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완성 시리즈를 내고 나서
저를 아시는 분이 참 많을 것입니다. 전국의 국어 선생님이나 학원 강사 선생님 그리고 출판사 편집자 여러분은 거의 대부분 저를 알 것 같습니다. 블랙박스, 다다 등 참 많은 학습서를 썼습니다. 공저 단독 저서 포함해서 한 300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5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다음 책을 고를 것 같습니다.
(1) 블랙박스 언어영역 시리즈
- 초창기 블랙박스 언어영역 시리즈는 대부분 저 그리고 위즈북스 패밀리의 합작품이었습니다. 아주 잘 나가던 회사가 지금은 어려워졌고, 한 4-5년 전부터는 제가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리즈를 통해 평생의 동지(?)가 된 여러 선생님과의 인연은 정말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문학(교학사), 국어생활(블랙박스), 작문(중앙교육진흥연구소) 교과서
- 현재도 사용 중에 있는 고등학교 검인정 교과서입니다. 제게는 아버지 같으신 교수님이 두 분 계신데, 한분은 구인환 교수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한계전 교수님이십니다. 구인환 교수님은 제가 학부(서울대 국어교육과) 시절 교수님의 방돌이(=비서)인 관계로 아주 가깝고, 국어국문학회 회장을 하시던 때는 제가 총무 간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늘 저를 격려해 주시는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이십니다. 한계전 교수님은 제가 대학원(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치는 동안 지도 교수님이셨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제자를 따뜻한 사랑으로 돌봐 주셨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어려울 때마나 찾아봅게 되는 아버지 같으신 교수님이십니다. 문학 교과서는 구인환 교수님과의 공저로 낸 것이고, 국어 생활과 작문은 한계전 교수님과 공저로 낸 것입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저명하신 교수님과 더불어 교과서에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지금 생각해도 황송할 따름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은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 및 생활국어 교과서 편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3) 하희정 독서 논술 / 독서 토론
위즈북스라는 법인을 세우고 하희정이라는 실명 브랜드로 초등 독서논술, 독서 토론 시리즈를 냈습니다. 내용적으로 참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한 때는 전국적으로 300여개의 가맹점을 내면서 박학천 브랜드에 이어 2위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논술 시장 침체 등으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교육자적 사명감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갈 예정입니다. 현재는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독서토론 교재로 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4) 현대시 참신한 아이템 시리즈 등
디딤돌 출판사는 한 때 수능 언어영역의 메카였습니다. 부동의 1위 브랜드였죠. 거기에 참 좋은 책을 한 권 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야심작으로 낸 것이 현대시 참신한 아이템1,2와 현대소설 참신한 아이템1-4입니다. 즐거운 학교를 통해 낸 ‘현대소설, 너를 읽어주마1-4’와 문학동네를 통해낸 ‘독독1-5’ 시리즈의 심화판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문제집이 아니라 수능 감각으로 만든 현대시, 현대소설 해설입니다. 출판계에서는 극찬을 받는 책이지만, 수험생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책입니다. 사실 참신한 아이템 시리즈는 수능에 출제될 만한 참신한 작품을 정교하게 해설한 책입니다. 대학의 교수님도 극찬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수능 출제 위원이나 모의고사 출제위원, 그리고 현장 저자 선생님들만 몰래 수능 문제 출제에 활용하는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아마 널리 알려지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책은 언젠가는 대중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최근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반응이 있다는 전언이 있어 기대를 해 봅니다.
(5) 개념완성 언어영역 시리즈
참 좋은 책을 공들여 냈는데, 대중적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해 평소 디딤돌 출판사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빚을 갚기 위해 기획한 것이 개념 완성 시리즈입니다. 그와 아울러서 수능 학습서 문제집 판에서 베스트셀러 메이커로 불리며 얻었던 저의 명성에 생긴 흠집을 지울 기회라고도 봤습니다. 때마침 제가 인터넷 최고 동영상 인기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노량진 비타에듀 학원에 출강하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능의 본질을 가장 적확하게 끄집어내면서도, 동시에 학교나 학원에서 강의하기에 최적인 학습서를 기획 집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 결과가 개념 완성 언어영역 시리즈 3권입니다. ‘문학+비문학’은 고1 정도를 염두에 두고 아주 쉽게 쓴 책이고, ‘문학’과 ‘비문학 독해’는 고2, 고3용입니다. 저 역시 현장 강의 경험이 10년이 넘지만, 그래도 부족한 현장 경험은 창원의 차준호 국어논술 학원장 등의 도움으로 메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러 가지로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저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첫째, 학생들에게 일종의 사기를 치면 안 된다.
- 학원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요령 중심으로 가르치고 싶은 유혹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반응이 빠르니까요. 문제 유형 중심의 강의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언컨대 일종의 사기입니다. 문제 유형 중심의 기교는 사실 때가 지나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장 성적을 올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결국은 학생들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맙니다. 요령은 어디까지나 기교이고, 기교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한 것입니다. 실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정석입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정확한 개념 학습입니다.
둘째, 심플해야 한다.
- 정확한 개념 학습 수능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것이 고득점의 초석이니까요.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수험생들의 현실입니다. 마음이 급하지요. 여유를 가지라고 말을 할 수는 있고, 옳은 이야기이지만, 비현실적이지요. 그렇다면 부담스럽거나 조금이라도 덜 중요한 내용은 빼고 가장 간결한 형태의 개념 학습 및 실전 연습이 될 수 있는 학습서를 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념 완성 시리즈는 전체 3권을 2달이면 끝낼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합니다. 그게 쉽지는 않더군요. 야구에서 간결한 타격이 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용을 덧붙이는 데가 아니라 덜어내는데 말입니다.
그 결과는 참 만족입니다. 벌써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어 좋다는 평이 들리는군요.
셋째, 교사용 해설서가 충실해야 한다.
이건 학생들과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교사용 해설서는 선생님의 문제이니까요. 한 마디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교사용 해설서 쓰는 일을 죽기보다 싫어했습니다. 수업 준비는 교사 스스로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이번만큼은 이 신념을 잠시 접었습니다. 맘먹고 정말 충실한 교사용 해설서를 만들었습니다. 그저 그런 잡다한 내용만 많은 교사용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과 지문의 본질을 꿰뚫는 그러면서도 간결한 교사용 해설서의 전범이 되는 그런 책을 만들어 본 것입니다.
제 책 자랑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자랑할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이 많을 것입니다. 강호 제현의 지도 편달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이 카페가 그 지도 편달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8년 5월
하하 하희정 올림
출처: cafe.daum.net/daehakg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