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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의 발전을 보라!
‘모방’에서 ‘창조’ 도시로 거듭나…중국의 혁신 메카로 발전
오늘날 중국 선전은 이제 더 이상 ‘1세대 개혁개방 도시’, ‘산자이(山寨, 모조품)의 고장’이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의 새 모델을 제시하는 곳이다. 혁신을 선도하면서 미래 기업이 속속 몰려들고 세계 최첨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늘날 선전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봤다.
◇ 혁신을 선도하는 도시
선전시는 중국도시경쟁력연구회에서 발표한 ‘2015년 중국 10대 혁신 도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08년 이래 8년 연속 ‘최고 혁신 도시’ 타이틀을 쥐고 있다. 칭화대학이 발표한 ‘2015년 중국 도시별 혁신 창업환경’ 순위에서도 1위로 2011년부터 5년 연속 선두다. 선전시는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 중문판이 2010년부터 작년까지 6차례 공시한 ‘중국 대륙도시 혁신능력’ 순위에서도 4차례 1위를 차지했다.
선전시 소속 기업의 활약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특히 돋보였다. 세계 150여 개국에서 3600여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중국 기업은 1300개로 33%를 차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인 652개가 선전 기업이었다. 이들은 스마트폰, 드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혁신 분야에서 이색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드론 분야는 선전의 대표 산업답게 이번에도 각양각색의 신제품으로 활기가 넘쳤고 가상현실 업체 로욜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 모바일 영화관을 공개했다. 화웨이, ZTE, 쿨패드, TCL 등 혁신 기업들도 차별화된 자사만의 각종 신제품 라인업을 발표해 중국 IT산업을 선도하는 선전 기업의 위용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 선전의 대표 혁신 기업, 혁신 제품
2006년 설립된 DJI(大疆創新, www.dji.com)는 상업용 드론 시장을 70% 넘게 점유하고 있는 세계 1위 드론 기업으로, 드론 제작에 관한 한 대부분의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출이 매년 3~4배씩 늘었으며 작년에는 전년의 2배인 10억 달러를 넘겼다.
초기에는 저가형 드론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취미용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용도 적극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키트를 이용해 영상 처리나 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제조능력을 넘어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DJI의 최고경영자(CEO) 왕타오(汪滔)는 “영화, 농업, 에너지, 수색 및 구조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무한한 창의력을 제공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길 희망한다”면서 “결코 그 누구에게도 하늘을 내주지 않고 앞으로도 지금의 선두자리를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가 내놓은 ‘팬텀3’ 시리즈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작년 4월 전문 항공촬영에 적합한 프로용과 전문가용 모델을 공개했으며 8월에는 높은 가성비의 입문용 모델을 추가했다. 작년 9월의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를 통해 ‘팬텀3’ 시리즈를 시연한 데 이어 올해 1월의 CES에서는 기존 전문가용 모델의 저가 버전인 ‘팬텀3 4K’를 선보였다.
이렇게 해서 현재 출시된 모델은 모두 4종인데 프로펠러가 장착된 플라스틱 몸체에 항공 촬영용 카메라가 결합한 형태다. 말끔한 마감처리로 회로기판이나 복잡한 전선이 보이지 않아 심플하며 무게도 1.2㎏으로 비교적 가볍다. 강력한 모터와 공기역학 프로펠러를 장착해 공중에서 민첩하고 안정적이며 1시간, 1회 충전으로 약 25분간 비행이 가능하다.
이들 제품에서 주목할 것은 단순한 조작법과 간편한 비행인데 조종기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양쪽의 스틱으로 이동방향을 제어할 수 있으며 상단에 달린 버튼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다. 게임의 조이스틱과 비슷한 원리로 2차원상의 게임을 3차원 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데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조작법을 통해 공간에 대한 이해력만 갖춘다면 누구나 쉽게 조종이 가능하다는 평가.
‘팬텀3’ 시리즈에는 고화질 사진(12메가픽셀)과 동영상(4K, 2.7K)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기본 장착돼 있으며 특수 제작된 94도 화각의 렌즈를 사용해 왜곡이나 흔들림 없는 선명한 이미지를 보장한다.
‘팬텀3’는 비행시간, 경로, 거리 등을 자동으로 기록해 조종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용자는 DJI의 앱을 통해 지도에서 드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륙장소를 기록하면 손쉽게 드론을 복귀시킬 수 있다. 또한 조종자와의 거리와 복귀까지 필요한 배터리 잔량을 수시로 계산해 조종자가 잔여 비행시간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가 하면 유전자 관련 연구와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BGI(華大基因, bgi-international.com)는 ‘선진 유전공학의 응집체’이라는 소리를 듣는 업체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제10회 유전체학 국제회의(ICG-10)’에서 신형 데스크톱 DNA 분석기 ‘BGISEQ-500’을 내놨다. 이 제품은 첨단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99.99%의 정확도를 자랑하며 최고급 시퀀싱 수준으로 다양한 임상 수요를 충족시켜준다. DNA 분자와 탐침이 결합돼 디지털 이미지 과정을 거쳐 DNA 염기서열 분석이 완료된다. 선형 증폭, 신호 확대 등 오차 최소화 수단을 통해 정확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며 사용 효율도 매우 높다.
특히 BGI에서 자체 개발한 ‘니프티(NIFTY) 검사’는 BGISEQ-500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해 염색체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태아의 기형 여부와 미래에 발병할 각종 증후군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차세대 혁신 의료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니프티 검사’는 전 세계 누적 샘플이 50만 건에 달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바이오 업체 휴먼패스가 BGI와 제휴해 검사를 대행해주고 있다.
BGI는 1999년 설립된, 현재 전 세계 유전자 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유전자 분석업체로, 박사급 직원만 2000여 명에 달하며 회사가치는 20억 달러, 연 매출은 2억 달러를 넘는다. 초창기에는 중국과학원 소속의 비영리 연구기관이었으나 2003년 5월 약 10시간 만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바이러스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하고 96시간 만에 면역시약을 개발해 일찍이 실력을 검증받은 뒤 2007년 중국 정부로부터 분리돼 선전으로 본부를 이전했다.
2013년 BGI는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하는 ‘2013년 중국 10대 혁신 기업’ 중 2위를 차지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 리뷰’의 ‘2013년 최고 영향력 있는 10대 연구센터’ 중 한 곳으로 뽑혔다.
로욜(柔宇, www.royole.com)은 디스플레이 기술 및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로, 작년 9월 선전의 폴리맥스 영화관에서 개최된 신제품 발표회에서 야심작인 신형 웨어러블 제품 ‘로욜-X’를 선보였다.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안경과 고성능 소음제거 헤드셋이 완벽하게 일체화된 제품으로, 착용하면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 ‘세계 최초의 스마트 모바일 영화관’이란 평가를 받았다. 1월 CES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했으며 참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류쯔홍 로욜 CEO는 “사람들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해 휴대성과 대형 화면이라는 2가지 상충된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이 두 가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 스마트폰처럼 휴대성을 강조하면 화면이 작아지고 스마트TV처럼 대형 화면을 강조하면 휴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욜의 연구진은 각종 기술과 제품 혁신을 통해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며 최근 몇 년간 자체 연구개발로 축적된 300여 종의 핵심 기술을 토대로 휴대성과 대형 화면을 모두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실제 ‘로욜-X’는 비디오 기능과 오디오 기능이 융합된 헤드셋으로 뛰어난 화질을 자랑하며 전문가 수준의 고음질 및 소음차단 기술을 특징으로 한다. 또 스마트폰 해상도의 10배에 달하는 인치당 3300픽셀의 세계 최고화질 디스플레이를 구비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로욜은 혁신 디스플레이 기술 및 응용제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며 관련 분야의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 및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디스플레이 분야의 떠오르는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50대 최고 투자가치 기업’ 중 ‘톱3’에 선정, 차세대 혁신 스타트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지금도 유명 투자기관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외부의 열띤 지원과 내부의 부단한 혁신에 힘입어 로욜은 설립 3년 만에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뛰어난 집단에는 그에 맞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듯이 류쯔홍 CEO는 ‘포브스’의 ‘중·미 10대 혁신 기업가’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글로벌 전문가 모집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의 인재로 선발돼 리더로서의 역량도 입증하고 있다.
◇ 혁신을 지지하는 도시
최근 몇 년간 선전시는 IT, 로봇 및 웨어러블, 우주·항공, 바이오 등 미래 혁신 산업을 적극 지원해 경제성장의 주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선전의 4G 기술, 디스플레이, 드론, 유전자 분석 등 각종 첨단 기술 분야의 혁신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선전시가 최고의 혁신 도시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시 정부의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정책 덕분이다. 지난해 선전시는 국내총생산(GDP)의 4.05%를 R&D에 투자했으며 시 정부는 올해 4.09%를 거쳐 오는 2020년까지 4.25%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적극적 투자의 성과는 대량의 특허 출원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2015년 선전의 특허협력조약(PCT)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 전체 신청 건수의 46%에 해당하는 1만3000건으로 12년 연속 중국 1위를 기록했으며 2013년 이래 3년 연속 1만 건을 돌파해 선전 기업의 자체 혁신능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선전 기업의 PCT 출원은 주로 IT 분야에 집중돼 있다. 중국지식산권국(SIPO)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서 PCT 특허를 가장 많이 신청한 1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선전 기업이며 이 중 화웨이, ZTE가 각각 1위(3538건)와 2위(3150건)를 차지했다.
선전에는 혁신 기업 인증을 장려하는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하이테크 중소기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작년 7월 기준 하이테크 기업은 3만 개를 넘어섰으며 국가급 하이테크 기업은 6700개를 돌파했다. 선전시는 1989년 과학기술 창업 서비스센터를 설립한 이래 시 정부의 지원이나 인증을 받은 인큐베이팅센터가 78개에 달하며 2014년 기준 4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또 첨단기술산업단지에 인큐베이팅 연맹을 결성, 중국 안팎의 우수 대학, 공공 연구기관, 정보통신산업(ICT) 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시는 현재 공학 실험실, 기술연구센터 등 1200여 개의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혁신 기술과 제조업 간의 긴밀한 연계를 위해 유전자, 메타물질, 클라우드컴퓨팅, 스마트네트워크 등 각종 혁신 기술 분야의 산학 연맹과 첨단 과학시설을 설립하고 있다.
선전은 우수 인재 도입을 통한 혁신역량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2011년부터 해외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공작계획’을 실시해 작년 말까지 해외 혁신 과학연구단체 80여 개, 해외 유학생 약 6만 명을 유치했다. 또한 매해 3~5억 위안을 투입해 ‘공작계획’ 인재들에게 보조금과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선전시는 글로벌 전문가 모집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에서도 우수 인력을 선발하고 있는데 현재 150여 명의 인재들이 교육,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 선전이 주는 교훈
예전부터 중국 제조업체들에게는 혁신 기업의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도용해 값 싸고 질 낮은 제품을 양산한다는 선입견이 따라붙곤 했다. 그러다 보니 ‘산자이’라 불리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감과 의심이 팽배했다.
하지만 선전의 혁신 기업들은 기존의 중국산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제품들을 개발하면서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닌 선두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광치사이언스, DJI, BGI, 로욜 등 대표 혁신기업들은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된 벤처기업이지만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마틴 제트팩’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광치사이언스 류뤄펑(劉若鵬) 회장의 핵심 경영방침을 참고할 만한데 기존의 관념과 체계를 뒤흔들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전복성 혁신’이 그것이다. 류뤄펑 회장은 “진정한 혁신이란 마차가 다니던 시절 더 빠른 말이 아니라 자동차를 생각해내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단순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진취적 사고방식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선전시는 과거 중국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만큼 탁월한 제조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시제품 제조 및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원해주는 공장형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선전은 중국 제2의 금융시장으로, 중국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기업의 1/3이 자리 잡고 있으며 대규모 기관 투자가부터 소규모 벤처, 엔젤 투자가까지 다양한 투자기관들이 소재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창업의 1번지’로도 유명한 선전시는 엑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창업카페 등 다양한 창업 육성기관들이 즐비한 곳으로, 이런 창업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선정한 스타트업에게 자금 지원, 창업 컨설팅, 임대료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다.
한편 선전시는 중국 4대 전시도시 중 하나로, 다양한 업종을 대표하는 양질의 전시회가 매년 90회 이상 개최되고 있다. 이 중 IT 및 전자 관련 전시회의 비중이 가장 높아 혁신과 직결되는 차세대 신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매년 11월 개최되는 하이테크박람회(CHTF)는 중국 최대의 과학기술 전시회로 빅데이터, 신소재, 사물인터넷, 스마트 기기, 항공우주, 현대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술과 기기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선전시는 또 세계 3대 IT, 전자 전시회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를 성공적으로 도입, ‘CE China’라는 이름으로 올해 4월 개최를 앞두고 있다. 세계 3대 IT, 전자 전시회는 세계 혁신제품의 등용문이라 할 정도로 참신하고 진기한 최고급 혁신 제품의 집결지로 유명해 선전 기업들도 매년 단골로 참가하고 있는데 이번에 선전에서 열리는 ‘CE China’ 또한 웨어러블, 스마트 로봇, 드론 등 혁신 기술로 각광받는 스마트 하드웨어를 중점 전시해 세계 3대 IT, 전자전의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간무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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