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와 설탕 한컵의 진실
-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읽고 -
이상아
이 책의 글쓴이 존 세스카는 작가이자 교사로, 널리 알려진 옛이야기를 매우 기발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쓰기로 유명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늑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는 이러했다.
심한 감기에 걸린 늑대 알렉산더 울프는 할머니의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도중 설탕이 다 떨어진다.
이웃의 돼지네 집으로 설탕을 얻으러 갔다가 우연히 한 재채기로 인해 돼지네 지푸라기 집이 무너져 버리자 울프는 자신의 본능에 따라 짚더미속의 아기돼지(햄)를 먹고 만다.
이어 그 옆집으로 설탕을 빌리러 간 울프는 어이없게 두번째 재채기를 하게 되고, 나뭇가지로 지은 돼지네 집마저 무너지자 음식을 바깥에 놔두면 상할거라는 생각에 죽은 아기돼지를 먹어 치운다.
벽돌로 집을 지은 아기돼지의 형네 집으로 설탕을 빌리러 간 울프는 세번째 재채기를 하게 되고, 오히려 돼지로부터 할머니에 대하여 나쁘게 말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난 울프는 돼지네 집을 부수려고 한다.
그러나 때마침 경찰에들이 달려와서 울프를 잡아가게 되고 울프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
감옥에서 늙어버린 울프는 이것이 진짜 이야기이고 자신은 누명을 썼다며 설탕 한 컵을 빌려달라고 한다.
서로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는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다.
늑대의 입장에서는 설탕을 빌리려다 우연히 재채기를 한 것 뿐이고, 아기 돼지들의 집들이 무너지면서 죽은 돼지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기 돼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난데없이 들이닥친 늑대에 의해 집이 무너지면서 죽게 되었으니 이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의 입장에 의해 선과 악이 바뀔 수 있는 이 상황을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늑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무슨 일이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존 세스카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게 있다.
음식을 두고 그냥 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며, 음식을 바깥에 두면 상할까봐 먹어치운 것이 죄가 된다는 것일까?
늑대의 입장에서는 죽은 돼지는 햄과 같은 음식이다.
인간이 치즈버거를 먹듯이 늑대가 죽은 돼지를 먹어버린 일이 과연 감옥에 갈 말한 일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늑대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이 ‘감기에 걸린 늑대가 설탕 한 컵을 얻으러 왔다는 이야기’를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버리고, 이 이야기를 입김을 세게 불어 집을 부숴버리고 아기돼지 두 마리를 잡아먹은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 이야기’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숨겨진 늑대의 이야기는 진실 뒤에 숨어버리고 세상은 짜여진 진실을 믿게 된다.
우리들 또한 어느 것이 과연 진실인지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늑대는 무조건 교활하고 무서운 존재이며 돼지는 착하고 귀여운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