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7(토) 사순절 넷째 날 묵상(출애굽기 12:1-4)
기념일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달을 한 해의 첫째 달로 삼아서,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온 이스라엘 회중에게 알리어라. 이 달 열흘날 각 가문에 어린 양 한 마리씩 곧 한 가족에 한 마리씩 어린 양을 마련하도록 하여라. 한 가족의 식구 수가 너무 적어서, 양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없으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을 계산하여, 가까운 이웃에서 그만큼 사람을 더 불러다가 함께 먹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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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삶에는 리듬이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가 있고, 반복되는 일주일의 업무들이 있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의 여정과 생애 주기별로 준비하고 맞이하며 적응해야 하는 삶이 있습니다. 달력은 이런 우리 삶을 정돈해 주고,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은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을 사용합니다만, 우리는 때때로 음력 절기를 지키고, 교인들은 교회력에 따라 자신의 신앙생활을 이어갑니다. 공식적인 국가기념일이 있는가 하면, 저마다 특별한 날이 있기도 하지요.
오늘 본문은 하나님께서 신앙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에게 새로운 달력을 주시는 이야기의 시작 부분입니다. 이집트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이들에게는 달력과 시간이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무의미한 노동만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달라집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애굽에서 나와 자신들만의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유월절이 한 해를 여는 새해의 첫 달이라는 사실은 매우 큰 의미를 줍니다. 당시 달력으로는 7월이었고, 오늘날 달력으로는 3~4월 경이 됩니다만 물리적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해가 바로 자유와 해방의 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모든 잘못된 억압과 관습에서 해방되고, 지난 날 붙들었던 헛된 집착에서 놓여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날, 바로 그날이 새해의 첫날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날 어린 양을 잡아 가족과 또는 이웃과 함께 먹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명령 또한 제게는 깊은 뜻이 담긴 것으로 느껴집니다. 미래를 여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함께 세워 갈 미래는 모두가 함께 먹고 마셔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기후재앙은 모든 생명공동체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인류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인간들의 자유와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주면서도 어떻게 더 안전하고 나은 생명의 그물공동체를 위하여 자율과 협력, 상호 신뢰를 만들어가야 할 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기도 : 하나님, 지금의 위기가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기념일이 되도록 우리에게 지혜를 주소서, 모든 생명을 돌보며 함께 모여 사는 것이 자유이며, 해방이며, 모든 악습에서 벗어나는 길이 되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고요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찾아보기
* 사순절 탄소금식(14-17일, TV, 디지털 금식) : 필요 없는 이메일 및 앱 지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