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 8박 9일간 이탈리아 북부에서 남부까지 오직 이탈리아만의 여행이었다.
로마 바티칸 시국, 낭만 가득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 예술의 성지 피렌체 등, 여행 코스를 미리 보고 책을 사서 사전 지식을 습득했다.
불멸의 도시 로마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중부에 자리 잡고 있다. 로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 미켈란젤로, 브라만테, 라파엘로, 마테르노, 베르니의 주축으로 120년간의 긴 세월을 걸쳐 완성했다는 성베드로대성당은 입장이 금지되어 있었다. 가장 큰 기대를 건 곳인 만큼 아쉬움이 컸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인 천장화가 유명하다. 16세기에 그렸다고는 상상이 안되는 살아있는 듯한 입체감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시대에 어쩌면 저 높은 천장에 저렇듯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게 아름다운 색채로 사진을 찍듯한 화풍을 낼 수 있었을까.?
천지창조를 4년에 걸쳐 완성했다는데, 사다리와 도를레를 타고 천장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목에 큰 이상이 생기고, 그림물감이 얼굴에 떨어져 결국 한쪽 눈을 실명했다고 한다.
160평방 미터(가로 14, 천장의 높이 18m)를 하루에 15시간을 유화가 아닌 프레스코화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프레스코는 벽면에 석회를 바를 뒤 수분이 마르기 전에 채색을 완성해야 되기 때문에 최고조의 기술과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천지창조는 성경 전체의 집약 판인 만큼 그 가치가 크다.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바라보니 상상 이상이었고 그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외 최후의 만찬이나 피에타상 등을 둘러보며 미켈란젤로 천재성이 그대로 입증됨을 알 수 있었다. 예술가의 혼은 가히 신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신 그 자체란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도시는 화산 폭발 유적지로 유명하다. 서기 79년 8.24일 베수비오 화산이 상층까지 30Km 솟구쳤다. 순식간에 수백만 톤의 화산재가 4~6m 높이로 도시는 온통 화산재로 덮쳤다. 시속 160Km속도로 화쇄암 폭풍이 휩쓸어 조약돌 모양의 화산재가 남동쪽 폼페이가 있는 도시로 쏟아진 것이다. 공중목욕탕, 대리석 벽 모자이크 바닥, 돔식 천장, 마차길, 대광장 등의 흔적을 볼 때, 1세기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폼페이는 발달 된 도시였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연쇄적으로 12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때 바람이 남동쪽으로 불어와 자정쯤에는 화산재와 화산석이 하늘로부터 폼페이 사람들 머리 위로 우박이 오듯 쏟아져 내렸다고 한다. 폼페이는 하루 만에 죽음의 도시로 변하고, 폼페이의 시간은 영원히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폼페이의 원형극장은 기원전 80~70년경에 세워졌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원형극장이라고 한다. 수용 규모는 대략 1만2천 ~ 2만 명 정도로써 폼페이 시민 모두가 들어갈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둥근 계단을 내려오며 전체의 뼈대를 둘러봐도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우리는 마차가 다니던 돌길을 돌아 듬성듬성 남은 건축물 기둥을 지나 빵집 앞에 머물렀다. 빵집 일꾼인 남자와 빵을 사려간 세탁소집 딸의 인연이 서로 안고 석고로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천국에서의 영원한 사랑을 기도했다.
폼페이가 화산 폭발로 매몰된 후 완전히 잊혀졌다가 18세기 중반에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후 도굴로 훼손이 많이 되었고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되었는데 복구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란다. 지금은 79년 8월 24일 최후의 날을 간직한 채 자연의 위대함과 고대의 생활 기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인 장소가 되었다.
베수비오 화산은 그날을 잊고자 먼바다 푸른 물빛에 잠겨있고, 고통을 담은 유적은 감정의 폭풍을 지금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는 듯했다.
로마 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콜로세움 원형극장을 보면서 2000년 전의 로마제국의 세력이 가히 어떠했는가를 짐작하게 되었다. 베네치아에선 곤돌라를 타고 산타루치아를 부르며 환상의 미궁에 들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역사, 건축, 미술,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밝고 찬란한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예술이었고 문화재다. 대부분 중세 시대의 고딕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었고 차가 다니지 않는 외곽 도로는 돌을 깎아 만들어 견고하고 튼튼함을 자랑하고 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다섯 마을 친퀘데레, 중세의 전통이 숨 쉬는 시에나, 디자인의 도시 밀라노,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나포리 항. 가프리섬, 돌아오라 솔렌토로, 해안절벽의 아말피 해안을 밟으며 여행의 분위기에 한층 고조되었다. 흥분된 시간 속에 여행의 시간이 끝나면서 더 길게 잡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로마는 살아있는 도시고, 폼페이는 죽음의 도시다. 시대적 지각변동으로 죽음의 도시가 된 폼페이는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깨어 일어날 기미가 없다. 기후가 휩쓸고 간 아픈 흔적을 누가 감히 재생이란 말로 언급하겠는가.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시 살아나는 도시로 변모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요즘엔 천재지변으로 세계가 불안하다. 이곳저곳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나고 홍수가 범람하고 토네이도가 마을을 쓸어 가기도 한다.
환태평양 주변 국가들은 전 세계 지진의 80% 화산의 75%가 모여있다고 하니 불의 고리에 있는 일본과 필리핀은 화산과 지진 발생이 잦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백두산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니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뿐이다.
첫댓글 좋은 곳을 다녀 오셨네요. 상세한 설명에 가 보진 않아도 내가 그 곳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읽었습니다. 좋은 여행 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