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예보를 들었습니다 수돗물을 약하게 틀어 두기로 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낮에도 당신이 떠오릅니다 어젯밤 기꺼이 잠드는 방식으로 보냈던 당신입니다 형광등을 끄는 것으로 불 꺼진 방인 척 속였던 어제입니다 낮에는 아무것도 속일 수 없어서 나는 이불로 온몸을 여미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미세하게 흐르는 수돗물 소리가 들렸고 오래된 가구의 나사못이 하나씩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살아 본 적 없는 팔십 년대 서울 분위기와 말투를 느낄 수 있는 옛날 영화가 좋다던 당신 같이 난로를 쬐다가 문득 붉은 벽돌집이 보고 싶다던 당신 아무것도 믿지 않았지만 눈 내리는 풍경은 선명했던 그날 데운 술을 나눠 마시며 나를 당신의 검은 새라 불렀던 당신 무엇도 보이지 않을 만큼 검어진 새를 나는 사랑이라 부르다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외로웠습니다 망가진 가구들이 방 안으로 쏟아졌고 책상과 의자가 조각났고 나는 버려진 목재에 기대 바다를 건너는 기분으로 창밖을 보았습니다 해가 떠 있었고 당신은 여전히 떠올랐고 침엽수의 잎마다 눈이 쌓여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