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애들이 다 가고 조용한 시간이에요. 어제 외팔이가 청소를 좀 했기에 바닥이 깨끗해서 기분이 좋고요. 마음이 평온하고 참 좋네요.
(할 일 생각하면 평온이 흔들린다...-.-)
글쓰기 연 김에 수다를 좀 떨고 갈게요.
< 딸의 울음>
그제 샌디에고 목사님 댁에서 애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는데 "spirit"라고 말들의 이야기에요. 흥행에 실패한 작품인데, 그래도 재밌게 볼만하지요. (미국이 서부개척하던 당시가 시간적 배경인데, 백인이 자연파괴자, 인디언을 괴롭히는 사람들로 그려져 있어요...-->왜 흥행 실패해쓴지 알겠다.) 그 안에 납치되었던 말 한마리가 갖은 고생을 거치면서 자기 가족을 향해 가는 이야기인데, 그 중에 짝도 찾게 되고, 인디언 소년과 우정도 쌓고,...뭐 그런 내용이에요.
그 영화를 보고나서, 꼴렛이 그 디비디를 가슴에 품고 저에게 왔어요. 무척 슬픈 얼굴로..
그러더니:
"엄마, 이 영화 보고 눈물이 나."
"어? 무서웠어? 꼴레한테 무서운 장면이 있었나?"
(우는 것= 무서워서 라고 생각하는 엄마..)
"아니,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아."
"근데 왜 울어?"
"그래서 눈물이 나. 그런데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
(여전히 디비디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엄마, 내 기분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겟어. I don"t know the word. I don"t know how to say it. But I am not sad. It"s not because I am sad that I am crying."
이쯤에서 나도 할 말을 잊었지요.
"오..그래...꼴렛아, 그렇구나."
"엄마, 행복해도 울 수 있는 거지? 기분이 너무 좋아도 울 수 있는 거지?"
"응..." (그런가?)
"엄마도 결혼식 날 울었다면서...엄마 교회에서 매일 좋다고 울잖아. 나도 그런 거 같아."
그러더니 침대로 가서 눕더니 흐느낍니다.
"너무 좋아. 이 영화가 제일 좋아. 나는 앞으로 이 영화를 매일 들고 다닐 거야....엉엉엉"
애들 키우면서 이런 일 저런 일 있지만...좀 황당했습니다.
뭐....그냥 울게 냅뒀죠.
어제도 그 디비디를 가슴에 안고 다니던데요. 정말 좋긴 했나봐요.
"이 영화가 내가 본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아." 라고 하면서..
< 전쟁과 평화--아들>
콜럼바인의 사건 생각 나시죠? 평소에 무기와 폭탄에 관심이 많던 아이들이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향해 총을 쏘아댄 거... 에밀 보고 제가 그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에밀이 공부를 좋아하지 않고, 단어가 부족합니다. 다 아는 단어도 잘 생각 안 나하고..
어제만 해도, movie 란 단어가 생각 안 나는지
"시에이터" 에서 보는 거라고 하더군요.
"시에이터"가 뭐야? 하고 물었더니,
"깜깜한 방에서 ziant TV 를 보는 곳" 이라고.
"오, theater! 그건 시에이터가 아니라, 시어터야."
"시어터. 시어터..." (혼자 연습합디다.)
"그리고, 그 ziant TV로 보는 건 movie라고 해."
"아! 맞다, 맞아, 무비, 무비.."
에밀이 요새 사실 단어 배우는 맛에 사는 거 같습니다.
얼마 전에 "사전"을 하나 사줬거든요. 그랬더니 얘가 사전을 끼고 사네요.
학교 다녀오면 꼴렛은 자전거를 잡는데, 에밀은 방에 들어가서 사전을 읽고 있어요.
이렇게 좋은 게 있었냐면서. 자기가 알고 싶은 게 여기에 다 있다고...
"엄마, irony 가 뭐야? 엄마, transcend 가 뭐야?" 하고 어려운 단어에도 관심을 갖길래, 호..좋구나...했지요.
그런데 며칠 전 길을 가는데, 에밀이가 atomic bomb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그런 단어를 네가 알아? 하고 놀라는데 줄줄 나옵니다.
사전의 정의를 완전히 외웠습디다.
그리고는 그것보다 더 강력한 폭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거에요.
그것도 사전의 정의를 완전히 외웠습디다.
옴마....다 사전에서 배우고 있구나..
네, 사전에 글쎄 다른 단어들도 많았던 것이에요.
사전이니까...(이런 걸 뻔한 소리라고..)
폭탄, 무기, 군대, 전쟁,............
평소에 아이가 잘 노출되지 않았던 개념들이 좌---악 펼쳐져 있더란 말입니다.
집에 와서 좀 챙겨서 들여다보니...에밀, "단/어/장"을 만들었더군요. 다 적어놓고, 사전의 몇 페이지에 있다는 것까지 기입하고, 사전에는 금방 그 페이지로 갈 수 있게 종이를 잘라서 종이 끝에 그 단어를 적어서 페이지 마다 끼워놓았어요.
학교 공부는 절대 이렇게 안 하는데...
이거, 에밀에게 열정이 생겼구나. 워쩐디야..
이걸 어떻게 유도하나..
한 5 개월 전, 에밀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제가 기절할 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그림은 사람들을 "살상"하는 그림들이었습니다. 원래 그림 그리기도 싫어하는 아이가 한 페이지에 빽빽하게 여러 장면들을 그려 놓았는데...
교수형 대 (끔찍...-.-), 단두대....(끔찍...) 등등 ...거기에 각종 무기들... 어떤 장면은, 이거이 가장 끔찍한 장면인데, 어떤 사람이 목을 내고 뒷짐지고 있고, 그 사람을 내려치기 위해 또 한 사람이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는 장면이에요.
헉...
제가 너무 놀라서 손이 떨렸습니다.
아이에게 잠재된 공격성, 분출되지 않은 좌절감의 예술적 표현, 조용한 아이들이 폭탄제조한다던데...기타등등...기타등등, 줒어들은 소리들이 메아리치면서.. (이거..미국 사는 한국 엄마들이 많이 경험하는 느낌입니다. )
야릇한 실패감에 빠진 엄마는 침대에 주저 앉았습니다.
"이게 뭐니?"
떨리는 소리로 물었지요.
에밀은 히~~ 웃으면서, 이거 자기가 학교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그 순간에 더 놀랐습니다. 이러다가 학교에서 정학 맞겠다....-.-선생님들이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시거든요. 애가 그러면 엄마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일단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 풍조이기도 하고...그거 아주 못마땅한 일임...그건 나중에..)
노는 시간에 혼자 그렸답니다. 저는 짐짓 침착하게 묻습니다.
"이런 건 어디서 다 봤어? 엄마는 이런 거 본 적 없는데....에밀이, 어디서 이런 걸 다 봤니?"
에밀이가 신나서 설명합니다.
어떤 거는 서점에서 봤고, 어떤 거는 영화에서 봤고 (어떤 영화?....그건 모르겠답니다. 분명히 PG 13 처럼 무서운 영화는 아니랍니다. 에밀은 아직 PG 13 수준의 영화를 보기를 거부합니다. 무서운 게 있을지 모른다고...그렇다면....어떤 영화에서 봤단 말이얏?1!!)
어떤 거는 옆집 애네 집에서 봤고
어떤 거는 학교에 친구가 가져온 책에서 봤고..
다 기억하더군요.
이거저거 물어보니...(나중에 에릭한테까지 추궁했지요)..
에밀이가 아빠랑 서점에 갔다가 서점에서 아빠가 "무기의 역사"인가 하는 꽤 좋은 책이라고 하는 책을 잡고 살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우유부단 형이라서 고민 오래 합니다), 에밀은 밑에 앉아서 다른 책들을 구경했나봐요. 그런데 거기서 무기에 관한 그림들을 봤다고..
그리고 옆집 아이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중에 전쟁 게임을 하는 걸 봤나봐요. (에밀은 당시에 하는 법을 몰라서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구경만 했답니다. 그런데 탱크랑 총이랑 무척 신기했나봐요.)
아이구...아이구...
정말 그날 충격 받아서 제가 누웠습니다.
에밀은 실망했습니다.
"엄마, 내가 그림 잘 못그리지?"
(그럼, 그걸 그림이라고 그렸어?!!)
네..그림도 후졌지요.
단두대에 서 있는 사람이나, 밧줄 들고 "죽이려"하는 사람이나, 다 웃고 있습니다.
목을 길게 빼고 칼 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도 웃고 있습니다.
다 행복하게 웃으면서 그 짓을 하고 있습니다. -.-
제가 충격을 가누지 못한 채, 그 그림들을 공책에서 찢어냈습니다. (이거, 아이에게 충격을 준 행위)...
"이건, 엄마가 갖고 있을게."
"왜? 내가 그림 못 그려서?"
"아니, 에밀아, 엄마가 좀 놀랐어. 엄마가 에밀의 머리 속에 이런 생각이 많은지 몰랐거든."
"알아, 알아. 나는 나쁜 boy 야. 나는 나쁜 boy 야."
아아아아악~!!! 누가 너더러 나쁜 넘이라고 했어? 그냥 내가 놀랐단 말이야!! 하고 동등하게 싸우고 싶은 엄마 맘..
"에밀아, 앞으로는 이렇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걸 글로 한번 써보면 어떨까? 엄마가 수첩을 줄께, 글로 다 써봐. 그림 대신에...."
에밀이가 수첩을 좋아했습니다. 며칠 간 그 수첩 안에 뭔가를 쓰는 거 같았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엄마가 내 그림 안 좋아했다" 고 써있더군요.-.-
"내 그림은 비밀이 되었다. 오직 우리 식구들만 볼 수 있다." 라고도...
(그래...내가 억압쟁이 엄마다. 으....)
그리고는 그 단두대에 대한 열정의 불이 좀 사그라드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이제 사전을 만난 것입니다.
제가 곰곰 생각 중인데, 아이의 공책에서 그림을 찢어내고, 제가 후회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렇게 반응하고 싶지 않고, 아이에게 총이나 칼을 들지 않게 하려고, 그런 게임도 못하게 하려고 해왔었는데, 아이들이 결국은 노출이 되면, 관심을 갖게 되면, 그 이후로는 무조건적인 억압에도 문제가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네...
왜냐면..
저는 제가 애라면, 어른이 그러면 더 궁금할 거 같거든요.
물론 지치지도 않고 계속, 살상이 나쁘고, 전쟁의 다른 면, 어쩌고 저쩌고 말을 많이 하는데,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말이, 그 총대의 끝에 네가 서있다고 생각해보라, 네가 그 피해자라고 생각해보라...(이럴 때 에밀이 기가 팍 죽습니다. 진짜로 자기를 그 상황에 넣는 거 같습니다.)
말을 많이 하지요.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아이에게 있는 관심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리느니 (그게 아주 어려울 가능성이 큼), 이왕이면 이 관심을 "학습"으로 돌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평소에 하나 언니한테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썬배~~)
아이의 관심이란 게 정말 어쩌다 반짝 생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애들도 있겠지만, 우리 애는 평소에 매사에 관심이 별로 없는 축입니다), 그 관심이 생겼을 때 그것을 잘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 그러면 콧구멍만 후비고 앉아 있을 것이므로...)
이번 여름 방학에 애들을 서머캠프니 여름 학교니 보내지 않고 그냥 집에서 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노는 주제를 뭘로 정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결정했습니다. "고대의 무기"들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로..
우리 아이의 의식을 지배하는 무기들을 전명 공격을 하겠다!!
(저, 벌써 전쟁모드입니다.)
그게 고대사 공부와 직접 이어지면 참 좋겠고요.. (무기의 변천사가 인류 역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므로....---이제까지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지 않았다가 갑자기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음...무기 제조를 할지 모르는 아들 넘 덕에....-.-)
이왕이면 옆집 아이랑 에밀 친구 사무엘도 같이 끼라고 할 겁니다. 한 아이는 벌써 이야기했더니 너무 너무 좋아합니다. 그 엄마도...
그래서 이 녀석들이 뭔가 삐죽한 것만 있으면 들고 설치거나, 서로 찌르고, 때리고, 협박하고 놀지만 말고, 그런 물체들을 그리고, 묘사하고, 그 원리를 배우고...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걸 들고 싸우고, 이기고, 지고 했나를 같이 공부하려고 해요.
꼴렛은 오빠 덕에 무기 전문가가 될 거 같습니다.
허허허..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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