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미안한데.. 조금만 더 밟아봐, 응? "
정아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초조하게 무진을 향해 말했다.
무진과 함께 기분좋게 퇴근해서 혜선과 나란히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왔는데 동생이 없었다.
무진의 말처럼 친구를 만나거나 서울구경을 하러 갔을거라고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왠지 불안 했는데 결국 일이터져버렸다.
" 정아야 - 앉아있어봐. 무소식이 희소식일지도 모르잖아. 응? "
" 아- 진짜 미치겠네. 얘가 이렇게 연락이 없을리도 없는데.. 무진씨. 나 이상하게 불안해"
" 벨렐렐레---- "
흠짓-
거실을 왔다갔다 거리던 정아가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전화기 소리에 흠짓 놀랐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조심스레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 흠흠- 여보세요? "
긴장했는지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예쁘게 단정된 손으로 전화기를 귀에 조심스레
갖다댔는데 정아 자신도 놀랄만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실에 퍼졌다.
" 네? 어디라고요? "
병원이라는 연락을 받고, 교통사고라는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나와서 차를
타고 가는중이었다.
핸드폰도 없고 연락할곳이 마땅이 없어 할 수없이
가방을 뒤져서 전화번호 하나를 찾아서 오후 내내 전화를 했는데 여태 아무도 안받았다며
얼른 오라는 전화였다.
혼자사는 정아인만큼 정아집에 아무도 없는게 당연했지만 이순간만큼은
집에 있지 못했던, 아니 회사가 뭐라고 오랫만에 본 동생을
그것도 서울 지리도 잘 모르는 동생을 함께 집에 가주지 않고 혼자 보내서
이렇게 사고가난것같아 정아는 자기혐오감에 휩싸였다.
그런 정아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무진이 정아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끼익--------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뛰어내려가는 정아를 보며 놀랐다.
어떤 일이 생겨도 침착함을 유지했던 정아가 머리도 흐트러진줄 모르고
불안하게, 위태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진은 이런 정아를 처음봤고 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학시절때 술에 취해 자신에게 가족사를 고백하던 정아에게서 들은
정아의 가족사는 무진도 놀랄만한 엄청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동생을 봤을때도 동생에게 많은 애정도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포커페이스인 정아를 무너뜨릴 만큼 정아는 동생을 아꼈나보다.
" 여기 제 동생어디있나요? 아니아니 이게 아니지..저기 신혜선이라는 환자 몇호실인가요? "
무진이 정아를 뒤따라갔을때 카운터에서 횡설수설하며
당황해하는 정아가 보였고 간호사가 뭐라고 하자
보기사람 안쓰럽게 부들부들 떨며 비상구 계단을 마구 뛰어올라가고 있었다.
무진도 정아를 뛰따라가자 정아가 어느 병실한곳을 찾아 들어갔다.
" 혜선아! "
정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을때 물을 마시고 있던 혜선이 놀라 먹고 있던
물을 뱉어내며 눈을 동그랗게 떳다.
" 언니? "
정아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힘이 쭉-빠졌다.
울것같은 표정을 지으며 병실 문앞에 주저앉는 정아를 보며 혜선은 언니가
여길 어떻게 알았을까..? 왜 언니가 저런표정을 하고 있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정아를 뒤따라 들어온 무진이 주저앉아있는 정아를 보며 놀라고
많이 다쳤을 거라고 생각한 혜선이 멀쩡히
자신과 정아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는 것에 놀랐다.
" 언니? 왜그래? 그리고 여긴 어쩐일이야? "
정아가 무진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고 있는데 혜선이 말했다.
" 병원에서 사고가 났다고 연락이 왔었어. 너 교통사고 났다고.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일이야? "
정신을 차렸는지 정아가 혜선을 향해 물었다.
무진은 혜선의 설명에 긴장하고 있던 몸에 기운이 쭉 - 하고 빠져버렸다.
사고가 났긴 났단다. 그런데 사고가 난 사람은 자신이 아니란다.
대낮부터 음주운전을 하고 있던 사람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혜선을 향해 차가 돌진해왔는데 지나가던 어떤 분께서 혜선을 구했단다.
그분 덕택에 혜선은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는데 충격으로 혼절을 했고
혜선을 구한 그 사람만 차에 가볍게 부딪혀 다리가 골절됬다는 것이었다.
정아는 혜선을 구해준 사람에게 너무 고마웠따.
그리고 한순간 혜선이 다치지 않고 차라리 그 사람이 다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에 미안해진 정아는 혜선에게 물었다.
" 너 구해주신 분 어디계시니? 사례라도 해야겠는데.. "
" 응. 지금 간단한 검사하고 계시대. 사실 이 병실도 내 병실이 아니라 그분 병실이야.
링겔만 다 맞고 퇴원해도 된다 해서 병실에서 나왔는데 그냥 가면 안되는거잖아?
그래서 계속 기다리고 있어- "
혜선이 아까 먹다 흘려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는 물을 흘긋보며거리며 말했다.
혜선이 바닥에 쪼그려앉아 휴지로 물을 쓱쓱 닦고 있을때
무진의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죄송하지만... 누구시죠? 여긴 제 병실인데요. "
혜선과 정아 그리고 무진은 동시에 뒤를 휙-하고 돌아봤다.
여섯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자신을 쳐다보자 부담스러워진 정혁은
휠체어를 가르키며 무진을 향해 말했다.
" 제가 꼴도 이러고 몹시 피곤하네요. 좀 눕고 싶은데 비켜주시겠습니까? "
혜선은 자신을 구해준 그 분이 궁금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언니어깨 너머로 힐긋 - 쳐다봤는데
꽤 젊은 - 자신또래의 남자가 붕대를 감고 있었다.
" 아, 죄송합니다. "
정혁의 피곤한 표정을 봤는지 무진이 황급히 자리를 피해줬다.
" 그런데.... 누구신지? "
정혁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침대로 올라가면서 자신의 병실에 있는
세명의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며 말했다.
그러다 벽쪽에 있는 낯익은 얼굴을 보았는데 자신이 구해준 그 여자였다.
정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살짝 짓고 혜선을 보다 혜선에게 물었다.
" 여기 무슨일이십니까? "
" 아.. 저기 안녕하세요. 신혜선이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다치시고.. "
정혁이 갑작스레 질문해서 놀랐는지 혜선이 당황한 얼굴로 정혁을 향해 말했다.
혜선의 당황한 얼굴에 머쓱해진 정혁이 조용히 있자 정아가 말했다.
" 처음뵙겠습니다.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작은 성의라도 표현하고 싶습니다. "
혜선을 보고 있던 정혁이 허스키한 목소리에 눈길을 돌려 정아를 바라봤다.
좀 더 성숙해지긴 했지만 더 미인이된 - 그러나 더 차가워진 정아을 보며
정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부담갖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
한사람이 말하지 셋이 번갈아가며 귀찮게 구는거야? 라고 느낀 정혁은
됐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짜증이 났다.
도대체 이사람들은 몇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건지-라고 느꼈다.
온몸이 나 지금 아파요 라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검사받고
푹- 자고 일어나고 싶었는데
이 사람들이 자꾸 자신을 귀찮게 했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정혁이 입술을 떼려
고개를 돌리자 혜선이 보였다.
눈빛을 반짝거리며 뭐든지 말씀하세요- 라고 말하는것같은 혜선을 보며
정혁은 순간 장난끼가 발동했다.
" 사례말고요. 이건 안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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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선 1편에서의 그 남자가 밝혀지고요~
약간의 ;; 반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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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중편 ]
금기(禁忌) # 3
딱딱한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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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20 10:0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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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ㅋㅋ 재밌어요 ㅋㅋ
ㅎㅎ 그남자가 누군지 정말 궁금한데요??
그남자가 누굴까요!저는 정혁이가 하면 왠지 재밌어질듯 @재미있어요 ㅋㅋㅋ
재미있네요..근데 정혁은 정아를 아는것 같은데..어찌된건지..
근데 이정이 누구에요??????-0-
아,, 정아인데 제가 실수했습니다 ..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우와~~궁금 ??
ㅋㅋ 정혁이 아닌가요??ㅋㅋ 궁금해지네요 ㅎㅎ 담편을 보러 가겠습니다