 공연에 나서 가장 오랫동안 계속된 무용공연으로 아직껏 롱런 중이다. 매혹적이고 강인한 여왕(어머니역) 니콜 카베라(NIcole Kabera)는 유약한 왕자(아들역) 제임스 로벨(James Lovell)이 무난히 왕위를 계승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왕자는 침대의 안락함을 벗어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며 방황한다.
왕자는 술에 취해 바(Bar)를 드나들며 그곳에서 여자 친구를 사귄다. 그것마저 계략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 왕자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 순간 힘과 카리스마를 가진 ‘낯선 백조’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어 왕실로 돌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왕실 무도회에서 ‘낯선 남자’가 어머니를 유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질투심에 불타 어머니에게 권총을 겨눈다. 이 사건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왕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백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고 어머니는 비탄에 빠진다. 마지막으로 왕자가 숨지는 장면에서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오케스트라를 동행하지 않은 채 무대장치와 조명 속에 배우들은 녹음으로 나오는 챠이콮스키의 선율에 맞춰 발레 댄스를 이어나간다. 1막이 시작되자 왕실의 문장이 새겨진 커다란 침대 위에서 어린 왕자가 악몽을 꾸며 뒤척인다.
침대 머리 위로 강인한 백조가 등장하여 여왕이 방으로 들어오자 사라진다. 1막이 끝나고 20분간의 휴식시간에 이어 시작된 2막에서는 출연진 가운데 강인한 힘과 아름다움 그리고 자유를 상징하는 ‘낯선 남자’로 등장한 윌 보우지어(Will Bozier)의 연기가 돋보여 커튼콜을 할 때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백조가 이끄는 백조 무리 14마리는 4마리의 큰 백조와 6마리의 중간 백조, 그리고 4마리의 아기 백조로 나뉘어 분주히 오가며 무대 바닥을 점령한다. 안무를 맡은 매튜 본은 30여 년 동안 다양한 뮤지컬의 안무와 연출로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 상을 여덟 차례나 수상하는 등 40여 개의 국제적인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현대무용계에서는 처음으로 기사작위를 수여 받기도 했다.
부산의 ‘드림씨어터(Dream Theatre)는 2019년 4월에 개관한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드림씨어터는 뮤지컬에 최적화된 극장으로 국내 유일의 150mm 간격에 최고 속도 분당 108m의 전동 프라이 시스템, 최대 하중 면적 당 1톤의 무대 세트를 설치할 수 있는 그리드 시스템, 객석 전 포지션을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안정적인 인프라로 구축된 조명시스템, 모든 사운드 디자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음향 인프라와 건축 음향 환경으로 다이내믹한 무대 연출이 가능한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부산에서 전국으로, 아시아에서 세계로 꿈을 펼친다. 드림씨어터는 공연을 통해 삶의 꿈을 실현하려는 일상의 감성을 깨우고 충만한 마음으로 삶의 의욕과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의 새로운 문화 명소, 드림씨어터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 원아시아페스티벌과 더불어 부산의 대표적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되리라.
첫댓글 멋진 문화생활을 즐기시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립박수치며 열광할 정도의 감동에 빠져보고
싶으네요.. 간접적으로나마 마치 그 자리에
있는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술을 통한 진한 공감과 감정이입은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