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예상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웨스트앨리스의 센트럴 고등학교 행사에서 유세 연설하고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양자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4.07.24.
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기울던 선거 판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둘러싸고 혼란을 겪던 민주당을 빠르게 안정시킨 해리스 부통령은 첫 유세부터 트럼프 후보를 정조준했다. 또 일부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당초 충성스런 지지층에 암살 시도 사건 직후 열린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며 굳어질 듯했던 ‘트럼프 대세론’이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로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 해리스, 일부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서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 시간) “22~23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4%의 지지율로 트럼프(42%)를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 자진 사퇴를 발표한 21일 이후 실시된 것이다. 트럼프가 총기 피습을 당한 뒤 민주당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선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선 지지율 42%로 트럼프(38%)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발표된 NPR·PBS 공동여론조사에선 45%의 지지율로 트럼프(46%)와 접전을 벌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하루 만에 민주당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고 전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 이어 23일에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공개 지지도 받았다.
● ‘트럼프 범죄자’ 프레임 강조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첫 유세를 가졌다.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한 모양새다. 그는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트럼프는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며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했다.
또 “자유와 연민, 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과 공포, 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며 “트럼프는 미국을 후퇴시키려 하지만 우린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상대적으로 젊은 검사 출신 여성 정치인이란 정체성을 내세우며 ‘검사 대 중범죄자’와 ‘과거 대 미래’, ‘자유 대 혼란’으로 대선 구도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X에 “남은 임기 국민을 위해 국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알리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돼 백악관으로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사퇴 배경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이유 등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 공화당은 ‘막말 리스크’ 우려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에 공화당도 대선 전략을 수정하며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불법이민 및 범죄 대응 실패의 책임자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의 여론조사 담당자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단기적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바뀌고 해리스의 지지 기반도 탄탄해 질수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안 달라진다”며 “‘허니문(신혼여행)’은 끝날 것이고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부조종사였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지도부는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및 성별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라는 경고도 내놨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흑인과 여성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인종과 성별 이슈가 대선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인도계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인도식 이름을 조롱해 논란을 일으켰다. 밴스 부통령 후보도 2022년 해리스 부통령이 출산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자식 없는 암고양이 여성(childless cat ladies)들은 자기 인생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참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암살 시도 사건을 겪은 트럼프는 비밀경호국 권고에 따라 당분간 대형 야외 유세를 중단하고 대형 실내공간 위주로 유세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