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7일 데이터 기반 무제한 통화 요금제를 출시한 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관련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통사가 전통적인 수익 기반인 통화료를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겠다는 것인데, 이통사의 전체적인 수익에 어떤 영향을 줄까?
KT 시작으로 이통3사 '무료통화' 시대 열었다
KT(회장 황창규)는 국내 최초로 2만원 대의 요금으로 음성 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했다. 최저 요금제인 299요금제에서 499요금제까지는 통신사 관계없이 휴대전화 통화료가 모두 무료이며, 549이상 요금제는 유무선 관계없이 모든 통화가 공짜다. 대신 요금제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총량이 다르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가운데)이 모델들과 함께 데이터 기반 요금제를 소개하는 홍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특히, KT는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며 '밀당'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데이터 이월 정책을 발표했다. 이통사들은 통상 이달 남은 데이터를 다음달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펴왔는데, KT는 전달 쓰고 남은 데이터와 다음달 데이터를 동시에 밀고 당겨 이달 쓸 수 있는 신개념 상품을 선보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의 선공에 적잖이 놀랐다. 데이터 기반 요금제를 준비 중이었지만 발표할 단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빠르면 금주 늦어도 다음주 KT와 경쟁할 수 있는 파격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이통사의 단기적 수익 떨어질 것"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바라보는 주식 시장은 보수적인 입장이다. 이통사의 발표 후 SK텔레콤의 주가지수가 급락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사정이 낫다. 통상 SK텔레콤은 타사보다 음성을 이용하는 고객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규 요금제가 음성 통화료를 줄임으로써 통신사의 수익 중 핵심인 '가입자당 월 평균 매출'(ARPU)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의 이통3사 주가지수 변화 그래프. (단위:원)
실제로 SK텔레콤의 주가지수는 발표가 있기 전인 6일 27만 1500원에서 11일 25만 1000원으로 7.55%가 하락했다. 반면 신규 요금제를 발표한 당사자인 KT는 3만 1850원이던 주가지수가 3만 750원이 되며 3.45% 하락했고, LG유플러스는 1만 250원에서 9950원으로 2.92% 떨어졌다.
이통3사 모두 주가지수가 하락했지만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의 타격이 가장 컸다. 이는 신규 요금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음을 보여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제 도입이 단기적으론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통사 "데이터 기반 요금제, 장기적으로 ARPU 높일 것"
다만 이통사들은 신규 요금제 출시에 따른 수익 하락이 지속적이지는 않고 차차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제공격을 한 KT가 관련 요금제를 발표하기 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향후 수익성을 조사한 만큼, 데이터 기반 요금제가 안정화된 후 이통사의 ARPU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은 "단기적으로 ARPU 하락 우려가 있지만, 우량 가입자 모집을 통한 중장기적인 수익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