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버섯은 10분 안팎 끓여야 제 맛
각자의 취향과 사정에 따라 입맛에 맞는 산을 골라 단풍 순례를 떠나 보자. 단,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끼니는 해결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되새기며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단풍만으로도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겠지만 여기에 가을의 냄새가 배어 있는 음식이 더해진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이번 달에는 버섯전골과 코다리 표고조림으로 가을에 푹 빠져 보자.
수확의 계절답게 가을이 제철인 식재료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을이 되면 고유의 향과 맛이 더 진해지는 버섯을 으뜸으로 친다. 표고, 양송이, 느타리, 팽이, 새송이, 목이 등 밥상에 흔히 오르는 식용 버섯 대부분은 재배 기술의 발전으로 사철 먹을 수 있어서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성인병을 예방하고 항암효과가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표고버섯은 값이 싸면서도 귀족 버섯인 송이나 능이에 못지않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급 요리에도 쓰이고 있다.
각기 다른 색깔, 다른 모양, 다른 맛을 가진 버섯들을 푸짐하게 한데 모아 끓인 버섯전골은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고 건강에도 좋은 종합선물세트다. 여기에 송이버섯까지 보태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언감생심 가격의 압박이 엄청나기 때문에 맛이라도 볼라치면 송이 계모임이라도 조직해야 할 판이다.
버섯전골은 대개 얼큰하게 끓여서 술안주 삼아 먹지만, 고춧가루 같은 진한 양념을 넣지 않고 멸치와 무를 베이스로 한 국물에 담백하게 끓이면 버섯의 은은한 맛이 한층 더 살아난다. 버섯전골은 얼큰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심심하게 끓여서 버섯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버섯전골의 조리 순서는 이렇다. 먼저 재료를 준비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버섯이 좋아야 맛있는 버섯전골이 된다. 버섯은 손으로 만져서 탄력이 있고 눈으로 보아서 때깔이 좋고 냄새를 맡아서 잡내가 나지 않는 것으로 고른다. 무는 표면이 윤기 나고 묵직하고 무청이 살아 있어야 싱싱한 것이다. 버섯은 흐르는 물에다 겉에 묻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도로 씻어야 짓무르지 않는다.
표고와 팽이의 밑둥치 아래 딱딱한 부분은 잘라낸다. 얼핏 보기에 말린 미역귀하고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목이버섯은 딱딱하게 건조된 상태이기 때문에 찬 물에 20분 정도 담가서 부드럽게 해놓아야 한다. 표고, 양송이, 새송이는 세로로 얇게 저미고, 느타리는 손으로 찢어 놓고, 팽이버섯은 몇 가닥씩 뜯어 놓는다. 무는 얄팍하게 원형으로 썰어서 4등분하고, 고추와 대파는 어슷어슷 썬다.
재료 준비를 마쳤으면, 코펠 가득 물을 담아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20분쯤 끓여서 육수를 낸다. 베 보자기로 거르면 국물이 맑게 되지만 야전에서는 거품을 걷어내는 것으로 족하다. 내용물을 건져낸 육수에 국간장으로 연하게 간을 하고, 무를 넣어 미리 익힌다. 코펠 하나를 더 준비해서 버섯들을 보기 좋게 담고서 버섯이 잠길 정도로 육수를 붓고 마늘을 다져 넣은 다음 한소끔 더 끓인다. 버섯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마늘을 넣지 않아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버섯, 두부, 대파, 고추를 한꺼번에 넣고 끓이면서 국간장으로 최종 간을 한다. 버섯은 오래 끓이면 향이 빠지고 질겨지므로 짧은 시간에 조리를 마치는 것이 좋다. 10분 내외로 끓이면 맛있는 버섯전골이 완성된다. 그냥 국으로 먹어도 좋고, 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국물을 넉넉하게 잡아서 칼국수를 끓여도 좋다.
겹치지 않게 깐 무 위에 표고와 코다리 얹어다음은 버섯전골의 담백한 맛을 보완해 줄 매콤한 코다리 표고조림을 조리할 차례다. 이름 그대로 주재료는 코다리와 표고버섯이다. 코다리든 표고든 한 가지만 가지고 조림을 해도 손색이 없지만, 둘을 합치면 더 맛있는 조림이 된다. 코다리는 꾸덕꾸덕 말린 명태를 가리키는데, 말린 정도가 생태와 북어의 중간쯤 된다.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집이 두툼해서 찜이나 조림으로 많이 먹는다. 북어나 생태보다 가격은 싸지만 맛은 떨어지지 않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코다리 표고조림을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무를 1.5cm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서 코펠 바닥에 깐다. 약한 불에서 장시간 졸이는 음식이기 때문에 두껍게 썰어야 물러지지 않고 양념도 잘 밴다. 코다리는 물에 몇 번 헹궈서 네 등분으로 토막 낸다. 무를 겹치지 않게 깔고, 그 위에 코다리와 표고버섯을 역시 겹치지 않게 얹는다.
그리고는 코펠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익힌다. 불이 세면 재료가 채 익기도 전에 바닥이 타기 때문에 약한 불로 조려야 한다. 무와 코다리에서 물이 많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육수를 따로 넣을 필요는 없다. 무가 익으면서 물이 흥건하게 나오면 양념장을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고루 끼얹는다. 재료에 양념장을 바르듯 균일하게 부어야 조림에 간이 골고루 밴다.
조림용 양념장을 만들 때 보통은 고추장과 진간장, 물엿을 써서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내지만, 어머니의 손맛 같은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진간장 대신 국간장을 쓰기도 한다. 간을 봐가면서 몇 번에 나누어 양념장을 넣어야 실패가 없다. 코펠 바닥의 국물이 거의 졸아들면 매운 고추와 파를 넣고서 잠깐 익힌 다음, 불에서 내린다.
글·사진 강민수 시엘산악회 회원
hr93@paran.com
버섯전골
[재료](4인분)
무 반 개, 표고버섯 5개, 양송이버섯 5개, 새송이버섯 2개, 느타리버섯 200g, 목이버섯 200g, 팽이버섯 1봉지, 두부 반 모, 양파 반 개, 마늘 3쪽, 고추 2개, 대파 1뿌리, 국간장 3큰술, 육수(멸치 10마리, 다시마 사방 10cm 1조각).
[만들기]
1. 버섯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다. <사진 1>
2. 표고, 양송이, 새송이버섯은 얇게 저미고, 목이버섯은 찬물에 10분 정도 담가서 불린 다음 손으로 찢는다. 느타리버섯은 결대로 손으로 찢고, 팽이버섯은 밑둥을 자라낸다. <사진 2>
3. 양파는 채를 썰고, 마늘은 잘게 다지고, 고추와 대파는 얇게 어슷어슷 썬다. 무는 반달 모양으로 얇게 썰고, 두부는 사방 2cm 정도의 정육면체가 되게 자른다.
4. 코펠 가득 물을 붓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20분쯤 끓이다가 건져내고, 무와 다진 마늘을 넣고 익을 때까지 끓인다. 이때 국간장을 넣어 엷게 간을 한다. <사진 3>
5. 다른 코펠에 손질한 버섯을 넣은 다음, 육수를 붓고 끓인다. <사진 4>
6. 10분쯤 끓이다가 두부, 고추, 대파를 넣고, 국간장으로 최종 간을 맞춘다.
코다리 표고조림
[재료](4인분)
코다리 2마리, 표고버섯 10개, 무 반 개, 고추 3개, 대파 반 뿌리, 양념장(국간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설탕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생강 반 큰술, 참기름 2작은술).
[만들기]
1. 코다리를 씻어서 4등분하고, 표고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는다. 무는 두툼하게 반달 모양으로 썬다.
2.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사진 1>
3 .코펠 바닥에 무를 깔고 코다리와 표고버섯을 얹은 다음,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다. <사진 2, 3, 4, 5>
4. 약한 불로 코펠 바닥의 무가 익을 때까지 조린다.
5. 국물이 바짝 졸면 고추와 파를 어슷어슷 얇게 썰어 넣고 불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