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토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다시 교토입니다.
미국에서 오자마자로 시차도 안바뀌어 망서려졌으나 오래 전 약속했던 교토에 일년만에 그걸 지키려 왔습니다.
서울에 있을젠 먼 곳으로만 생각되는데, 1시간 10분 비행기를 내리면 어제도 있었던 듯 친근해집니다.
오랜만에 교토를 오니 최근 미국에 있던 생각이 떠오르며 자연스레 두 나라를 비교하게도 됩니다. 훨씬 더 길게 살았던 미국이 고향처럼 친숙하지만 15시간 비행 생각을 하면 타자마자 내리는 일본이 더 쉽게 오게되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침울해지던 서울서 오니 일본은 지금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몇해 전부터 심혈을 기울이는 동경 올림픽이 점점 다가와 열과 기를 더하고 있고, 경제는 승승장구하여 인력은 부족인데 일자리는 넘치고 거기에 며칠 전 2025 만국박람회에 오사카大阪마저 뽑혀 전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뉴욕 워싱톤의 4주간, 가게나 식당에서 백인 직원을 본 적이 없습니다. 미합중국美合衆國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점점 더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이 불어나는 추세를 실감했습니다. 백인 아닌 인종을 합친게 백인을 넘어섰다니 트럼프가 America First 이민절대반대 부르짖는게 현장에선 이해가 갔습니다.
여기 일본도 해외에서 많은 인력을 끌어오는 것이 이민이냐 아니냐를 놓고 국회에서 언쟁을 합니다. 여기 호텔직원도 거의 외국인입니다.
120만 인구의 교토는 11월 말, 이 시기에 단풍모미지로 구경꾼이 넘칩니다. 사드 이슈로 서울에 중국인이 안오던 해부터 그 숫자를 일본이 흡수하고 있습니다.
제가 잠시 머물고 있는 기온祇園은 서울로 말하면 명동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명동에 없어진 역사가 이곳에는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인지 동남아인지 모르게 없어지고 변해버린 명동에 비해 이곳은 천년의 역사가 번화한 기온에 고대로 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중국인 한국인 말고도 금발머리 서양인도 많이 보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이곳에 반하고 좋아하고 있고 내 서울집에서 산책 가는 인사동엔 돈을 써주려도 살게 없었는데 여기는 아끼고 아끼려도 그들이 지갑을 엽니다. 누구나 좋아할 그 묘한 환경에 세계인들이 섞여 걷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인 아무리 좋은 것도 진력이 나기 마련인데 왜 이곳은 진력이 나지 않는 걸까, 걸으며 골똘히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그것은 역시 역사입니다.
그것의 깊이 입니다. 허름해 보이고 별것 아닌 것만 같은 집에 골목에 석등 하나, 거기에 깊숙이 배어있는 역사의 결,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마음이 끌리는가 봅니다.
우리가 부시고 없애고 새로 지어버린 것을, 수수백년 그 불편함을 인내하며 선조의 얼을 지켜온 이들이 받아야 할 마땅한 복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