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셋 모옴의 달과 육펜스
서머셋 몸
초판 발행 ; 1919
1. 줄거리
(1)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Paul Gauguin, 1848 ∼ 1903)의 생애에서 힌트를 얻어 쓴 소설로,
몸에게 장편작가로서의 명성을 굳히게 해준 작품이다.
주인공 스트릭랜드(Charles Strickland)는 영국인이다. 이 작품의 화자는 스티릭랜드의 아내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갑작스레 집을 나간 스트릭랜드를 영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화자가 파리로 출발하는 데서부터 이 작품은 시작된다. 스트릭랜드를 찾은 화자는 그의 가출 이유를 듣고는 무척 놀란다. 스트릭랜드는 그의 아내가 상상했듯이 젊은 아가씨와 사랑의 도피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17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온 부인과 두 아이를 버리고 가출한 것이다. 그는 이미 청춘을 잃어버린 나이였고, 주식 중개인으로서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새삼스레 그림을 그리겠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혼자 파리로 떠나온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이에 대해 스트릭랜드는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내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물에 빠진 사람은 수영을 잘하느니 못하느니,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못 되죠. 어떻게든 헤엄을 치지 않으면 빠져 죽고 말 테니까."라고 대답한다. 화자는 그때 상대의 말 속에서 그의 가슴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무서운 힘을 느끼게된다. 아마도 그런 강렬한 힘이 그 자신의 의지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도록 격하게 그를 사로잡고 있나 보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임무를 포기하고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후 스트릭랜드는 네덜란드인 화가 더크 스트로브(Stroeve)와 알게 되는데, 그는 일찍부터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인정해 준다. 뿐만 아니라 몹시도 착한 성품을 지닌 그는 아내 블랑슈의 세찬 반대를 무릅쓰고 열병으로 고생하는 친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보살핀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하게도 친구의 아내인 블랑슈(Blanche)를 유혹하여 동침하며, 그후 블랑슈는 스트릭랜드의 이기심과 박정함에 절망하여 음독자살을 한다. 그리고 화가 더크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스트릭랜드는 그뒤 자신의 영혼의 고향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타히티에 동화되어, 그곳의 원주민 여인 아타(Ata)를 아내로 삼고 아이도 낳아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는 나병에 걸려 고생하게 되지만 굴복하지 않고 최후의 힘을 다해 그가 사는 오두막집 벽 전체에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 벽화야말로 신비스럽고 정교한 구도로 온 벽을 덮었는데, 관능적이며 정열적인 그림이었고 아름다웠으며 장엄한 자연의 신비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성스럽고 아름다운 벽화였지만 아타와 의사인 꾸트라(Dr. Coutras)의 눈에만 비쳤을 뿐이다. 이 벽화는 스트릭랜드의 유언대로 그의 충실한 아내인 아타에 의해 오두막집과 함께 불태워 버리고 만다.
(*주인공 스트릭랜드 예술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미술가이다.)
3. 주인공의 행동
스트릭랜드는 엉뚱한 인물이다. 이기심의 화신(化身)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친구의 친절을 무시하고, 오히려 뻔뻔스럽게도 그의 아내를 가로채 은혜를 원수로 갚고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그전에는 17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버리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정말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냉혹한 일면을 지니고 있다.
또 한편으로 그가 예술에 집착하는 태도 역시 그러한 느낌을 갖게 한다. 예술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돌아보지 않는 무서운 열정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는 예술지상주의의 화신이라고 할 만한 인물인 동시에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생을 살아간 인간이다. 이토록 극단적인 예는 흔치 않지만, 예술을 위한 삶을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는 필연의 고리는 아직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4. 제목의 상징성
(1) 1919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모옴 자신이 1인칭으로 등장한다. 주인공과 친밀한 사이로 등장한다.
이것은 작품에 신뢰감을 주는 장치이다. "이것은 이야기에 진실성을 갖기 위해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타인에게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게 될 것이고, 또한 이와 같이 하는 수법의
장점은 자신이 보고들은 것들만 이야기할 뿐이지 모르는 것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데 있다."
이 작품은 고갱을 모델로 하고 있음은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전기(傳記)라고 할 수는 없다.
고갱은 프랑스 파리 태생이고 스트릭랜드는 영국사람이다.
사실 고갱이 증권거래인으로 파산하자 그를 구원해 준 사람은 무명화가 스트로브가 아니라, 네덜란드 화가
고호(Vincent Van Gogh)였다. 2개월간의 공동생활은 고호가 면도날로 자기의 귀를 잘라 버린다는
처참한 사정으로 막을 내렸던 것이다.
(2)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 Pence)의 의미 또는 상징성
① 이 소설의 제목인 '달과 6펜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달'은 이상, 즉 스트릭랜드를 그림에 대한
정열로 이끄는 예술적 창조 욕구를 말한다. 이에 대해 '6펜스'는 화폐의 가장 작은 단위로서 현실,
즉 스트릭랜드가 버린 일상 세계의 생활이나 세속적 규율 및 인습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작품에서 나타나는 예술의 세계와 일상 세계의 대립, 이상과 현실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② 달 - 고매한 것, 주인공이 추구하는 예술의 최극지(最極地)
③ 6펜스 - 극히 비근(卑近)한 것, 명예와 입신양명과 재산 등만을 인생의 제일이라고 여기는 범속한
무리들의 이상이다.
( Six Pence - 영국의 은화 가운데서 최저액을 표시하는 금전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