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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그래, 분명... 이 번호가 맞을거야."
나는 떨리는 팔을 꽉 잡은 채 천천히 도어락의 번호를 눌렀다.
삑- 삑- 삑- 삑-
띠리링--
"엇?! 열렸다!!"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굳게 잠겨있던 문고리가 해제되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00 : 03
".....이런 미친."
긴장이 풀린 탓에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황급히 손잡이를 돌렸다.
끼익--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00 : 01
"젠장!!"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재빠른 속도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쿵-
콰아아아앙--
"으앗!"
엄청난 폭발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나는 몸의 중심을 미처 잡지도 못한 채 뒤로 자빠졌다.
"아악!"
머리를 세게 부딪힌 나는 소리를 지르며 몸을 좌우로 마구 굴렀다.
진짜 아파도 너무 아팠다.
물론 폭탄에 맞아 죽는 고통에 비하면 훨씬 덜하겠지만 아픈 건 아픈거다.
시간이 좀 지나자 요동을 치던 폭발이 멈추었다.
"휴~"
머리에 부딪힌 고통도 점차 사그라졌고 나는 누워있던 몸을 반쯤 일으켜 벽에 기대어 의존했다.
"죽는 줄 알았네."
말 그대로 진짜 죽을 뻔했다.
내 행동이 조금이라도 늦어졌다면 아마 지금쯤 폭발로 인해서 내 피와 살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상황이 초래 되었을 것이다.
어쨋든 살았으니 나름 해피 엔딩인가.
그나저나 이정도 폭발에도 내가 무사한 걸 보니 벽의 내충격성이 꽤나 높은 모양이다.
나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포기했던 내가 비밀번호를 풀고 탈출할 줄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역시 내 생각대로 '메시지의 수신 번호' 가 정답이었어."
10억을 주겠다고 했던 내용의 문자.
그리고 그 문자의 수신번호 4816.
만약 그 때 번호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난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절정인 순간에서 그걸 기억해 낼 줄이야.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었나 보네."
학교 수업시간 때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은 아주 긴박한 상황이거나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인체의 능력이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능력보다 몇 배는 증폭화 된다고 한다.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뇌의 운동이 급격히 상승해 저장되어 있던 메모리가 빠르게 내 머리속으로 인식 시켜 준 것이다.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나저나 여기 방도 어둡네."
전 방과 다르지 않게 빛 한 점 없는 외롭고 쓸쓸한 방이었다.
"이럴 게 아니라 움직여서 조사를 할 필요가 있겠어."
첫 방에서 운 좋게 살아났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일렀다.
다음 게임을 위한 정보가 필요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했다.
앞이 보이진 않지만 손의 촉각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한 일이다.
촉각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보단 나은 거 같다고 결론지었다.
"한번 움직여볼까?"
풀린 다리를 부여잡고 애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지직--
그리고 잡음 소리가 들려왔다.
"........"
저 자식 설마 일부러 이 타이밍에 들어온 거 아냐?
"축하드립니다! 지하에서의 첫번째 게임을 무사히 통과하셨군요. 크크크~"
"저 씨XX!"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소리를 질러대며 난동을 피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되려 녀석에게 바라는 꼴이 되어버린다.
"후~"
나는 가까스로 분노를 집어 삼켰다.
"다들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군요. 뭐, 그렇지 않은 분들도 몇몇 계신 거 같지만 어찌됐건, 이렇게 살았으니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니겠습니까? 크크크~"
"........"
애초에 저 녀석은 우리를 사람 취급하고 있지 않았다.
목숨을 벌레 보듯이 여기는 쓰레기.
우리는 그저 저 녀석이 만들어 낸 게임속의 말이나 다름 없었다.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살아 남으셨군요. 제 단서가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찍어서 살아남은 분들도 몇 분 계신 거 같다만 더 이상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겠죠."
"........"
"자, 그럼 바로 이어서 두번째 게임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벌써 시작한다고?"
"두번째 게임은 바로 이것입니다!"
파앗--
"윽! 뭐야?"
갑작스럽게 빛이 나타나 내 눈을 강타했다.
눈이 부신 탓에 나는 잠시동안 눈을 질끈 감았고 빛에 적응이 되자 서서히 감은 눈을 떠보았다.
"이... 이게 뭐야...?"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천장에서 푸른 빛이 감도는 조명등과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여진 방이었다.
"무슨 방이 이렇게 새파래?"
천장, 사방의 벽, 그리고 바닥까지 모두 새파랗게 물들어져 있었다.
자고로 나는 색깔 중에서 파란색을 가장 좋아한다.
별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파란색이 좋았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이건 도배한 게 아니라 그냥 페인트통을 냅다 들이부은 거 같다.
주위를 둘러보던 중 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건.."
벽 구석으로 밀착 된 작은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로 두 개의 컵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탁자 앞으로 걸어 가 보았다.
"근데 탁자를 왜 벽구석에 쳐박아 놓은거야? 방 한 가운데에 놔두면 될 것을."
나는 괜스레 애먼 탁자에게 화풀이 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부분이 보이면 아무리 착한 나라도 어쩔 수가 없나보다.
"컵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거지?"
두 개의 컵 속으로 투명한 액체가 반 씩 채워져 있었다.
그 때, 또 다시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탁자 앞에 서 계신 거 같으니 이번 게임에 대해 설명을 드리죠."
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녀석의 말에 집중했다.
"탁자에 올려진 두 컵 위에 무언가 들어있죠? 단순히 물이라고 생각이 되겠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하나의 컵에는 물 그리고 다른 하나의 컵에는 염산이 들어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컵이라 염산이 들어있어도 녹지 않죠."
"........"
이제는 염산까지 마시게 할 작정인가 보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물과 염산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충 감이 오시나요?
이번 게임은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컵의 시점에서 두 개의 컵 중 물이 들어있는 방향의 컵을 골라 마시면 되는 게임입니다. 저번 방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 게임이죠? 크크크~"
"........"
대체 어딜 봐서 간단한 게임이라는 거냐.
"두 개의 컵을 바라본 시점에서 물이 들어있는 방향의 컵을 마신다. 즉, 1/2의 확률이죠."
"50퍼의 확률이라..."
확실히 전 방에 있던 게임을 생각해 보자면 이번 게임은 분명 우리에게 유리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우리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어디보자, 물이 든 컵이..."
나는 컵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놈의 말대로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별해 낼 방법이 없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시점에서 어느 쪽 방향에 물이 들어 있는지 구분이 잘 안 가시죠? 크크~ 참고로 물과 염산의 구분을 위해 바닥에 붓는 행동이나 고체의 물건을 접촉시키는 행동의 모습이 적발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즉시 처단하겠습니다."
"........"
솔직히 그럴 생각이었다.
설마 내 생각을 읽은 건 아니겠지?
"응? 잠깐만!?"
놈의 얘기들을 듣던 와중에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슬렸다.
거슬려도 심히 거슬렸다.
뭐지? 이 기분은?
"자, 그럼 이제 이번 문제를 풀기 위한 단서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단서라는 말에 나는 내 생각속에서 빠져 나왔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단서에 집중 해봐야지."
단서라고는 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기 보다는 애매하다고 할까?
"이번엔 좀 제대로 된 단서를 주겠지?"
나는 귀를 기울이며 단서가 나오길 기다렸고 곧이어 놈이 단서를 말해주었다.
"이번 문제의 단서는 여러분의 주위를 한번 잘 살펴보십시오."
"내 주위라니?"
"자, 단서도 알려드렸으니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얌마!"
또 당했다.
한 번 그러는 놈이 두 번 그러는 법 없다고 아주 지 맘대로 진행한다.
잠깐이나마 희망을 품은 내가 바보지.
"제한시간은 전 방과 마찬가지로 1분 30초. 하지만 이번에는 물이 담긴 컵을 마시기만 하면 타이머는 멈출테니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어도 선택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시는지 잘 아시겠죠? 그럼 행운을 빌죠! 크크크."
"........"
01 : 30
문 위에 있던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오, 열 받아 진짜! 단서가 하나같이 왜 이래?"
몹시 열이 받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화를 억눌렀다.
나는 다시 한번 컵속을 들여다 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번 게임은 1/2의 확률이기 때문에 찍는 모험을 하더라도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해답을 찾을 수 없었을 때의 얘기고.
"이렇게 된 이상 단서에 모든 것을 걸어보는 수밖에."
나는 놈이 말한 단서를 되새겨 보았다.
'여러분의 주위를 한번 잘 살펴 보십시오."
"내 주위라..."
녀석의 말대로라면 내 주위에 단서가 될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 된다.
나는 주위를 자세히 훑어 보았다.
천장에 달린 푸른 빛을 내뿜고 있는 조명등과 나무 탁자, 그 위에 올려진 컵 2 개 그리고 문 위에 부착된 타이머.
"........"
모르겠다.
이것만으로 단서의 실마리를 잡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좀 더 생각의 폭을 넓혀본다면 단서의 실마리를 푸는거도 가능할 거 같았다.
단지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현실이 가로막고 있을 뿐.
00 : 52
타이머를 보니 어느 덧 30초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젠장, 시간이 얼마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그와 함께 아까부터 내 머리속을 휘젓고 다니는 심히 거슬리는 느낌.
대체 뭘까?
00 :26
타이머를 보니 시간이 30초도 채 남지 않았다.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이다.
"아아, 젠장! 어떡하지? 그냥 찍어야 하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초조함은 커져갔고 단서는 내 머리속에서 조금씩 잊혀져 갔다.
오로지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 차 들어가고 있었다.
1/2의 확률.
위험한 수지만 굉장히 달콤했다.
"50퍼센트의 확률이라면..."
순간, 내 눈빛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물들어졌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찍는 수 밖에는 답이 없겠..."
콜록콜록--
조용히 중얼거리던 중 갑자기 기침이 목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몸이 부슬부슬 떨려왔다.
"방안이 춥나? 왜 몸에 한기가 드는 거 같지? 지금껏 이런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순간 뒤통수에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하... 하하하!"
나는 실성이라도 한 사람처럼 소리내어 웃어댔다.
"하여간 그 녀석은 단서를 줘도 꼭 이렇게 애매하게 준다니까."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하나의 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분명 이 컵 안에 물이 들어 있을거야."
자신은 있었지만 몸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주저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후우~"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곧바로 컵 안의 액체를 입안으로 한번에 털어 넣었다.
꿀꺽--
"!?"
내 손에 구속 되어있던 컵이 자유로워지며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컵이 떨어짐과 동시에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어졌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악!!!!"
나는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기자마자 컵을 떨어뜨리고 목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금방이라도 목이 타 들어 갈 거만 같았다.
00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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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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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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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방에서의 문제! 맞추신 분들이 많이 계신 지 모르겠네요ㅎㅎㅎ이번 문제도 한번 맞춰보세요 근데 난이도가 좀 있을지도...ㅎㅎ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뭐지..너무 혼란스럽네요.. 타이머가 멈춘것 같은데 목이 타들어가는것같다니..!
오늘도 재밌게 봤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혼란스럽지 않게 오늘 연재해서 올려야겠어요ㅎㅎㅎㅎ
여기서 끊기다니ㅜㅠ아쉬워요..
많이 부족한 글 재밌게 봐주신 거 같아서 너무 감사드리네요ㅠㅠㅠ오늘 밤에 연재해서 올릴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헐...? 염삼을 마신건가?
과.. 과연 염산이려나요?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