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굽자석 外 1편
이삼현
극과 극은 상극이라서 서로 밀어내기에 바쁘다
어린 시절 장난감 대신 가지고 놀았던 막대자석
나는 에스극이라서
엔극인 엄마 품에 찰싹 달라붙어 살았다
그럴 때마다 안아주던 감촉은 살가웠다
다 큰 녀석이 언제까지 엄마 젖꼭지나 빨고 있을 거냐 흉봐도
떨어질 줄 몰랐다
철이 들면서부터
또래 친구들에게 더 이끌려 조금씩 멀어진 엄마
엔극이 빨강이라면 에스극은 파랑
모자(母子)는 한 몸이지만
처음부터 색이 다르다는 걸 알고나 있었을까
자력에 끌려 결혼하고
팔과 다리에 엉겨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피붙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가끔 엄마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통념대로 살아가기에 바빴다
이순이 넘어서서야 외딴곳에 방치된 엔극을 찾아갔다
그새 구부러져 말굽자석이 된 엄마
부스럭거릴 때마다 뚝, 뚝 빨간 녹을 떨어뜨리며 다가와
에스극을 손잡아 주는 모성이 하염없다
언제까지나
꼭 달라붙고 싶은 자성만 희미하게 남아
골판지 박스
깨지기 쉬운 육 남매를 품은 택배 박스
입을 앙다문 듯 양 날개를 접어 단단히 봉인되었다
밤늦게 택배기사 부축을 받고 도착한 엄마
여기저기 찍히고 부딪쳤지만
품 안의 자식들 발가락 하나 빠져나가지 않게 움켜잡고 있다
물어물어 달려왔을 천 리 길
과적돼 실려 오는 동안
함부로 내던져져 틈새에 끼었어도 묵묵히 견뎌냈을 한생이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어 보인다
박스를 개봉하려다 말고 잠시 멈칫하는 것은
모서리마다 꼼꼼히 바른 테이프 자국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에 끈적끈적한 파스를 붙였기 때문이다
가다가 혹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아들네 주소와 이름만은 놓치지 않으려 꼭 쥐고 있다
배달이 끝나면 텅 비워져 버려질 엄마
알면서도 한사코 감싸 품어주었던 골판지 박스
제 안으로 잔뼈를 세웠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다
⌜모덤포엠⌟ 2023년 7월호
이삼현 시인
217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22년 시집 『봄꿈』
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출처] 말굽자석 外 1편 / 이삼현|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