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자 주> 본 카페는 학술적인 부분을 지향하는 바, 본 내용은 야운처사의 어떤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본 포스팅은 원산께서 보성군의 관점으로 쓰신 것입니다.
일림산의 철쪽 축제
일림산의 철쭉은 군계일학이다. 전국 이산저산에 철쭉이 유명하지만 압권은 일림산이다. 다른 산의 철쭉에 미안하나 사실이 그렇다. 위치는 보성군 웅치면 용반리와 대산리, 회천면 봉강리와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와 접하고 있다. 산의 높이를 두고 664m와 667m 두 설이 있다. 같은 산을 장흥은 삼비산이라고 우기다 결국 일림산으로 결론이 났으나 안양 쪽 안내판엔 아직 삼비산으로 있다.
철쭉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일천하다. 1980년 말부터 입소문을 탔다. 높지도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운 곳이 아니다. 웅치면 용반리에 있는 용추폭포의 정상이니 쉽게 알려질 지역이었다. 웬만한 등산객은 한 시간이면 접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야 모습을 나타냈다니 참으로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몇몇 인사들이 등산을 갔다가 철쭉군락을 발견해 보성군에 알리면서 개발됐다고 한다.
◇ 일림산 정상의 철쭉 군락
일림산 철쭉군락은 면적이 넓다. 100ha 약3, 40만평 정도의 규모이다. 어쨌거나 대단규모의 군락지임은 분명하다. 인근의 제암산과 사자산 철쭉군락지를 합하면 12.4㎞에 달해 가히 세계적이라고 허풍을 떨기도 한다. 5월 중순쯤엔 온 천지를 활활 타는 불꽃처럼 빨갛게 물들여 보는 이를 황홀하게 한다. 이를 환상적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어찌해서 이런 곳이 엄청난 철쭉이 있단 말인가.
일림산 정상에 서면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동쪽엔 팔영산(609m), 서쪽으론 제암산(807m)과 월출산(809m), 북쪽으론 무등산(1,186.8m), 남쪽엔 천관산(723m) 등 전남의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남쪽엔 득량만의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가슴이 시원스럽다. 발 아래 회천 삼장리 일대의 초록빛 녹차밭도 청초하다. 더는 바랄 것이 없어 호연지기의 참뜻을 깨닫게 한다.
보성군은 1989년부터 「일림산 철쭉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가 열리면 회천면과 웅치면은 관광객이 밀물같이 밀러든다. 문화유적 등 볼거리와 먹거리도 풍부하다. 일림산 정상엔 ‘전일봉수대(全日烽燧臺)」’ 용반에 ‘용추폭포’, 회천쪽은 ‘일림산성’, ‘다원’, ‘판소리 메카’, ‘회령포영’, ‘백사정(白沙汀)’, ‘율포해수욕장’, ‘봇재녹차박물관’, ‘대한다원’ 등 즐비하다. 하루의 일정으론 벅찬 코스다.
1) 용추폭포 코스
용추코스는 철쭉을 구경하는데 이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이 코스의 매력은 최단거리란 점이다. 웅치면 용반리를 거쳐 용추폭포주차장에 이른다. 이후~골치재~작은봉~일림산~헬기장~임도~용추폭포로 이어진다. 주차장을 출발하여 용추계곡 사이의 편백나무 숲에 이른다. 여기에서 한나절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폭포 어디를 가도 낮은 산에 이만한 폭포는 구경할 수 없다.
폭포는 발원지부터 암반이다. 이런 곳에 폭포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신기하다. 용이 승천했다는 용소(龍沼)가 있다.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끝이 없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10여 평 남짓한 선녀탕이 있고, 비누통 자리가 있다. 위에는 용 바위가 있는데,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그 바위에서 돌을 던져 용소에 들어가면 아이가 생긴다는 전설이 있다.
편백나무 숲은 도시인들에게는 더 없는 휴식처이다. 그 나무에는 천연항균물질인 피톤치드성분이 풍부하게 함유해있다. 피부염, 아토피, 천식, 불면증, 폐와 기관지와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산림욕을 겸하여 한 시간 또는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편백나무가 내 품은 독특한 향기를 한껏 들어 마실 기회도 된다. 양발을 벗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바로 선경을 느끼게 한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약간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 500여m 정도 걸으면 이정표가 나온다. 골치 삼거리 폐농경지다. 그 농경지에는 옛날 고산지대 특유의 습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주위에 어우러진 낙엽송림이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하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300여m 가면 등성이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다시 500여m 가면 산철쭉 군락지와 작은 봉(614mm)에 이른다.
작은 봉은 일림산 산철쭉을 구경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작은 봉이란 소봉(小峯)을 뜻한다. 엄밀하게 보면 봉이 아니고 일림산의 등성이다. 용추폭포에서는 상봉처럼 보인다. 보성군이 1980년대에 철쭉군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지은 것이다. 철쭉군락지에 끼어 있는 나무와 가시덩굴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런 인위적인 작업을 통해 일림산의 철쭉은 오늘날 각광을 받게 된다.
일림산 정상과 철쭉군락의 대단지가 정면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된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에 고흥, 남쪽에 장흥과 강진, 서쪽에 영암과 나주, 북쪽에 장성과 담양 그리고 화순 등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입체적 조망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베드로가 예수를 따라 높은 산에 오르자 “초막 셋을 지어 여기서 살자”고 제안한 말이 어쩌면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2) 한치재 코스
한치재 코스는 동선이 가장 긴 코스이다. 우선 ‘한치재’란 재의 뜻부터 알아보자. ‘한’은 크다(大)이며, ‘재(峙)’를 이른다. 그러니 ‘한치’란 큰 고개를 말한다. ‘한치’는 회천 삼장과 웅치 삼수간의 고개이다. 자동차가 없는 옛날에는 양쪽 사람들이 이 고개를 걸어서 넘나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큰 고개를 훈과 음을 섞여 ‘한치’에 ‘재’를 붙여 ‘한치재’라고 했다. 마치 ‘역전앞’과 같은 호칭이다.
이 코스의 특징은 능선을 타고 많이 걷는 부담이 따른다. 그 대신 보너스가 두툼하다. 산등성을 따라 걸으면 발아래 대단위 녹차 밭의 싱그러움과 득량만의 바다가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늘 아래 이만큼 툭 터진 등산로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산께나 오른 사람치고 이 정도의 코스는 평지요 여반장이나 마찬가지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일림산 정상까지 약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왕복 4시간이면 충분히 다녀 올 수 있다. 최근 들어 많은 등산객들이 용추폭포 주차장보다 비교적 한산한 한치 주차장을 이용한다. 보성군이 등산객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 등산에 따른 소요시간이 오가고 4시간 정도라 선호한 사람이 많아졌다. 등산을 마치고 지근거리에 있는 「제2대한다원」과 영천리 도강의 「판소리성지」를 거쳐 율포 해수녹차온천탕에서 산행의 피로를 씻고 풀 수 있다.
3) 봉서동 코스
마지막으로 봉서동 코스이다. 이 코스는 일림산 남쪽인 회천면 봉강리 봉서동이란 마을 뒤 정씨들 제각에서 임도를 이용한 것이다. 600여m쯤 걸으면 일림산 종합 등산 안내도와 함께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등산로는 정비됐으나, 경사가 급해 오르기에는 다소 힘이 든다.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다. 등산거리는 약 3.4km이지만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전일 봉수대를 들러본 후 하산할 때도 같은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일부구간의 경우 가파른 암석이 있으므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고진감래라 어려운 만큼 절경도 아주 뛰어나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이 코스로 정상에서 하산하면 약 1시간정도면 봉서동에 도착할 수 있다. 내려와 정해룡(丁海龍)의 고가와 인근의 양정원, 마천목장군의 생가, 다원 등을 들러보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