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ppy Ending
- 차수진(사진작가/공효진)
"이제야 알았어
널 떠날순있어도 널 잊을수 없다는걸 "
- 정하림(패션디자이너/정경호)
"끝까지 모르는척 해줘
니가 모든걸 알아버리면 - 우린 친구도 못하잖아"
-강지혁(모델/김민준)
"무슨말이 필요해.?
난 너밖에 안보이는데 "
*
Episode. 1
*
'23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난 지친몸과 무거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몇걸음 걷자마자 내눈엔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 사무실이 보였다.
"무슨일이시죠?"
"연락받고온 포토그래퍼 차수진 이라고 하는데요
실장님 어디 계시죠?"
"저쪽 회의실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꾀 친절한 여자였다.
음...... 이렇게 후지게 입고있는 날보고
잡상인 취급을 안할정도라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런던에서 패션화보때문에 본사로 가면
아무렇게나 묶은머리와 박스티 카메라가 든 빅백
그리고 오래신어 흰색이 베이지색으로 되버린 운동화를 신은 날보곤
잡상인이라며 경비를 불러서 귀찮은 일은 겪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Hello 차차!!"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얼굴.
하림이였다. 정하림
저녀석은 내가 런던에서 알고지낸
친구녀석이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오게된 이유는
저녀석의 부탁을 받고
패션화보를 찍으러 왔기 때문이다.
"나쁜 새꺄. 공항으로 차를 보내야 할꺼 아냐
이짐들 어쩔거냐고-"
반가운 마음이 먼저겠지만
너무피곤한 난 투명스레 그녀석에게 짜증을 부렸다.
"너때문에 즐거워야할 한국에서의 첫날이
귀찮아 미치는 줄 알았어"
"미안미안. 어서 내려가자. 어서."
"23층까지 겨우 올라 왔구만. 또 내려가냐?"
"오피스텔로 가야할꺼아냐? "
"운전은 니가해 "
23층에서 1층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리고
정신없이 바쁜 사무실에서 내 오피스텔로 가는 동안
그리고
가족같은 하림이와 마주앉아 맥주캔을 들고 이야기하는 동안
잊혀진것만 같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래서 한국에 오기싫었는데...
"이야기하다말고 무슨생각하냐?"
"첫사랑"
"너같이 괴팍한 애도 첫사랑이 다있냐? 웃기다 코미디야"
"개새끼/. 나도 여자야 "
3년전
나도 내가 사랑같은건 할줄 모르는 사람인줄알았는데
어느새 난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한없이 따뜻한 그사람과
"자고가라. 하림아 첫날부터 외롭긴 싫다"
"덮칠꺼냐? 겁나게시리"
"너같이 매력없는앤 재미없어. 꿈깨고 술이나 먹어"
"야! 이래뵈도 한국에선 제일 잘나가는 디자이너야. 매력이 얼마나 넘치냐?"
"닥쳐"
오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면
사무치는 그리움에 못견딜것만 같았다.
그사람이 미친듯이 그리워서
보고싶어서
당장이라도 찾아가버릴것만 같았다.
*
Episode. 2
"으.........골아퍼.....너무마셨나?
하림아아아아-"
머리가 너무 아팠다.
어제 너무 과음해서였을까?
아니 . 사실 난 왠만해선 취하지 않는다.
작업할때나, 혼자 책읽을때나 항상 손엔 맥주를 달고 다녔으니까.
술을 마셨을때 시야가 흐려지면서
몽롱해지는 그 순간을 즐기는 내가.
고작 맥주 몇캔에 머리까지 아프다는건 핑계겠지..
"으. 벌써 2시네. 웬 쪽지?"
「차수진.
주 몇캔에 넘어가냐? 애주가 차차도 다죽었네.
나 먼저 출근한다. 담주 부터 출근이야,
가스렌지에 북어국 있고, 니 머리위에 새로 개통한 폰 나두고 간다.
난 1번이야 . 새끼 첫사랑보다 내가 낫지?
아마도 넌 두시쯤 일어나겠지? 잠만보새끼, 난중에 전화하께
-하림 」
"미친놈. 귀엽기는"
귀엽다. 정하림.
런던에서도 날 무진장 챙겨줬는데. 어째보면 내 보호자 같네...
어째보면 얘도 별종이다.
맨날 자기 맘대로에 성질나면 물불안가리고 덤비고
하나도 득될꺼 없는 날 옆에서 미친듯이 지켜주는거 보면
'Rrrrrrrrr'
「잘생긴하림.」
-"초딩새끼야... 누가 '잘생긴하림'이라고 저장하래??"
-"이제 일어났지 신율?"
-"그래임마."
-"머할꺼냐? 나올래? 밥사주까?"
-"새꺄_ 일이나해 실장이나 된 새끼가 ..."
-"싫음말고 임마. 그럼 나오면 콜해."
-"끊어.임마 일이나해"
얘는 일이나 하지.
멀이렇게 신경을 쓰는지.
'드르륵'(이래뵈도 진동 울리는 소리ㅠㅠ)
「우울할까봐 일부러 전화한거야
시대가 어느 시댄데 첫사랑때매 술취해 자냐?
븅신. 울적하면 전화해.
또 혼자 울지말고.
남자같은게 눈물은 많아가지고.
-잘생긴하림」
이녀석은 나에대해 너무 많이 안다.
내맘을 어떻게 이렇게 다뚫어 보고 있는지.
후....
벌써 11시네- 오늘은 사람구경도 하고 사무실 구경도 해야겠다.
내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
사람이 붐비는 곳에 커피한자과 함께 앉아 그냥 사람을 구경하고. 상상하고.
또 첫느낌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필름에 처음 생각나는 단어를 적어보고.
Rrrrrrrrrrrrrr
-"야. 전화 왜또하고 그래?"
-"미안미안. 키 신발장위에 있다고. 지하에 내 차 있으니까 너써"
-"정하림 넌 뭐타냐?"
-"나 잘나가는 디자이너잖아! 차는 기본 2대~~"
-"재수없는새끼.끊어"
-"사무실올꺼지?"
-"몰라임마"
-"그럼.........어ㅏㅣ;벙ㄹ"
후.........
인내심의 한계다.
-"개새끼야. 너 한번만 더 전화하면 날라차기에다가 하이킥 니킥 들어갈줄 알어
니땜에 전화받느라 옷도 못갈아입고 아무것도 못했잖아.!! 새끼 적당히해라 임마.
씨. 2시부터 십분간격으로 전화랑 문자질이야?"
-"미안미안. 끊는다~"
골때리는 놈
꼭 감동 먹었다가도 욕하게 만들어요.개새끼 넌 오늘 사무실서 죽었다.
후....씨발.................저새끼 때매 아무것도 못했잖아......
나도 얼른 나가야지.....
-
-
-
"원두 커피 하나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오피스텔앞에 카페가 있으니 참좋다.
모닝커피 먹기 편하고.
뭐... 지금 4시긴하지만.
정하림때문에.
사람구경은 틀렸네.
'삑'
후. 오랜만에 운전이라...
한국에서도 런던에서도 항상 다른사람이 운전했는데.....
한국에선 그사람이. 런던에선 하림이가.
쓸때없이 외롭네...젠장.
~오늘의 둘째쭈 5위곡 입니다.
사랑하나면돼. 백지영
♪
사랑하나면 돼 난 그거면 돼 다른건 아무것도 필요없어
니품에서만 행복해서 난 웃으며
살 수 있었나봐
내 사라진 미소 짙어진 눈물
니 손길을 더 바라니깐
돌아와 제발 오늘이 지나면
"사랑하나면돼......
나도 그럴때가 있었는데....
씨발. 외로워 죽겠는데 하필 이딴 노래가 나오고 지랄이야"
Happy Ending
*
Episode. 3
언젠가 그런말은 들어본적이 있다.
정말 간절히 원하고 원하면 다시 만나게 된다는...
-"정하림 어디야?"
-"사무실에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blue라는 곳 있거든
글로 들어와."
아침부터 내내 전화질하던 정하림을 만나러
결국 사무실까지 와버렸다.
부끄러운 소리지만 혼자 운전하면서 사무실을 찾으려 애썻으나........
이놈의 운전실력은 안늘어서 결국 한시간 헤매다 오피스텔에 놔두고
다시 택시를 타고 나와야했다.
더 웃긴건 택시를 타니 사무실과 내 오피스텔은 15분거리였다는거....
이래서 운전을 안하려했던건데....
-"근데 너 또 헤맸냐? 분명 오후에 나왔는데 도착이 저녁? 걸어와도 이보다 빠르겠네"
-"아씨.. 몰라 운전하다가 이래되잖아.. blue ? 찾아갈테니깐 기다려"
-"어. 어여와. 소개해줄사람 있으니까"
blue ...정이가는 이름이다.
그냥 느낌이...
생각보다 blue라는 곳은 가까웠다.
사무실에서 한 5분거리?인 조용한 와인바
조금은 낡은 듯한 지하건물에 굉장히 세련된 인테리어의 와인바였다
"죄송하지만, 정하림이라고 ..."
"저쪽 안쪽 룸에 계십니다..."
낯선 곳이였지만,
왠지 정이 가는 그곳에선
중후하고 인자해보이는 지배인 할아버지가
날 정하림이 있는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달칵」
"차차 왔어?"
"어........... 근데 이분은 누구.........?"
"안녕하세요...!"
!!!!!!!!!!!!!!!!!!!!!!!!!!!!!!
강지혁.
강지혁이다.
분명 지금 하림이 옆에 서있는 사람은 강지혁이다
"차차 너 지혁이 알지? 지혁이가 그러는데 너랑 알고지낸 사이라면서?"
"어 어...... 오랜만이야 강지혁"
"보고싶었다. 차수진"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할수 없던 나와 달리
그는 날 똑바로 응시하고 있엇다.
하림이가 계속 떠들어 댓지만.
내머리와 내 눈 그리고 내 심장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아. 맞나. 깜빡했네? 차차랑 지혁이 좀 있어라.. 나 사무실좀 다녀올게"
"어..어....... 빨리와.."
난 애써 하림이에게 억지 웃음을 보였다.
이미 하림이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싱긋 웃곤 나가버렸다.
[드르륵]
「차차.
미안하지만 지혁이 내가 불렀어
강지혁이 니 첫사랑인거 알고있었거든-
미리 말하면 니가 화낼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불렀어
좋은시간 보내」
이미 알고있었다니.......
어디까지....... 난 한번도 말한적이 없는데........
점점 더 머리속은 복잡해지는것만 같다.
도대체 날 어쩌라고......하림이의 문자만 멍하니 바라보던 난
낮은 그의 음성이 내 가슴을 휘저었다.
"차수진. 안부정돈 물어봐야하는거 아냐?
그만 피해. 니가 모질게 굴어도 참았지만, 날 더이상 피하는건 못참아"
이렇게.난 또 이녀석에게 묶여버렸다.
"병신. 고개들어. 똑바로 쳐다봐-
왜이렇게 야위였냐? 공부하러 더 좋은데 갔으면 더 통통해져야지"
"니가 생각나서"
그녀석의 눈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수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정말 웃기게도.. 그렇게 모질게 널 떠났는데.. 새로운 사람 만나러 새로운 일 배우러..
그런데 니가 미친듯이 생각나고 보고싶고 니가 아른거려서... 아무것도 할수없었어...
거리가 멀어지면 얼굴을 안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또 시간이 지나면.. 서울에 와도 널 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병신"
이미 내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녀석은 웃으며 날 안아주었다.
오랜만에 안겨본 그녀석의 품은 여전히 넓고 따뜻했다...
"병신 사랑하는데 - 사랑에 미쳤는데- 머리가 하라는데로 마음이 따라하냐?
이렇게 다시 널 본 이상.. 이제 못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