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랜드
가족의 탄생, 만추 등을 연출하신, 하지만 탕웨이의 남자로 더 유명하신 김태용 감독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내용은 정말 안 끌렸으나ㅋ 가족의 탄생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빚 갚는다는 마음으로 보러간 영화였네요. 가족의 탄생을 너무 좋아했었는데, 흥행은 좀 심하게 망했었던걸로 기억하거든요.
인트로 만드는데 돈 꽤 들지 않았을까요? 묘한 질감을 가진 인트로, 영화 전반적으로 화면, 색감, 미장센 등은 상당히 빼어납니다. 거기에다가 수지-박보검-탕웨이 그리고 공유 라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비쥬얼도 아주 좋고요. 내용적으로도 원더랜드라는 sf적인 장치를 제시하고 이게 먼지 설명하는데 10분 컷, 이후 인물과 그에 따른 사건들을 통해 원더랜드라는 소재를 통해 발생하는 의문점, 궁금증 등을 풀어나가는 솜씨는 아주 좋았던거 같습니다. 도대체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왜 여태 영화를 안 찍고 있었나, 그렇게 탕웨이가 좋았나(화면 보고 바로 납득),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sf라는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도 아주 좋았던게, 사실 우리나라에서 sf는 불모지에 가깝고 대부분 눈요기거리로 소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죠. 그런데 원더랜드는 sf적 소재를 통해 나를, 우리를, 그리고 인간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sf영화가 나오나? 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탕웨이 쪽은 존재의 의미, 탕준상(어? 어데 탕씬교?) 쪽은 타락한 환상, 박보검 쪽은 현실보다 나은 환상, 최무성 쪽은 생사의 구분 등으로 뻗어나갈 가지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거 같았죠.
그런데 후반부 접어들면서 갑자기 급 드리프트를.. 탕준상, 최무성 에피는 그냥 갑자기 사라지다시피 해버렸고, 수지-박보검 쪽 이야기는 편집하면서 뭘 너무 날렸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튀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싫었던건 탕웨이쪽 모성애.. 모성애가 싫다는게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 촌스럽다는 느낌이였습니다. 또 각자의 이야기가 개별로 진행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만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가족의 탄생도 이런 스타일) 거기서 어떤 시너지가 나오질 않으니, 플롯이 굳이 이렇게 구성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했고요.
참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sf에 기대하는 부분과 제가 좋아하는 부분에 괴리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저는 sf를 다루는 방식이 좋았거든요. 거기에 화면 뽑아내는거나, 초중반까지의 연출력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해서 더 아쉽고요. 그렇다고 망작 까지는 아닌거 같고, 약간 기대를 좀 접고 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
최근에는 영화 정보를 거의 모르는 채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그냥 칸영화제 상 받았다더라 정도만 알고 갔습니다. 그래도 감독은 누군지 찾아보는 편인데 전작 중에 제가 본게 하나도 없어서 어떤 감독인지도 모르고 최근 무슨 시상식에서 가자지구 관련 발언을 해서 논란이 좀 있었다, 정도만 알고 갔습니다. 그래서 좀 당황했네요ㅋ 굳이 구분을 하자면 대중영화라기 보다는 예술 영화쪽에 가깝고, 그렇다보니 조금은 지루하고 조금은 직관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보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짐작도 안가는 작품들도 꽤 있는데, 그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하긴 합니다. 예술영화쪽에 가깝긴 하지만 대중영화에도 발을 걸쳐놓은 느낌?
영화는 처음부터 청각에 집중하라고 안내하면서 시작합니다. (때문에 다른 모든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영화는 상영시간에 늦으면 안됩니다. 본인도 중요한걸 놓치게되겠지만, 그 관에 있는 모두에게 상당한 민폐입니다) 그렇다고 뭐 자막이 나오는건 아닙니다만 인트로를 통해 이를 유도합니다. 이 부분도 호불호가 좀 있는거 같던데, 저는 이 정도면 상당히 직관적이고 또 관객이 자연스럽게 청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상당히 세련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영화 내내 보이는것과 들리는것이 의도적으로 대비되도록 배치되어있어, 일반 영화보다는 좀 더 청각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 부분을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영화는 내내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가정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붉은색을 일종의 대비색으로 잡고 있다보니 색감도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또 영화의 분위기 상으로도 카메라는 정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겠지만, 이면의 정보(사운드)가 더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 들어가는 정보량 조절을 위해서라도 카메라는 더더욱 정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그렇다보니 일견 화면과 내용만 보자면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로 느껴질수도 있겠죠. 반대로 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에는 평화로운 일상과는 대비되는 끔찍한 참상이 어슴프레 담겨 있습니다. 아마 감독-영화는 관객들이 이 대비에 집중하길 바라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일상에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배치된 소름끼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일단 영화의 기본틀은 이렇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사운드로 터뜨리는 느낌.
저는 영화보고 나오면서 문득 틱톡이나 쇼츠 같은 숏폼들이 떠올랐는데, 이 영화라는 거의 정확하게 정반대에 있는 컨텐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꿔말하자면 숏폼이 때려박는 도파민에 절여진 우리들은, 이런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사실 저도 아주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어요. 조금 지루한 느낌.
그럼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는 저같은 일반 관객이 가서 봐도 나쁘진 않을거 같습니다. 저처럼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대뜸 들어갔던 사람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고 왔거든요. 생각보다 일반 관객들을 더 고려하고 배려한 느낌이 있는 영화입니다.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너무 겁먹지 말고 한번 가보시는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첫댓글 신뢰감 넘치는 후기 잘 봤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꼭 보고싶네요.
원더랜드 걱정보다 괜찮게 봤습니다.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보고 난 느낌은 좋았네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봐야 하는데 시간이 안 맞아 걱정이네요. 오래 걸려있긴 힘든 작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