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이다. 명심해라.
늘 이런 식으로 말하죠.
뭐가 마지막이고 뭘 명심하라는 거죠?
부모님도 날 생각하면 그렇다곤 하지만 난 집이랑 부모님만 생각하면 너무 괴롭고 우울해요.
20살부터 지금까지 수험생활 2년간 불면과 고강도의 스트레스, 두근거림과 불안. 초조함과 너무 힘들었어요. 피를 말리는 것 같고 탈진할 것 같고 한마디로 괴로웠어요.
부모님은 늘 나한테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 말 하지만, 난 전혀 미안하지 않아요.
넌 끼가 많거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밝지도 않고 모든 게 못마땅하고 어떻게 그렇게 부모의 기준에 못 미치냐고 늘 분노하게 된다고 하지만.
콩심은 곳에 콩나고 팥심은 곳에 팥나지. 날 도와준 적 있어요? 문자 그대로 짓밟기나 했죠.
제 또래애들이 형형, 이렇게 따르면서 아빠를 멘토로 생각한다고요?
나이많은 어른이고 선배니까 당연히 웃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예의바르게 하는 것 뿐이고 무슨 대단한 멘토링도 아니고 아빤 그냥 아빠 정도의 조언만 해줄 수 있었겠죠.
저에게 멘토 같은 거 해주실 필요 없어요.
내 나이가 21살이고 작년엔 20살이었고. 재작년엔 19살이었는데
내 하는 짓이 워낙 망측하고 상상을 초월하고 저능아 같다고만 하죠. 억지로 따뜻한 말같은 걸 할 때라도 사실 속은 한결같이
나에게 마음 쓸 여유같은 건 원래 없었고 오히려 분노하고 인내하고 있다고 했었죠. 병신같은 딸자식이라고.
제가 극단적으로 말하는 거라곤 하지만, 제 말이 사실이에요 아빠가 늘 하는 말은 똑같았어요. 넌 정말 참을 수가 없이 형편하다는 거.
가족 먹여살리느라 지방에 내려가서 정말로 많이 힘드셨겠죠.
그렇게 힘들 때만 감상에 젖어서 저한테 사랑한다니 큰 딸이라느니 하는 것뿐이에요
철들라고 하지만, 아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관심없어요.
머리를 만지거나 아니면 너는 언제나 나에게는 어린아이로보인다느니 그런 말 듣는 것도 싫어요.
저 같은 딸은 필요없으니까 당장 나가도 되고 언제라도 호적도 팔 수 있다고 말하시죠?
화가나서 하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구요? 아니죠. 그게 진심이지.
부모님 앞에선 언제나 나만 나쁜 년이고 존나 비참한 한심한 병신같은 머저리년이에요. 어디 갈 데도 없고 돈도 없는.
그동안 먹여살려주시고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게해주셔서 감사해요.
어차피 대학등록금도 장학금 받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원하는 곳에라도 가서 대출이라도 받으려고 했었고.
성적이 안되서 그렇지.
집을 나가련다면 기숙사 되는 공장에라거나 아니면 고시원 알바라도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제게 집이라는 건요. 거지같은 저에게는 집에 있는 것도 지옥같고 비참하고 힘들긴 마찬가지였어요.
16살 때는 차라리 집에서 사느니 자살해버리겠다고 생각해서 뛰어내리려고 하룻밤 안 들어온 적도 있었죠.
그때가 놀토이었고 저는 토요일 저녁인가 일요일 저녁인가 집에 들어왔었는데 속 없는 없마는 또 제 핸드폰의 모든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한테 우리애가 가출했는데 어디있는지 아냐는 문자까지 날렸었죠. 정말 속 없이.
경주캠 동국대 불교학과가 작년 수능평균 4.27등급이었는데 제 성적이 4.7 이에요. 붙는다면 간신히 붙는 거고 떨어질 수도 있어요.
0.5등급이나 차이가 나니까 떨어질 수 있겠죠.
거기 들어갈 수 있다면 2년 후에 서울캠퍼스로 편입제도가 있는데 작년 편입생들 평균이 학점 3.6 에 토익 600 정도라고 하네요.
불교학과도 그렇게 나쁜게 아니라 불교방송이나 여러가지 그런 쪽을 노려보는 것이 오히려 다른학과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고
동국대 다니는 선배한테 들었고, 동국대 내에서 직접 편입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도 들었어요.
가게되도 용돈이나 기숙사비나 등록금같은 거 안 벌릴테니까, 뭐라고 하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