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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나온 60대 배우자와 이별, 자녀의 독립 등
다시 한번 홀로 서는 시기 배낭여행, 영어공부 제2의 인생
연애, 연예인 '덕질', 모임 6~7개 고도성장기에 배움·사회 진출 못했던
51~60년생 언니들의 한과 설움 "가사·육아 보조자로 살지 않는다"
새 정체성 갖고 주체적 삶 꾸려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방송에서 소개팅을 하며, 가수의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는 60대 여성들 모습.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김미향 기자,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후니용이 팬클럽 제공
“홀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춤을 배우러 다닌다.” “방문 학습지를 신청해 영어를 배운다.” “모임은 6~7곳 정도 한다.” “주중엔 황혼 육아에 치이더라도 주말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에 꼭 간다.” 한달 동안 기자가 만난 60대 여성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한평생 가사노동과 육아를 하며 살아왔지만 남은 생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은 60대 ‘언니들’의 시도는 각별한 메시지를 던진다. 1951~60년에 태어난 이들 60대는 한국전쟁 이후 10여년간 이어진 베이비붐 세대로 고도 경제개발 시기를 경험했고,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하지만 이 시기 여성들은 ‘목소리’가 없었다. 청소년기 배움의 기회가, 청년기엔 사회 진출의 기회가 부족했고, 중장년 땐 주로 가사노동과 육아에 매달려야 했다. 이제 이들이 부엌 밖으로 나온다. 비로소 환갑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위한 축배를 든 ‘언니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글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지난해 말 이경자(가명·65)씨는 인터넷 배낭여행 카페에 방문했다. 새해를 맞아 홀로 타이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했는데, 함께 다닐 ‘부분 동행자’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혼여행’ 하는 20대 마음을 지닌 60대 여성입니다”란 제목으로 이씨가 글을 올리자 응원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이씨는 “같은 기간 ‘혼여행’ 하시는 분들과 예쁜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멋진 풍경 같이 볼 수 있음 좋겠네요. 유심(USIM) 사용법이 처음이라 걱정인데, 영어는 필요할 정도는 합니다. 용기가 문제네요”라고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랬더니 “저도 50대 중반 ‘혼여행객’이에요. 혼자서는 첫 계획이라 떨리네요”라며 동행자가 나타났다. 이씨는 이 글을 올릴 때 고민이 많았다. 젊은 동행자가 자신이 60대인 것을 알면 돌아설까 봐서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나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3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5년 전 퇴직한 이씨는 두해 전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고 두 아들이 장성하자 혼자 남은 듯했다. 40여년 가까이 같이 생활하던 사람이 옆에 없자 처음엔 일상을 보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달리 먹었다. 지금이야말로 제2의 인생이 시작된 때라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달 일주일간 치앙마이 배낭여행도 무사히 해냈다. 가장 큰 걱정은 전자기기였다. 이씨는 “같이 사는 둘째 아들에게 유심 사용법을 몇번 배웠는데, 이걸 현지에서 사용 못 하면 자존심이 너무 상할 것 같아 기필코 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타이에서 이씨는 휴대폰을 이용해 아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인터넷으로 현지 승차공유 플랫폼 ‘그랩’도 써가며 즐거운 여행을 마쳤다. 이씨는 “외국에서 발마사지를 받으며 평소 잘 먹지 못했던 망고를 맘껏 먹으니 스스로가 대견하고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씨는 곧 캐나다나 유럽으로 두번째 ‘혼여행’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
타이 치앙마이로 홀로 배낭여행을 간 이경자씨. 이씨 제공
이씨는 먼저 떠난 남편이 자신에게 시간을 선물해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 친구들이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니는 걸 보면, 지금 두 다리가 건강할 때 여행을 더 다니고 싶다. 지난해엔 홀로 제주도 보름 살기를 해냈다.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올레길을 걸었다.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자신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잠들었다. 누군가의 밥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 없이 바닷가에서 가볍게 점심 한끼를 때울 수 있었다. 육아하며 남편 뒷바라지를 해야 할 땐 할 수 없던 것들이었다.
이씨가 요새 즐겁게 다니는 곳이 또 있다. 구청 영어 교실이다. 대다수가 60~70대 수강생인데, 퇴직 후 외국여행을 다니려는 사람들이다. 강좌는 인기가 많아서 수강 신청일에 곧바로 신청하지 않으면 금세 자리가 꽉 찬다.
그렇다고 그가 경제적으로 남달리 여유로운 건 아니다. 호텔을 예약할 때 사이트에서 할인하는 날이면 가장 싼 것을 선택하고, 이튿날 더 할인된 게 나오면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기도 한다. 이씨는 “혼자되고 나니 남은 인생에서 경제력이 가장 문제다. 100살까지 살 경우를 대비해 머리를 써가면서 돈을 아껴야 한다”고 했다. 자식들로부터의 독립도 이씨가 바라는 것 가운데 하나다. “서울 집값이 비싸니 지금 가진 걸 아이들에게 보태주면 좋겠지만, 백세시대인데 나중에 자식들한테 손 벌리면 비참하다. 그래서 아끼고 또 아껴가며 여행한다”고 했다.남은 인생은 더 이상 자식들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혼한 큰아들이 자꾸 근처로 이사 오라고 하는데, 절대 이사 안 갈 거다. 자식들이랑 엮이지 말아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마·아내 아닌 한 인생이 시작되다
60대 여성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할머니로 수십년 가사노동과 육아에 얽매였던 이들이 자아 찾기를 위한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부엌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면 이제 배우고, 즐기고, 누리는 한 명의 인간으로 활기찬 노후를 보내는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홀로 외국여행을 다니는가 하면 춤이나 영어를 새로 배우기도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팬클럽 활동도 한다. 다양한 모임에 나가 친구를 사귀고 제2의 파트너를 찾기도 한다.
60대 인구는 10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연령별 인구 현황을 보면, 60대 인구는 2020년 1월 기준 남성 310만여명, 여성 324만여명이다. 10년 전인 2010년 1월 기준 남성 193만여명, 여성 213만여명이었던 것에서 229만여명 증가했다. 국가 총인구에서 6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10년 전 8.15%에서 현재 12.24%로 그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60대는 전 생애 연령대에서 처음으로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보다 많아지는 시기다. 10살 미만부터 10대에서 50대까지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많다가 60대부터 70대~90대 이상 구간에선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보다 많아진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노년기 초입에 들어서는 60대는 여성에게 다시 홀로 서는 나이다. 생애주기상 중장년기의 삶을 정리하고 노년기에 접어들며 독립적인 삶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사별이나 황혼 이혼, 졸혼 등으로 배우자와의 분리를 겪는가 하면 자녀들은 성인기가 되어 둥지를 떠난다.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다 보니 홀로 긴 노년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을 보면, 지난해 전체 여성 1인 가구는 연령대별로 70살 이상이 29.9%로 가장 많고 60대가 16.2%로 그다음, 20대가 16.1%로 뒤를 이었다.
노년기가 되어 배우자와 헤어지는 경우도 10년 사이 2.5배 늘었다. 앞선 조사의 ‘연령별 이혼 건수’를 보면 60살 이상의 비율은 전체의 3.6%(2008년)에서 9%(2018년)로 껑충 늘었다. 40살 미만의 비율은 전 구간에서 감소했고 40∼54살은 그 비율이 소폭 늘었다. 반면 55∼59살 구간은 5.5%포인트, 60살 이상 구간은 5.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결혼생활을 20년 이상 한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도 26.9%(2008년)에서 36.3%(2018년)로 약 10%포인트 늘었다. 20년 미만 전 구간에선 모두 감소했다. 황혼 이혼에 관한 통념도 변화하고 있다. ‘2019 고령자 통계’에서 65살 이상 고령자에게 이혼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어떤 이유라도 이혼해선 안 된다’ 항목이 29.1%(2014년)에서 19.9%(2018년)로 크게 줄었다. 반면 ‘경우에 따라 이혼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20.2%→26.7%),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것이 좋다’(7.7%→10.4%) 항목의 긍정 응답 비율이 늘었다.
이젠 말할 수 있다 ‘아이 캔 스피크’
이처럼 배우자와의 연대감이 낮아지는 대신 동성 공동체가 돈독해지곤 한다. 69살 이복희(가명)씨는 배우자와 사별하고 8년 전부터 댄스스포츠를 배웠다. 춤을 배우며 건강을 되찾고 인간관계가 넓어졌다. 춤 외에도 이씨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다니고 단전호흡, 수영도 배운다. 이씨는 최근 속한 모임이 동창회, 동네 모임 등 6~7곳은 된다고 했다. 이씨는 “모임에 여럿 나가니까 친구가 많다. 외로운 줄 모르고 산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이씨를 만난 서울 용산구 ㄱ자치센터 댄스스포츠 강좌에는 25명 안팎의 60~70대 여성 수강생들이 둘씩 짝을 지어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었다. “원, 투, 스리, 포, 알레마나 턴. 팔 쫙 펴고 거울을 보세요.” 강사가 외치면, 망사 장갑을 끼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수강생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에 맞춰 동작을 취했다.
60대 여성들의 자아 찾기 과정에서 때론 자녀가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직장인 김영주(가명·36)씨는 지난해 60대 중반을 맞이한 엄마에게 방문 학습지 영어 과목을 신청해드렸다. 일주일에 한번 선생님이 집에 와 엄마에게 읽기와 쓰기, 간단한 회화를 알려드린다. 산업화 시기에 10대를 보낸 엄마가 중등 교육을 받지 못하고 곧장 공장에 일하러 가야 했던 것이 김씨는 늘 마음에 걸렸다. “요즘 길거리에 영어 간판이 많은데 엄마가 간판을 읽지 못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시는 걸 보고 속이 상했다. 한달에 5만원이면 엄마에게 자신감을 찾아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방문 학습지를 지원해드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0대 여성들의 자아 찾기는 더욱 각별한 시대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1951~60년에 출생한 60대들은 한국전쟁 이후 10여년간 이어진 베이비붐 세대로, 고도 경제개발 시기를 경험했고, 인구 비중도 크다. 이 과정에서 60대 여성들은 청소년기에 배움의 기회가 부족했고, 사회 진출의 기회가 거의 없었으며 가정에서 주로 가사노동과 육아를 담당했다.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은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어 뭔가를 할 수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이들이 인생 후반기 30년을 준비하는 60대가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게 된다. 가정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여건 때문에 억눌러왔던 것을 곰곰이 생각하며 내면을 잘 관찰하는 때”라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찾는 60대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①지난달 타이 치앙마이에 배낭여행을 떠난 65살 이경자씨가 여행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경자씨 제공 ②주민자치회관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69살 이복희씨. 사진 김미향 기자 ③자신의 옷장을 공개하고 코디법을 설명하는 68살 유튜버 ‘밀라논나’ 장영숙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④후니용이 팬클럽 ‘레드캥거루’에서 활동하는 60대 회원들의 응원 모습. 레드캥거루 제공.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황혼 육아 버티게 하는 힘, ‘덕질’
제2의 인생을 찾는 60대 여성의 취미활동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고된 돌봄노동 속에서도 자신의 여가생활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푹 빠져 공연을 보러 다니고 팬클럽 활동을 하는 이른바 ‘덕질’(한 분야에 푹 빠져 열중하는 것)도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후니용이님이 어깨에 손을 얹고 포옹해주는데 심장이 쿵 하더라고요. 그 맛에 빠져서 다니는 거야. 팬클럽 활동을 만난 후로 내 인생이 아주 황금빛이야. 공연장 나갈 때쯤 되면 몸이 근질근질거려서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손주 떼어놓고 가요.”
트로트 듀엣 후니용이 팬클럽 ‘레드캥거루’(전 누나시대) 운영진 박미옥(가명·61)씨는 덕질을 시작한 지 올해 3년쯤 됐다. 박씨는 좋아하는 가수의 히트곡 ‘너 때문에 살아’, ‘사랑의 재개발’, ‘눈물이 뚝뚝’ 등의 가사를 모두 외우고, 공연장에서 들어 보일 펼침막을 주문 제작한다. 공연날엔 승합차를 빌리고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먹을 간식을 준비한다. 특별한 날엔 ‘조공’(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바치는 도시락 등의 물품)도 바친다. 요샌 남편도 같은 가수의 팬이 되어 함께 공연장에 다닌다.
딸 셋을 둔 박씨는 지난 10년간 손주 네명을 키웠다. 둘째 딸의 자녀 둘, 셋째 딸의 자녀 둘이 박씨 품을 거쳐갔다. 요즘도 박씨는 주중엔 경기 고양시 셋째 딸 집에서 지내며 손주 둘을 돌본다. 주말에만 인천시 자택에 온다. 지속된 황혼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친 박씨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트로트 가수의 팬클럽 활동이었다. 박씨는 “뽀로로 같은 유아 프로그램만 보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과 함께 가수 콘서트장엘 갔는데 완전 신세계였다. 공연장 가서 몸 흔들고 소리를 지르고 나면 애 키우며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다 풀린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60대 여성들의 팬클럽 활동. 레드캥거루 제공
팬클럽에서 동년배 친구를 사귀면서 박씨는 육아 탓에 한동안 먹었던 우울증 약도 끊었다. 박씨는 “황혼 육아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아기를 매일 업어주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그런데 공연장만 가면 그게 싹 낫는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말 마지막으로 공연을 간 뒤 다음 공연 때까지 버티고 있다고 했다. “손주들의 토끼 같은 눈망울을 보면 안 봐줄 수도 없고, 몸은 밖에 나가고 싶고…. 한동안 힘들었죠. 육아하며 유일한 낙이 주말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가는 거예요.” 박씨가 말했다. 그의 남은 소원은 지금 키우는 10개월 된 손주가 황혼 육아의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60대가 자아를 찾고 인생을 즐기는 데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자식과 손주다.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60대를 이르는 용어로 ‘뉴 식스티’(new sixty),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같은 말이 나와 있지만, 현실에선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치여 이 시기를 보내는 이가 더 많다.
상당수 60대 여성이 ‘할마’(할머니+엄마)로 성인기 자녀의 엄마 노릇과 손주의 할머니 노릇을 이중으로 수행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5060세대의 가족과 삶’(2018) 보고서를 보면 손주를 둔 50~69살 538가구 중 절반인 275가구(51.1%)가 손주를 현재 양육하고 있거나 과거 양육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고 답한 경우는 96가구(34.9%)뿐이었다. 경제적 보상은커녕 손주를 키우며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계속하는 이도 많다. 같은 보고서에서 성인 자녀가 있는 만 60~69살 801가구 중 77.5%가 경제적으로 성인 자녀를 지원한 적이 있거나, 현재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활비를 대주거나 학자금, 주택자금 등 목돈을 지원하는 것이다.
“연애해도 괜찮아”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새 파트너를 찾으며 혼자에서 둘로, 인생의 2막을 여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 20~30년 남은 인생을 혼자보다 반려자와 함께라면 더 행복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60대를 준비하는 배영희(가명·53)씨는 30대 후반에 남편과 헤어지고 학원강사로 일하며 아들을 홀로 키웠다. 지금껏 돈을 벌어 아이를 키우는 것만 전념해 살아왔지만, 몇년 전 아들이 커 유학을 간 뒤론 적극적으로 재혼 상대를 찾는 만남을 하고 있다. “아이가 어릴 땐 이성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않았다. 집에서 애를 누가 봐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아이가 독립하고 홀로 남으니 남은 20~30년간 함께할 반려자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혼기에 남은 여생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 인생에 대한 관점이 비슷하고 남녀 간의 열정보다 대화가 잘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국방송 <엄마의 소개팅> 한 장면.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적극적인 이들은 시니어 결혼정보 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려놓는가 하면 데이팅앱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찾는다. 50살 이상의 싱글을 위한 소셜 데이팅앱 ‘파이널리’(FINALLY)는 다운로드수 100만을 자랑한다. 이 앱은 “다시 사랑에 빠져도 괜찮습니다. 사랑은 늙지 않으니까요”란 문구를 내걸고 있다. 중년기 후반과 초기 노년기 집단을 타깃으로 한 미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평균 60살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전문 배우자 소개 업체가 수십개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니어들이 주로 방문한다는 노래주점, 실버영화관, 콜라텍 등도 교제의 장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시니어 노래주점에서 만난 68살 신미숙(가명)씨는 “여기 올 땐 가끔 또래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깊게 엮이는 건 싫은데 살아온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말할 상대로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춤을 출 수 있는 공간 콜라텍은 또 다른 활력의 공간이다. 단행본 <콜라텍을 다녀보니>(2018) 저자 정하임씨는 “콜라텍은 실버들의 행복한 놀이터”라며 “나이듦에 대해 우울해하던 시기 춤이 큰 활력소가 됐다. 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면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다. 직업이나 학력 같은 배경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녀가 파트너로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의 이성교제는 애인 같은 친구, 친구 같은 애인의 역할을 하며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경북 ㄱ시 한 복지관 노래교실에 다니는 60살 안팎 싱글 여성 5명을 심층면접한 논문 ‘싱글 고령 여성의 이성교제로 인한 가족갈등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2019)를 보면, 자녀가 있는 싱글 여성 5명은 이성교제를 통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경험을 했다. 이들은 일상에서 자신의 모습과 정체성을 ‘일하는 존재’ ‘홀로 남겨진 존재’로 인식했으나 이성교제 후 ‘내 편이 생기고 이전 결혼생활에 대해 보상받는 느낌’ ‘이야기 상대와 밥 동무가 생김’ ‘여자로 사랑받는 느낌을 받음’ 등으로 정체성이 변화했다고 답했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성과 3년간 교제 중인 사례자 ㄱ(60)씨는 “살맛이 난다. 눈뜨면 연락할 남자가 있는 것 괜찮다. 젊은것들만 그런 게 아니라 (나이 들어도) 똑같다. 복지관에도 같이 간다. 혼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 혼자 밥 안 먹어도 되고 그런 게 진짜 좋다”고 답했다.
사례자들은 이성교제를 시작한 뒤 예기치 않은 가족갈등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자녀 의견 무시하기’ ‘눈치 보면서 만남을 계속하기’ ‘내 감정에 충실하기’ 등 가족보다 자신의 인생을 중시하는 대응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두 자녀를 둔 사례자 ㄴ(66)씨는 “(반대하는) 자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인생) 마지막인 이성과의 감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이성교제를 이어갔다.
논문 저자 박순란 한국복지사이버대학 겸임교수(아동복지학)는 “우리 사회는 노년기 여성에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정형화된 엄마, 할머니의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자녀들은 60대 여성의 삶을 한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기보다 그저 내 엄마, 내 할머니로서 존재하기만을 원한다. 하지만 당사자의 행복에 집중하고 그들의 주체적 삶을 인정할 때”라고 말했다. 여행과, 덕질과, 이성과 다시 사랑에 빠진 60대 ‘언니들’이 온다.
첫댓글 노년의 삶 화이링!!
바람직한 삶~
인천사시는 장 모 여사님이 75세에도 탁구장으로 요가교실로 휴대폰 배우러ㅈ열심히 다니시는중요~^^
열심히 살자~~
오늘도 즐겁게..
내 인생읁 나의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